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너무 친한 친구들 ㅣ 스토리콜렉터 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6월
평점 :
너무 친한 친구들
여름의 흥행 코드는 역시 공포가 아닐까? 영화계도 그렇고 항상 여름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등장하는 주제이다. 얼마전까지 예년보다 빠른 더위가 찾아와 수박으로도 달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역시나 이럴때는 영화나 소설인데, 6월이라는 날짜 때문에 그런지 뭔가 이른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문뜩 찾아온 메아리 덕분에 공포 소설을 읽기에는 아주 좋은 환경이 자연적으로 갖춰졌다.
개인적으로 소설이나 영화나 수수한 이야기 보다는 정신없이 빨려들게 만드는 내용이 좀 더 매력적이기도 하다. 이번에 읽은 <너무 친한 친구들>은 넬레 노이하우스의 두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초반부터 등장하는 시체 덕분에 그리고 폭풍 메아리 덕분에 책을 읽는 재미는 점점 더 깊어져 간다. 책을 읽는다기 보다는 한편의 영화를 그려보자는 생각으로 눈은 글씨를 새기고 머리 속으로는 영상을 만들어 나갔다. 잠시라도 딴생각을 하면서 읽었다가는 맥이 끊기는 이유 덕분에 놓치면 다시 돌아가고, 다시 돌아가고 하면서 읽어 내려갔다.
인물들의 이름이 참 어렵다 보니 몇번씩 다시 보면서 이름을 익혀 나갔다. 특히나 독일의 사람은 이름이 발음도 어렵다. 이럴땐 한국사람의 세글자로 된 이름이 참 좋기도 하다. 다시 소설로 넘어가서, 평화로운 동물원에서 발견된 시체 조각들, 그리고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벌어진 사건 때문에 출근해서 수사를 하게 되는 형사. B8과 관련되어 있는 많은 인물들, 그리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애간장이 타도록 뭔가 애매한 발언을 하는 등장인물들이 참 잘 아우러져 있다.
어쩌면 초반의 인물 탐색 러시가 길어보이기도 한다. 한사람 한사람 만나면서 수상한 모습을 발견하는 형사의 모습에 처음에는 신기하기도 하지만, 나중에 흘러가면 또 똑같은 모습을 보여 감흥이 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독자를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한 장치였음은 분명할 것이다. 대부분 사건 이후 범인을 찾아가는 추리소설에서는 많은 용의자들이 등장하기 마련이고, 그 인물들 모두 의심스러운 행동은 하나씩 하게 되어있다. 물론 대다수가 헛다리 짚은 경우가 되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 책에는 마을 숲을 뚫고 들어서는 B8 도로 확장이라는 하나의 스토리가 존재하고, 배경으로는 월드컵이 한창이다. 단순한 사건 자체에 빠져있기 보다는 여러 다양한 백그라운드 속에 빠져 진짜 우리가 살아 가는 삶의 모습속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은 해결이 되는 문제들 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단순한 범죄를 그리 많지 않다. 다양한 사건 속에서 얽히고 얽힌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한다. 소설이라 스포일러가 되는 발언은 하지 않고 있지만 사실 책을 다 읽어간 시점에서도 인물들 이름은 잊혀져 갔다. 머리속에 그려진 이미지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이 책은 딱 이시점에 읽어봐야 한다. 비오는날 밤, 잠이 안올때 한장한장 넘겨보다보면, 어느새 마지막에 도달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