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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말로 좋은 날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평점 :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 없다'란 옛말을 확인해 보는 경우가 흔한 요즘, 불행하게도 '성석제'라는 존재가 그런 멍에를 쓰게 되어 '옛말하나 그른게 없다'라는 나의 충성스런 고집으로 이제껏 한번도 조우해보지 못한 작가명단에 올라 있었다.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작가이자, 비평가들 사이에서의 평가 또한 좋았기에 아마 그 명단에 올랐을 가능성이 높았을 터였다.
그런 나의 사고를 바꿔준 계기가 영광도서에서 열렸던 성석제 독서 토론회였다. 이런 문화행사에 한번에 참여한 적이 없었던지라 한번쯤은 경험해봐도 괜찮을 것 같았다. 좀 더 솔직히 얘기하자면 잿밥에 관심이 더 있었다는 걸 밝혀야겠다. 참석자 중 추첨을 통해 도서와 문화상품권을 준다는 소식에 귀가 번쩍했던게 사실이었으니...
하지만 이런 불순한 의도로 참석한 자리에서 난 소탈하고 작품에 대한 꾸밈없는 애정을 표현하시는 성석제님(이제부턴 존칭을 붙여야 한다는..^^)을 뵐 수 있었다.
강연내내 필기하느라 바쁜 나머지, 성석제님 얼굴을 제대로 몇 번이나 봤을까?(꼭 공부못하는 애들이 이런 행동을 한다.ㅋ) 짧지만은 않았던 1시간 30분이 훌쩍 지나갔다.
경품추첨이 있었지만, 책은 당첨되지 못했다. 그래서 얼른 밖으로 나가 도서를 구입해 성석제님 앞에 가 섰다. 싸인을 받기 위해 내미는 내 손이 약간은 떨렸다.
집에 오자마자 책을 펼쳤다. 강연내내 들었던 내용들이 실려 있었다. 하지만 토론에서 느꼈던 책의 느낌은 줄거리만 비슷하지 완전 달랐다. 뭐, 희극에서 비극으로 돌아섰다는 둥, 첫 질문부터가 그러했었는데, 난 도대체 어디가 비극이란 건지 모르겠다.
물론 책 속 주인공이 동정을 살만한 일들을 겪긴 했다. 하지만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참말로 좋은 날을 얘기한다. 내 이런 주장을 어이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차피 우린 매일을 참말로 좋은 날을 살고 있지 않은가? 어쩌다 한 번, 인생에 있을 힘든 일을 다시 참말로 좋은 날을 위해 앞서 겪는 것 뿐이다.
이 책은 여러편의 중.단편을 모은 책이다. 책 속에선 죽음을 마주하는 이도 있고 난세에 힘들어 하는 이도 있다. 그리고 곤경에 처한 이와 세상의 덧없음을 경험하는 이도 등장한다.
하지만 죽음이 불행하다고 단정짓는 것이 결코 '참'은 아닐 것이며, 주변 인물들과의 갈등, 혼란이 정작 자신의 행동의 단서는 아닐 것이다.
이는 참말로 좋은 날의 매번 일상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경험했을 때 나오는 감정결정에 대한 실패이자, 부재일 뿐이다.
토론회에서 성석제님이 밝혔듯이, 이는 꼭 비극을 얘기하고자 함은 아니었을 것이다. 특별하다고 생각되어지는 사건에 대한 기사거리가 성석제님 소설의 소재가 되었음을 작가는 얘기했었다.
지금 사회는 매일 일상은 그냥 그런 날로 평가하면서, 특별한 불행에 대해선 크게 떠들어대고 이것을 기사화하고 이슈화하고 있다. 이런 우리의 모습들을 우숫개소리로, 그렇지만 가볍지 않게 얘기하고자 함은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다음 성석제님의 작품이 벌써 기다려진다. 다음 작품에선 사람들이 말하는 희극을 쓰실까 내심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