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누아르 달달북다 3
한정현 지음 / 북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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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한양 물산 공장에서 경리로 일하는 '박 선'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시대를 살았던 모든 여성들에게 '로맨스'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먹고사는 것이 더 중요했고 누군가는 '미쓰 리 언니'처럼 로맨스라 칭하기 어려운 관계에 속하기도 했을 것이다. 이 작품은 그런 과거 여성 노동자들의 삶의 모습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남녀 사이의 진실한 사랑은 없었더라도 누군가를 따르는 마음은 갖고 있었을 수도 있다. '선'이 '여가수'와 '미쓰 김'을 동경했던 것처럼 말이다. 저자는 80년대 여성 노동자들에게도 분명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사랑'이 있었으리라는 희망을 이 작품에 아로새겼다.



서울은 어떤 곳인가.

서울은 동물원이다, 그것도 맹수들이 서식하는. 서로를 물어뜯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들. 약한 사람에겐 약하고 강한 사람에겐 강한. 서울은 왕궁이다. 그야말로 계급이 분명한 이곳, 서울에서 하위 계급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인간 취급이란 없다는 뜻이다. 서울은 병원이다. 온갖 경쟁을 뚫으려다 보니 정신이 남아날 리가 없다. 육체는 말할 것도 없다. (중략) 서울은 목욕탕이다. 속옷 한 장까지 다 내줘야 하는, 그러고도 수치를 몰라야 하는 이곳은 서울이다.

『러브 누아르』 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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