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평소와 다름없이 하루를 시작하는가 싶었는데 하나하나 따지고 살펴보니 모든게 낯설다면 그 기분은 어떨까? 내가 대하던 모든 것들이 조작이고 인위적인것들이라고 느껴진다면 나는 과연 침착하게 하루를 살아갈 수 있을까? 평범한 회사원의 아침 기상을 조명하는가 싶었으나 딱 사흘동안 완전히 다른 세상에 빠진것처럼 지내게 되는 K. 개인적으로는 소설을 많이 읽어보지 못해서 그런지 바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이 있었지만, 읽는 동안은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영상처럼 스쳐지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주인공인 K. 주말에는 자명종을 맞춰놓지 않으나 갑자기 울리는 자명종 소리에 의해 평일인듯 눈을 뜨게 되지만 한번 생각해보니 어제는 금요일이었고 오늘은 토요일이다. 다시 눈을 감아보고자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결국 잠에서 깨게 되고 평소처럼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한번도 나체로 잠을 자본적이 없지만 아침에 화장실에서 거울을 통해 마주한 자신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이다. 분명 어제까지 사용했던 스킨도 그 자리에 없고 다른 스킨이 있을 뿐이다. 자신을 위해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 아내 역시 모습은 같은 모습이지만 뭔가 다른 느낌이다. 키우던 개 역시 내가 낯설었는지 K를 물기까지 한다. 이러한 어색함 속에서 자신이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휴대폰을 찾고자 짧은 여정을 떠나게 되면서 뭔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다른 세상에 와있음을 느끼게 되고, 스스로 역시 조금은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

 소설의 줄거리나 다른 이들의 서평을 전혀 참고하지 않고 읽어 내려가서 그런지, 또는 저자인 최인호씨의 소설을 처음 읽어서 그런지 무언가를 추리해 가는 과정을 보여줌과 동시에 좀처럼 실마리가 잡히지 않은 상황을 통해 알 수 없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다. 뭔가 풀리는듯 하면서도 또 다른 상황이 발생하게 되고 소셜에 등장하는 대머리 아저씨나 나비 문신의 여인처럼 알 듯 모를 듯 계속 등장하는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머리속은 복잡해진다. 결국 이게 현실인가 비현실인가를 갖고 논하게 되지만 이미 이것은 '소설'이다.

 작가는  이 책을 두달여만에 완성을 해냈다. 책을 쓰는 작업은 실로 고통스러운 작업이지만 그가 암투병을 하면서 그리고 계속되는 항암치료로 손톱이 빠지는 고통 가운데서도 무언가에 홀린듯이 글을 계속 써 내려갔다는 그의 서문이 이 책에 담긴 열정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어쩌면 그의 고통이 있었기에 이러한 소설의 집필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잘 알아보려면 그의 다른 소설도 더 읽어봐야 할 것 같다. 하나의 채긍로 작가의 모든 세계관을 알 수 는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초보자에게는 어려운 소설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여기서 어렵다는 것은 그 깊이를 논할때 필요한 단어이지 소설의 내용이나 표현에는 그런한 점이 전혀 없다. 작가의 섬세한 문장력 덕에 읽는 내내 머리속에 그림을 그릴 수 있을 정도이다.

 한 여름밤의 꿈을 꾼 것인가 할 정도로 애매한 상황의 연속이다. 이미 최인호 작가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있고 그의 문장력을 잘 아는 이라면 이미 물어볼 필요가 없는 작품이 될것이다. 단, 본인과 같은 초짜에게는 단 한권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그의 다른 책들도 함께 읽어볼 것을 권유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