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에 배웠더라면 변했을 것들 - 스탠퍼드대 미래변화 보고서
티나 실리그 지음, 김소희 옮김 / 엘도라도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이 참 두루뭉술하다. 어떤 내용이 담긴 책일까. 스무살에 배웠으면 좋았을 것들의 목록을 서술해놓은 책인가? 했었다.

부제가 스탠퍼드대 미래변화 보고서라니, 더더욱 제목과 매치가 안됬다. 보통 책 제목은 내용을 명확히 드러내도록 짓는 편인데,  참 은유적으로 지었군,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제목만 보고는 절대 추측할 수 없는 이 책의 내용은 바로 '창조성'에 관한 내용의 책이다.

바로 니가 스무살부터 창조성을 기르는 훈련을 해왔다면 너의 미래는 바뀌었겠지. 하는 의미해서 지은 제목인 듯 하다.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펜, 핸드폰, 화장품 등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이 모든게 실은 어떤 사람이 창조성을 발휘해서 만든 결과물일테니까 말이다.

 

창조성은 훈련 될 수 있는 것일까?

이 책은 이 질문에 YES라는 전제와 확신을 근거로 씌어진 책이다. 실제로 스탠퍼드에서 진행된 창조성 특강 수업을 바탕으로 기술한 책이다.

 

창조성 분야는 여전히 막연한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으며 정형화된 어떤 방식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훈련이 가능하다니?

 

예전에 신문에서 몇 번 보았던 WHY기법이라던가 트리즈, 마인드 맵 이런 걸 이야기 하나? 싶었는데, 기술적인 훈련에 대한 부분도 나오지만 툴 자체보다는 좀 더 넓게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물론 이 책을 읽는다고 모든 사람이 다 창조적으로 변하는 건 아니고, 책을 읽고 실제로 삶에 적용하고 연습을 많이 하면 창조성이 길러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의 서문에는 워크숍 사례로 시작한다.

'한 개의 '쓸모없는 물건'으로 여러분이 생각해낼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보세요'

 

아, 정말 듣기만 해도 벌써 머리에 쥐가 나며 막막해지려고 한다.

보통 사람들은 창조성을 굳이 의식하여 훈련받으려 해본 적이 없고 관심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창조성을 키우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목표가 '주변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새롭게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도록 하기 위함'이란다.

 

목차는 총 11장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목차를 보고도 막연하게 어떤 창조적 기법들이 있는지 한눈에 잘 들어오지는 않는다.

열심히 내용을 읽어야 하는 책이다.ㅋ

 

저자가 주장하는 창조성의 핵심은 '혁신 엔진'이라는 모델로 표현되어 있는데 삼각 뫼비우스 띠가 얽힌 모양으로 지식, 상상력, 태도를 기초로 하고 있다.

(p 30) 그래서 처음 1~3장은 문제를 리프레이밍하고 아이디어를 연결, 가정에 도전하는 방식으로, 4장은 관찰력을 연마하여 지식을 구축하는 것으로, 5~8장은 공간과 인센티브 등 창조성에 영향을 주는 환경 요인들에 대한 서술로, 9~10장은 도전이라는 태도를 통해 얻는 창조적 능력을 11장은 모든 내용을 총괄해서 혁신 엔진을 설명하고 있다.(p 31)

 

책에서 나오는 창조성을 자극하는 기법들은 아래와 같다.

- 사진찍기: 포커스, 관점, 좌우, 위아래, 등 다양한 각도에서 보는 시각을 바꿔보기

- 당연한 것에 왜? 라고 묻기

- 관련없어 보이는 물건과 개념들을 연결, 조합해보기

ex. 일본의 진도구, 뉴요커의 카툰 캡션 콘테스트(우리나라에서 한때 유행했던 조삼모사 말풍선 같은 카툰임)

- 은유와 유추 사용하기

 

이외에 브레인스토밍 가이드라인도 구체적으로 실려 있다.

책의 내용 중에서 [예상한 것 너머로 우리의 관심을 집중시키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p100)라는 구절은 보면서 매우 공감했었다.

 

아이디어를 자극하는 환경에 대해서도 나와있었는데 예시로 ideo 사무실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 있었다.

구글 사무실도 자유로운 사무실 인테리어로 유명한데, 이것이 실제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데, 창조성을 자극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사람들은 천장이 높은 공간에 있을 때 더 확장된 아이디어를 갖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런 환경같은 디테일까지도 창조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또 인상깊었던 부분은 '창조성은 제약을 사랑한다'는 부분.

왜 다들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시험전날 벼락치기 같은. 일종의 그런 비슷한 맥락인데.

사람이 벼랑끝에 서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는 말을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압박감을 느끼면 창조성이 더 자극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창조성이 필요하다면, 스스로 시간, 공간, 사람들, 경쟁 등의 압박을 주는 제약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하다.

 

모든 일을 '게임화'시켜서 하는 것도 시도해볼 만하다고 했으며, 창조성의 시행착오는 당연히 존재하고 필요하다는 부분도 꽤 강렬한 부분이었다.

이 부분을 보다보니 예전 생각이 났다.

 

대학교 때 디자인을 전공했었다.
사람들이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올리는 것은 바로 창조성이라는 단어이다.
나 역시 대학교를 입학할 때 그런 기대에 부풀어 있었던 것 같다.
디자인공부를 하면 존 갈리아노가 하는 것 같은 패션디자인을 나도 하게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어떻게 하면 창의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지 가르침을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내 예상과는 완전히 달리, 내가 했던 것은 숙제였다.


아이디어 스케치 10개, 20개, 30개, 100개...
아무런 가이드 라인도 없이 주제도 알아서 선택해서 아이디어 스케치 100개 해오기. 이런 숙제의 연속이었다.
마지막 졸업전시회를 준비할 때는 밤 새서 아이디어를 한 130개 정도 짰던 것 같다.
정말 무식할 정도로 막무가내로.

 

그런데 왜 이렇게 했어야 했는지 이 책을 보다보니 이해가 가는 듯 하다.
기본적으로 번개같은 장조성이라는 건 '수 많은 시도'중에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양이 질로 승화되는 것이다.

또한 창조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 '도전하는 자세' 가 기본이 되어야 실제로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때문이다.

 

책을 보면서 그 동안 당연하게 보였던 것이 새롭게 보이고,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이 책이 내게 선물해준 긍정적인 부분이었다.

 

이미 스무살을 훌쩍 넘겼지만 우리는 100살 시대에 살고 있으니 아직 살날이 무궁무진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창조성을 키우고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는 건 오늘부터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아나? 이 책을 읽고, 혹은 프로젝트를 참가하고,  30대에, 40대에, 50대에 창조성과 아이디어로 실제로 현실을 변화시키게 되는 누군가가  등장하게 될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속에서 이 책은 창조성이라는 생존비법을 선물해주는 역할을 해줄 수 있을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