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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픽션 ㅣ 걷는사람 소설집 11
최지애 지음 / 걷는사람 / 2023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담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으리라'는 나태함을 싹 버릴 수 있는 단편소설이 모여 있다.
책 도착하자마자 <선인장 화분 죽이기>와 <팩토리 걸>까지 읽은 후 책을 덮었다.
하루에 한 편씩 천천히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금방 읽어내려 갈 수는 있지만, 얼른 읽고 다른 소설을 맞이하기엔 묵직한 무언가가 마음 속에 콕콕 박힌다.
책에 수록된 두 개의 추천사 중에서 정여울 작가의 말이 참 와닿는다. "최지애 소설은 날카롭고 정확하며 우아하고 담담하다...“
정말 담담하게, 무덤덤하게 써내려 간 듯한 문체에 날카롭고 예리하면서 정확하게 표현한 현실 소재가 꽉꽉 차있다.
전혀 가상화폐 용어를 몰랐는데 <패밀리마트>를 공부하듯 읽었을 정도...
짧은 내용 스포도 하고 싶지 않을 만큼, 아주 아주 지극히 사실적이고 현실적이다.
선인장 화분 죽이기 -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아 바람핀 남편에 대한 증오를 가득 안고 평생을 혼자 딸을 키워온 중년 여성.
이젠 딸의 아이, 손자를 봐주면서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일어 강의를 들으며 삶을 보내고 있다.
마음 속에는 남편에 대한 미움과 증오로 가득 차 있지만, 그 어디에도 티 내지 않으며...
바람은 폈지만, 그 누구에게 말하지 않고 홀로 딸을 키워낸 이 중년 여성의 마음은 어땠을 까.
응어리를 가득 안고 평생을 살아온 여성을 투박하면서 담담하게 표현했다.
아무렇지 않은 듯, 남 이야기 하듯 표현하는 담담한 문체가 마음이 쓰인다.
- 팩토리 걸 -
대학원 졸업해서 처음 입사한 회사에서 고군분투하는 오피스우먼 이야기인 줄 알았다.
굉장히 가볍고 경쾌한 1인칭 서술로 끝날 줄 알았는 데 갈수록 내용이 깊고 진지해진다.
그녀의 마음 표현이 굉장히 섬세하고 자세하다. 홀로 살았던 추억이 되살아난다.
- 달콤한 픽션 -
결혼적령기 미혼 여성의 심리묘사가 사실적으로 표현된 단편이다.
정말 사실적이다. 결혼 전 해봤던 생각들이 이 단편 안에 들어가 있다.
이렇게 심리를 잘 간파하다니 놀랍다.
- 패밀리 마트 -
성공해서 부자가 되어 효도하려는 마음이 가득한 28세 청년 이야기다.
내 집 마련과 가족 부양이라는 책임감을 안고 잘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사실적이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먹고 살기 위한 영상으로 가득한 유투브를 보며 꿈을 키우고, 현실에 맞선다.
- 달용이의 외출 -
달용이와 평범하지만 무뚝뚝한 가족의 삶 이야기인 줄 알았다.
형의 사고로 인해 무너져버린 가족 이야기다. 애완견 달용이 가출로 남은 가족들의 무미건조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형은 구할 수도 있었던 세월호 안에서 희생된 학생이었다.
- 까마귀 소년 -
실제로 가까이서 본 적이 있는 까마귀는 생각보다 더욱 소름끼치게 까맣다.
가만히 있을 뿐인데 온통 시커멓다는 이유로 공포감을 준다.
까악까악 거리며 하늘 위를 나는 까마귀 울음소리가 이리 슬프고 안타깝게 들리는 건 까마귀 소년 때문이라 여겨진다.
가장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게 읽은 소설이다.
언론 기사 제목 한 줄로 간단히 표현되는 아이들의 현실은 너무나 냉정하고 슬프다.
부디 주변 시선과 평가에 휘둘리지 말고, 건강하고 밝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