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 인구의 절반이 굶주리는 이유에 대해 지글러는 아들과 묻고 대답하는 형식으로 글 전체를 이끌어 나간다. 쉽게 그리고 친절하게 굶주릴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말해주지만, 읽고 있는 중간중간 울화통이 치미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는 그 이유를 국가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다국적기업의 세계적 기업관과 그것을 묵인하고, 강요하는 미국의 신자유주의 때문이라고 말한다.

미국의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폐해를 결국은 국민들이 내지는 전 세계 약소국가들이 책임져야 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작가는 1999년에 이미 예견했다는 것이다.

장 지글러는 1934년 스위스 툰 출생으로, 제네바 대학 교수를 지냈고, 실증적인 사회학자로 활동하는 한편, 2000년부터는 유엔 인권위원회의 식량특별 조사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글을 읽다 보면, 미국이 적국으로 내지는 위험국으로 명명한 나라들이 굶주림에서 벗어나고자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거기엔 여지없이 미국의 방해공작이 뒤를 잇고 있다.

그리고, 과거 프랑스나 영국의 식민지 지배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지도자들과 부패 관료들이 결국은 지구의 절반을 굶주리게 하고 있다고 지글러는 말한다.

그 한 가지 충격적인 예를 들자면, 칠레의 좌파 동맹인 아옌데가 대통령이 됐을 때, 그는 자신이 내건 공약을 실천에 옮기기로 한다. 바로, “15세 이하의 모든 어린이들에게 하루 0.5리터의 분유를 무상으로 배급하겠다는 것이었다. 소아과 의사 출신인 아옌데는 유아기의 비타민과 단백질 부족이 가져오는 건강문제를 잘 이해하고 있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분유와 유아식을 판매하여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던 다국적기업인 네슬레를 상대로 그의 뜻을 전달했지만, 관철되지는 못한다.  우유 공장을 경영하며 목축업자들과 독점계약을 맺고 있던 판매망까지 장악하고 있던 레슬레는 제값을 주고 우유를 공급해 달라는 아옌데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당시 미국의 닉슨 대통령과 그 보좌관인 헨리 키신저가 아옌데 정권의 사회주의적 개혁 정책을 꺼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외국 의존도를 벗어나 자주 독립의 길을 가려는 칠레정부는 그때까지 미국의 국제기업들이 누려온 많은 특권들이 침해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제길아이들에게 줄 우유 하나 공급 받는 게 그렇게 힘든 것인 줄 처음 알았다.  공짜도 아니요, 제값 주고 팔라는 것인데도, 싫다니 말이 되는 것인가?

이후, 미국은 피노체트 정권을 내세워, 아옌데 대통령과 그 추종자들을 대통령궁에 몰아넣고 살해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조차도 미국의 입맛에 맞고 안 맞고에 따라 목숨이 오락가락 할 수 있다니 정말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예는 이것 말고도 많다.

지글러는 이렇게 말한다.

인도적 지원의 효율화를 꾀하는 동시에 원조를 받는 상대국들이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정부의 기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와 부패한 현 체제를 변화시키는 개혁 없이는 기아를 해결 할 수 없다고 말이다. 결국 무조건 적인 원조는 무의미하며, 원조를 받는 나라의 지배자들이 기아에 대한 각성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 나라 아이들도 굶주리는데 아프리카가 웬 말이야? 했었다.

어찌 생각하면, 나 또한 안방에서 기존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를 지배했던 지배자들의 방관자적 시각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 배만 부르면 상관없다는 극 이기주의적인 자만까지….

좀 전까지 뭔가 특별 난 게 먹고 싶다던 내 생각이 부끄럽기만 하다. 다시 잠깐의 생각으로 잊혀지겠지만, 네슬레는 절대 먹지 않으리라는 결심만은 확고하다.. 젠장

 
아프리카나 인도 동아시아의 기아에 대한 참상에 대해 좀더 알고 싶으신 분들은 김혜자씨가 쓴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를 읽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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