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길들이기 달마중 12
송언 지음, 최정인 그림 / 별숲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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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학년이 되어 처음 담임선생님을 만나고 온 날, 아이는 울었다. 학교에서 호랑이선생님으로 통하는 선생님의 반이 되어 주위 친구들로부터 “너 클났다”라는 인사치레를 한바탕 받은 후였다. 아이는 자기교실을 군대라고 표현하곤 한다. 2학기 접어들어서는 1학기 때처럼 투정을 많이 부리지는 않지만 요즘도 가끔은 밤에 잠자리에 들었다가도 다시 벌떡 일어나 준비물 확인을 하거나 가정통신문에 엄마싸인이 됐는지 확인하곤 한다. 늘 긴장하는 아이가 가끔은 안쓰럽기도 하지만, 숙제를 스스로 하고 준비물도 잘 챙겨가게끔 아이를 잘 길들여주신 샘께 긍정적인 마음이 드는 건 뺀질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솔직한 속마음이기도 하다.

 

선생님 길들이기

제목이 주는 통쾌함이 있는지 아이는 책을 보자마자 관심을 보이며 “좋겠다!”한다. 만약 선생님을 길들일 수 있다면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물으니 공부시간은 팍팍 줄이고 운동장에서 신나게 뛰어 놀 수 있게 한다고 한다.

 

이 책은 표제와 같은 선생님 길들이기 / 불끈 왕자 / 똥찬이 수탉

이렇게 세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2학년 3반에는 나이 지긋하신 털보선생님이 계신다. 털보선생님을 좋아하는 은별이는 선생님의 가정방문을 앞두고 한껏 들떠 있다. 약속시간보다 훨씬 서둘러 선생님을 마중 나와서는 종알종알 쉴 새 없이 이야기를 건다. 새로 산 황금 슬리퍼도 자랑하고, 피아노 연주도 들려 드린다. 순수하고 예쁘지만 어쩌면 은별이는 어른들에겐 좀 귀찮은 아이일 수도 있다. 아이들의 의미없는 질문(어른과 아이의 생각은 다르겠지만)과 이야기들에 일일이 반응하고 대꾸하는 건 적지 않은 에너지가 소모됨을 경험하곤 한다. 편지로 털보선생님께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선생님의 마음을 확인하며 행복해하는 은별이에게 털보선생님은 언제나 한결같았을 것이다. 그래서 짧은 가정방문이 끝난 후 골목 저 쪽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자기네 집 선생님이 앉아계시던 자리를 보며 허전함을 느끼는 은별이 모습은 나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선생님은 기꺼이 은별에게 길들어 주셨다.

 

선생님의 길들여짐엔 편애가 없다. 버릇없어 보이는 불끈왕자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선생님을 늙은 쌤이라 까불고, 백원만! 하는 모습은 너무 능구렁이 같다. 게다가 반말에 가까운 말투란! 하지만 불끈왕자에게도 나름 억울함이 있단다. 불끈왕자는 일기장에 선생님에 대한 불만을 길게도 늘어놓는다.(와중에 우리 아이는 얘 일기 엄청 길게 잘 쓴다고 감탄). 그리고 일기장에서 선생님과 불끈이의 대화로 갈등이 풀리는 모습으로 이야기는 끝나는데 선생님의 “나 오백 원만”으로 선생님, 불끈왕자, 독자는 빵 터지고야 만다.

자기가 불끈왕자처럼 했다가는 아마 선생님께 멍이 들도록 맞을 것 같다는 아이의 말처럼 현실적으로 공감은 되지 않았지만 사제간 끈끈하고 유쾌한 정은 부럽게 느껴졌다.

 

똥찬수탉은 놀기대장 똥찬이와 2학년 3반 친구들 이야기이다. 똥찬이의 노는 모습을 보면 이 세상에 놀기 위해 태어난 것 같다. 늘 새로운 놀이를 찾아 하며 아이들은 늘 새로운 즐거움을 경험하고 늘 새로운 상상력을 펼친다. 털보선생님의 말처럼 별짓 다하고 논다.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지켜보시는 털보선생님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모두 지어낸 이야기라고는 믿기 힘들만큼 놀이가 생생하고 즐거운데, 작가님이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실제 작가님이 털보선생님을 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저런 과정을 함께 겪으며 서로를 길들이고 편안하게 익숙해져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운 이 아이들은 분명 행복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 모두의 모습이면 좋겠다.

 

아이가 이 책을 더 좋아했던 건 은별, 불끈, 똥찬이처럼 자기도 2학년 3반이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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