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 침묵으로 리드하는 고수의 대화법
다니하라 마코토 지음, 우다혜 옮김 / 지식너머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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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간에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데, 말에도 거리가 필요하다.


미국의 유명한 시인, 칼릴 지브란의 <결혼에 대하여>에는 다음과 같은 싯구가 있다.


그대들이 서로의 몸과 마음을 함께 하더라도 거리를 두라.

그리하여 하늘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결혼에 대하여 - 칼릴 지브란


사랑이나, 우정이나 가까운 사이일수록 적당한 거리를 둬야 관계가 오래갈 수 있다는 말이지만, 적당한 거리를 어떻게 유지해야 할까? 인간관계는 참 어렵다.

사람은 여러 개의 가면을 지니고 있고, 상황과 사람에 따라서 각기 다른 가면을 쓰는데 익숙해져야 할 때가 많다.

그런 상황 속에서 때론 타인이 원하는 나의 모습이 다를 때도, 나조차도 내 진정한 모습이 뭔지 헷갈리게 될 때도 많다. 척박한 현대사회 속에서 툭 터놓고 본래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고, 무엇보다 사람들은 내 인생 이야기에는 별 관심이 없다. 늘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필요로 하고, 세월 흐를수록 시시하고 재미없는 내 이야기는 잘 안 하게 된다.


아주 예전에 나는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잘 걸기도 하고, 침묵을 견디질 못했다.

통학 버스를 같이 타고 갈 때, 약 한 시간 반가량 별말 없는 친구와 무슨 이야기를 할까가 그 당시 아침의 최대 고민거리였다면, 믿어지시겠는가.

아무튼 그랬다. 지금은 어딜 가든 분위기를 파악한 뒤에 말문을 열고 하고, 처음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말을 무리해서 하지 않는 성향으로 변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인간관계의 거리를 가늠하거나 유지하는 건 참 어렵다.

특히 상대방과 가까워진다는 건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점차 면대 면 소통이 줄어들고 있어서일까.

누군가와 진정성을 갖고 소통하고 가까워진다는 건 거의 극한에 가까운 일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관계를 시작할 때 가장 필요한 화술에 도움을 주는 이 책의 제목이 가슴에 확 와닿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말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달성한 일보다 달성하지 못했거나 중단된 일을 더 잘 기억하는 현상인 

자이가르닉 효과가 이 책의 주된 핵심이다.



대화할 때 상대방의 주의를 끌고 싶다면 질문을 내고 잠시 침묵하십시오.

그러면 상대는 그 질문을 곱씹으며 해답을 알아내기 위해 당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

말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이 책은 능수능란한 화술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말은 상대방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실수를 하기가 쉽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건, 말을 많이 할수록 대화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소개팅이나 미팅에 나갔을 때, 상대방이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혼자서만 쉴 새 없이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많이 접해본 기억이 있다.

얼어서 한마디도 못했던 예전보다 낫다고 생각하지만, 혼자서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과연 대화일까?

강연이나 프레젠테이션도 마찬가지.

자신의 이야기만 쉴 새 없이 해대는 강연은 왠지 재미가 없다.

오히려, 중간중간 잠시 쉬었다가 다시 이야기하거나, 청중에게 질문을 던지거나, 질문을 유도할 때가 집중되는 경험은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침묵은 상대방에게 들었던 내용을 다시 생각하게 하도록 여유를 준다.


침묵은 상대방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

때론 자신의 심리를 조절하기 위해서도 쓸 수 있다.

다혈질이라서 금세 욱하는 면이 있는지라, 이 책을 읽으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화났을 때는 잠시 그 상황에서 벗어나서 산책을 하거나, 상대방과 금방 대화를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 상황을 좀 더 세련되고 스무드하게 넘어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나와있다.

자신이 화를 내고 있는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라고 한다.

실제 상황에서는 잘 안될 때가 많겠지만, 차분히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분노나 순간적 화가 살짝 가라앉을 것이다.


상대방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심리를 컨트롤하기 위해서 필요한 침묵의 중요성

이 법칙은 텔레마케팅에도 적용된다.

물론 제한된 시간 내에, 고객이 전화를 끊기 전 자신의 할 말만 열심히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신입에 가까울 것이다.

좀 더 고수는 잠시 기다렸다가 말할 기회를 엿보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고객이 생각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설득과 세뇌, 협박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둘 중 어느 경우가 낫다고는 못하겠지만, 아마도 물건을 구입한 후 만족도는 전자처럼 자신이 직접 결정을 내릴 시간을 가지는 편이 아마 변심이나 반품의 경우가 적을 것 같다.

비밀을 공유하는 것 같은 멘트는 나와 상대방이 가깝고 특별하다는 느낌이 준다.

이런 멘트 뒤에 듣는 이야기는 더 집중해서 들었던 경험이 많지 않은가?

주로 직장 내 험담의 경우가 이랬던 기억이 나지만, 강연에서도 이런 경험이 많았다.


상대방이 대화에 집중하게 하는 비법과 영업할 때 가장 필요한 침묵.


영화 엘리엇은 외계 생명체인 E.T 와 어떻게 신뢰관계를 쌓았을까. 

말 아닌 행동으로 상대를 신뢰한다는 걸 보여줬다. 

이처럼 상대방에게는 말로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효과적으로 침묵을 사용하기란 쉽지 않다.

책에서는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잘못된 공백이 사용될 때를 이야기한다.


1. 타이밍이 좋지 않다.

2. 군더더기를 붙인다.

3. 자기중심적으로 대화한다.


말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본 상황일 것이다.

이럴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꾹 참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이 말할 타이밍을 찾기 위해서는 일단 기다림이 필요하다.

침묵하면서 적절한 타이밍을 다시 엿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오해를 풀기 위해서 더 많은 말을 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말을 충분히 들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대화 중 효과적인 질문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질문은 다음과 같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아무런 목적 없이 하지 않는다.

대화 상대로부터 다음과 같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 상대가 대답할 때까지 침묵하는 QAS(퀘스천 앤 사일런스)가 중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적절한 상대에게,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질문을 하는 것이다.


1. 정보를 이끌어낸다.

2. 호감을 얻는다.

3. 사람을 움직인다.

4. 사람을 키운다.

5. 논쟁에서 승리한다.

6. 자신을 컨트롤한다.


말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저자는 인간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의 대부분은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아서 생긴다고 한다.

가장 큰 원인은 상대방에 대한 호감과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알고 이해하려면 우선 상대가 하는 말을 먼저 들어야 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해서는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다.

상대가 말하는 내용을 들으려면 침묵해야 한다. 상대에게 질문을 하고 상대가 대답할 수 있도록 침묵하는 것.

이것이 바로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인간은 자존심 덩어리이다. 인간은 다른 사람이 하는 말에는 따르고 싶어 하지 않지만,

스스로 떠올려 자각한 생각에는 기꺼이 따른다.

그러니 사람을 움직이게 하려면 명령하지 말고 스스로 깨닫게 해야 한다.


카네기 인간관계론


글만 읽으면, 이게 무슨 말인가 싶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걸 글로 배웠지만, 뭐든지 실전이 힘들지 않던가.

책에서는 남자가 여자에게 데이트 신청하는 것에 대해서 예로 들어놨는데, 말이 쉽지 정말 이렇게 행동하기가 쉽나 싶지만, 포인트는 상대방이 날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계획을 짜야 한다는 이야기다.

상대방이 뭘 좋아하고, 언제가 편한지 미리 정보를 파악한 뒤에 좋아할 만한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 좋아할 만한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상대방이 대답할 때까지 잠시 침묵하고 다시 YES를 유도하는 질문을 하는 것.

상대방에게 선택권과 주도권을 주면서, YES로 이끌어내는 유도질문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매우 유용할 것 같으니, 데이트를 앞둔 남녀분들 읽어보고 잘 써먹으시길.


'어떤 생각을 하도록 해야 Yes를 받아낼 수 있을까?'

'어느 방향으로 생각을 유도해야 행동으로 옮길까?'

를 고민하여 상대의 사고를 유도해야 합니다.


말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오랫동안 기다렸다. 이제는 상대방에게 크로스 카운터를 우아하게 날릴 시간.


침묵은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만들지만, 오해받을 수 있는 커다란 리스크도 함께 존재한다. 대화 도중 침묵이 길어지만, 대부분 우리는 초초해진다.

내가 상대방과 제대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인지, 재미가 없어서 상대방이 조용해진 것인지 걱정하게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적절한 침묵은 인간관계나 대화의 숨통을 트이게 해주고, 다른 화제로 바꾸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때론 상대방과 얼마나 친밀한지를 알게 해주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침묵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말은 적절한 때만 하면서,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대화의 즐거움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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