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빈스타인은 참 예뻐요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8
펩 몬세라트 글.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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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표지의 강렬한 색감 그리고 루빈스타인의 눈빛과 마주쳤다면 누구라도 이 그림책의 책장을 넘기지 않고는 못배길거에요.

 

루빈스타인의 눈은 보석처럼 빛나고 코는 조각처럼 오똑해요. 손은 새처럼 우아하고 섬세하고, 걷는 발은 춤을 추는 것 같지요. 루빈스타인은 예뻐요. 하지만 아무도 몰라요. 왜냐하면 사람들은 루빈스타인의 수염만 보기 때문이지요.

루빈스타인이 공원벤치에 앉아 비둘기 먹이를 주고 있을 때에도 저 멀리서 산책하는 남자, 유모차를 미는 여자, 줄넘기하는 아이도 놀란 표정으로 루빈스타인을 구경하듯 보고 있어요.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루빈스타인의 모습은 다정하고 예쁘지만 모두들 그녀의 수염만 보고 있지요. 파블로프만 빼고요!

루빈스타인의 옆에 다가와 앉은 남자는 루빈스타인의 작고 예쁜 발을 봅니다. 먹이를 주는 고운 손을 보았지요. 루빈스타인 역시 파블로프의 우아하게 다리를 꼰 모습과 지팡이를 잡고 있는 모습을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둘은 사랑에 빠집니다. 서로의 마음을 보았기 때문이에요.


빈 벤치가 쓸쓸하지 않고 이렇게 따뜻할 수도 있네요.


 

맨 처음 미리보기로 만난 루빈스타인의 수염은 헉~하고 놀랄만큼의 큰 반전이었어요. 그리고 머플러인 듯한 무언가로 무엇인가를 숨기는 듯한 파블로프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코가 길쭉할 것이다, 입이 비뚤어졌을 것이다 하며 마구마구 상상의 나래를 펼쳤는데 두 번째 반전역시 루비스타인의 수염 못지 않은 놀라움을 줍니다.

이들의 독특한 외모를 보면서 아이들이 깔깔깔 웃을 거라 예상했는데 일곱 살 둘째아이도 꽤 진중하게 보았어요. 그리고 책을 본 느낌을 이렇게 말했지요.


‘친구가 이상하게 생겼어도 놀리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야 해요.’

큰 아이는 수염을 깎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자기같으면 겉모습을 바꾸려고 노력해보겠다고 하네요.

 

루빈스타인과 파블로프의 만남이 따뜻하고 아름답지만 저는 파블로프의 외모가 독특하지 않고 좀 더 평범한 모습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음의 상처가 있는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끼리의 만남보다는(물론 결점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두 주인공의 독특한 외모가 극대화된 모습만 보았을 때) 파블로프가 평범한 모습이었다면 그 의미가 더욱 잘 전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봤어요.

 


책을 선물받고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루빈스타인은 참 예뻐요’는 단 한번도 책장에 꽂히지 않고 가장 가까운 곳에 두고 보고 있답니다. ‘루빈스타인은 참 예뻐요’가 정말 예뻐서요.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의 외모가 아니라 그 사람은 무엇을 보고 있는지, 그 사람의 손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 사람의 입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잘 들여다봐야겠어요. 함부로 세상의 잣대를 휘둘러 소중한 것들을 놓치면 안되니까요.


북극곰 그림책들의 숨은 이야기를 보면 인연을 참 소중히 여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책이 더 따뜻한걸까요. 다음 책이 기대되고 궁금해지는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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