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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여행, 나쁜 여행, 이상한 여행 - 론리플래닛 여행 에세이
돈 조지 지음, 이병렬 옮김 / 컬처그라퍼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그 흔한 시골 할머니댁(?) 하나 없이 오롯이 서울에서 나고 자란 '서울깍쟁이'이자 '서울촌놈'이었던 풋내기 대학 신입생은.
"이제 여기 아무도 나를 아는 이 없는 곳(대학)에서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다시 태어나리라."라는 포부를 안고. 가급적 공부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찾아 헤메이다가, 결국 머물게 된 곳이 한 여행써클이었으니.
그 곳의 모토는 여행이 없을때는 술과 당구요. 여행을 가서는 금주와 생고생이었다.(그들은 그것을 낭만이라 불렀다)
당시의 가난한(?) 대학생들의 여행지는 주로 국내의 산과 섬이었다. 추억을 만든다는 미명하에 말도 안되는 게임과 무모한 장난과 고생을 일부러 사서하던 철부지 녀석들. 아마도 요즘 TV 속의 '1박2일'이 그 시절의 여행형태와 가장 가깝지 않나 싶다.
무릇 여행이라는 것이 10명이 함께 가면, 10가지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만큼 변화무쌍하고 주관적인 것이라서, 각자 마음에 드는 만큼의 각색과 윤색을 거쳐 개성있고 과장된 여행담이 탄생하기 마련이다. (그래도 군대얘기보다는 덜하지만) 이 책에 실린 31가지 이야기도 다소간의 과장과 미화가 있을 것을 기대하고 즐겁게 읽어도 좋으리라.
그동안 써클에서 보고 들은 개성넘치고 다양한 캐릭터와 그들이 창조하는 신선하고 놀랍고 때로는 지저분한(?) 여행담에 비해서는 다소 얌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그건 내가 지나온 세월만큼 감정에 무뎌진 탓도 있을 것이다.
인도의 캘커타이건 한국의 월출산이건 간에, 아무리 고생스럽던 순간도 지나고 나면 웃어 넘길 수 밖에 없는 추억이 되는 것이 여행이니. 그 짧은 시절에 공부할 시간을 쪼개서(?) 부지런히 쌓아놓은 여행의 추억들이 없었다면 이후의 삶이 얼마나 더 건조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