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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스틱 정글 1
캔디스 부쉬넬 지음, 서남희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미완의 즐거움은 이런 걸 두고 얘기한다.
사실 이 책은 2편이 궁금하지가 않다. 이 말은 '1편만으로도 충분히 전달이 가능한 스토리'라는 말도 되지만, 이 이후의 얘기가 내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거란 생각에서이기도 하다.
TV방영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섹스 인 더 시티]의 작가라 그런지 내용 전체가 익숙하다. 성공한 뉴요커 여성들의 일과 사랑얘기...
이전 작품과 좀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책은 사랑보다는 사회적인 지위과 자신의 일을 더 중요시하는 여성 - 웬디, 니코, 빅토리 - 을 만날 수 있다는 것과, 이들이 여권 시장을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쓴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페미니스트'의 전형적인 완악적인 모습을 삽입했으나, 어설픈 흉내내기에 그쳤기에 아쉬움이 남았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성공이라는 부르는 모습의 그 이상을 달리고 있으나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들의 일에 도전하고 매진한다. 그도 그럴것이, 40대에 성공을 이룬 남성들은 그 자리에 머무른다고 해서 뒤쳐지거나 실패할 가능성을 스스로에게 쥐어주지 않는다. 물론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여성은 좀 다르다는 것-. 잠시라도 엉덩이를 붙이고 머무르고 싶어 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리면 이 '실패'라는 놈이 슬며시 다가와 다신 일어서지 못하게 바닥에다 강력접착제를 발라놓고는 여성이 앉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리곤 어깨를 눌러 다신 일어서지 못하게 해놓을려고 덤벼든다.
적들은 도처에 널렸다. 누구에게도 지는 걸 참지 못하는 능력있는 여성들에게도 적들은 존재한다. 그게 바로 남성들이다.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는 여성들의 발목을 붙드는 것이 대부분 차별적 존재에 대한 평가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경험으로 알고 있다.
거기에 반기를 든 주인공들의 일과 사랑을 막힘없는 글로 풀어나가고 있는 이 책은 유쾌하기도 하거니와 재미있다.
그렇다고 해도 예전부터 구별되어져 왔던 성(性)의 역할은 변함이 없기에, 이에 계속된 갈등과 불안은 존재한다.
그리고 여성들이 느끼는 '사랑'에 대한 원천적인 반응은 성공한 여성이든, 그렇지 않은 여성이든 비슷하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가 되든 이 책이 해피엔딩을 지향하고자 한다면, 여성들의 선택은 언제나 하나다. 굳이 내 입을 빌려 얘기하지 않아도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다 알거라 생각한다.
물론 내 예상과 빗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빗나감'을 기대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완독해 볼 것을 권한다. 사실 나 역시도 내심 그걸 바라고 있음을 부인하진 않겠다^^
*** 이 구절 ***
사랑은 예고없이 온다. 드라마에서 흔히 보듯이...?
(p.205) 네가 그를 좋아한다고 느낄 때, 그가 괜찮은 사람, 아니 어쩌면 그것보다는 좀 나은 사람이 아닐까 싶을 때 도는 그가 어쩌면 매우 남다르다고 문득 깨달았을 때 그 남자에 대해 갖게 되는 따스하고, 몽롱하고, 사랑스런 감정 말이야. 그건 크리스마스 같은 기분이야. 마음 속은 아늑해지고, 밖을 보면 모든 게 예쁘고 반짝거리는 기분.
실패에 대한 두려움 혹은 성공을 향한 갈망?
(p.322) 멋진 초록색 스윙코트를 입은 스물다섯 살짜리가 되는 건, 걱정 근심 하나없는 그 나이가 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다. 다시 성공을 해야 하며, 필사적으로 자기 안 깊숙이에서 영감을 끌어내고 실패를 감수해야 하는 그 어지러운 중압감이 없는 나이가 된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