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씨 뭐 하세요? 길벗어린이 저학년 책방 15
레너드 케슬러 글.그림, 서애경 옮김 / 길벗어린이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열 살 아이는 책을 발견하자마자 후루룩 혼자서 읽고 저는 일곱 살 둘째와 같이 읽었어요. 

책표지를 보며 “누가 소나무씨일까?”물으니 칠을 하고 있는 아저씨를 가리킵니다.

다시 “소나무씨 뭐하세요?” 물어보니 아이가 대답하네요.

“물감칠하고 있어요.”

 

포도나무 길에는 작고 하얀 집 오십 채가 한 줄로 죽 있어요. 모두들 똑같은 집이었지요. 소나무씨는 집을 눈에 잘 띄도록 소나무 한 그루를 심었어요. 자신의 이름과도 잘 어울려 더욱 만족스러웠지요. 그런데 다음날 보니 소나무씨의 소나무를 칭찬하던 이웃들의 집에도 모두 소나무가 심어져 있었어요. 소나무씨는 소나무 옆에 떨기나무도 심어 보았지만 이내 곧 이웃들의 집도 같은 모습이 되어 버렸어요. 이번에는 보라색으로 집을 칠하기 시작하는 소나무씨, 소나무씨는 과연 소나무씨만의 개성 있는 집을 갖게 될까요?

 

[소나무씨 뭐하세요?]는 간결한 그림과 글로 저학년이 읽기에 ‘딱’일 뿐더러 유치원 아이들에게 읽어주기에도 부담이 없어 좋아요. 반복되는 구조로 다음의 내용을 짐작하는 재미가 있고, 마지막장면까지 호기심으로 책장을 넘기게 해 줍니다.

 

포도나무길의 똑같은 집 오십 채, 그리고 소나무씨 집의 변화를 따라하는 이웃들은 교실 안에 줄 맞춰 앉은 우리 아이들을 떠오르게 합니다. 하루 일과 중 많은 시간을 보내는 그 공간에서 아이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이해되고 개성을 존중받기보다는 교육이라는 명목 아래 획일화되기 쉬운 것이 현실인 것 같아요. 그저 자리에 바르게 앉아 있는 아이, 어른들의 말을 잘 듣는 아이들은 인정과 칭찬을 받지요. 멀리가지 않고 저만 보더라도 가끔은 아이들의 튀는 행동들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행동거지뿐만 아니라 조금 다른 옷차림을 하려고 할 때도 설득하며 허용하지 않을 때도 있지요. 반복되는 이런 어른들의 요구와 압박이 소나무씨의 이웃들을 낳은 걸까요.

페인트 가게 들이대씨의 모습은 또 어떤가요. 보라색을 달라고 하는데도 초록색을, 빨간색을 골라 주고 심지어 하얀색을 권하기까지 합니다. 현재 집의 색깔이 하얀색인데 말이에요. 또 소나무씨가 보라색으로 페인트칠을 할 때는 왜 그리도 방해가 많은지요. 우리도 말로는 상대의 개성을 존중한다 하지만 그들만의 색깔을 인정해주려는 태도는 부족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자신만의 색을 지닌 소나무씨의 집이 더 의미있어 보입니다.

건강한 숲에는 여러 식물들이 섞여 산다고 하지요? 반드시 남들과 달라야 하고 튀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나의 참모습은 억누르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또한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마음의 여유와 관용도 필요할 것 같아요.

 

이 책은 1965년 첫 출간 이후 책이 절판되었다가 독자들의 요청으로 재출간, 그리고 올해 출간 50주년에 우리나라 어린이들과 인연이 닿은 거라고 하네요. 간결하지만 여러 생각거리를 주는 [소나무씨 뭐하세요?].  미국 어린이문학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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