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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전쟁 - 불륜, 성적 갈등, 침실의 각축전
로빈 베이커 지음, 이민아 옮김 / 이학사 / 2007년 2월
평점 :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 그냥 계속된 질문만이 남을 뿐이었다.
아버지의 딸이 진짜 내가 맞을까? 혹은 내가 아버지라 부르는 사람이 진짜 내 아버지인가?
항상 이 두가지 질문을 내게 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하지만 질문의 주는 후자쪽으로 기울었다. 아빠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어떻게든 주체는 내가 되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당신의 딸이건, 아니건 간에...
성 생물학자에게서 나온 얘기치고는 사실 무척 파격적인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사회에서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섰던 책 내용으로 첫 출판된 90년대에 미국사회에서도 이 책은 인정받질 못했었다고 저자는 서문에서 밝히고 있었다.
하지만 사회의 통념과 라이프 스타일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지금은 오히려 생물유전학의 지식이 전무한 사람들에게 기우가 되어주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절판되었던 이 책이 다시금 개정판으로 출간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 않을까?
하지만 여성으로서, 아이를 출산하는 엄마로서 이 책을 접하는 독자들에겐 약간은 거부감을 주고 있진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너무 적나라하게 여자와 엄마를 고발하고 있다.
사랑이 아닌 섹스와 종족보존본능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 집착하는 여자가 남자의 종족보존본능의 기대와 대립되는 행동을 하고, 이를 불륜으로 싸잡아 버리는 식의 글에서 심한 거부감을 일으키는 것이다. 물론 충분한 실험과 구체적인 통계, 인터뷰 내용으로 지루하지 않게 접근하기 위해 노력했음을 인정한다. 그리고 사실 이런 부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그나마 재미있게 읽었다.
앞 부분에 보면 정자전쟁에 대한 설명부분이 있는데, 사실 이 부분이 가장 흥미진진했다.
사람들이 치르는 전쟁을 똑같은 방법으로 치르고 있는 정자들과 그 장소를 제공하는 여자의 몸에 대한 구조적 설명, 각자가 맡은 바를 다하는 전쟁의 묘미 등을 리얼하게 전해 준다.
한가지 아쉽다면, 이러한 구조적인 장면과 설명들이 그림으로 좀 더 구체화 되었으면 어려운 내부기관 용어들과 그 과정들이 좀 더 가깝게 다가오지 않았을까하는 것이다.
우리 몸의 내밀한 비밀과 궁금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읽어볼 것을 권한다.
*** 여러 인터뷰를 통해 내놓은 장면(사례, 예시) ***
장면에 번호를 부여한 스토리를 들려준다.(장면1...) 이는 물론 설명부분을 돕기 위한 예시로, 학문적인 내용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게 도와준다.
하지만 역시 모든 설명부분을 뒷받침해주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설명 중간중간에 앞에 장면으로 넘겨가며 이해하게끔 해놓아서 차라리 이 부분을 없애고 페이지 수를 줄이는 게 어떻게 보면 더 낫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