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사람이 있었다. 자신의 몸에서는 향기하나 안나면서 모든 향기는 기가막힐 정도로.. 아니, 그 이상으로 구별해내고 스스로 창조해내는. 역겨운 천재였다. 10년만에 양장본으로 나왔다. 향수라는 책. 누구나 향수라는 제목의 소설을 본다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내는 단어 향수를 떠올릴 것이다. 나도 물론 그러했다. 그러나 원 제목은..Dar parfum..향수...바로 향기가 나는 물. 향수였다.

황당한 내용의 연속이었다. 향수의 창조를 위하여 살인을 저지르는 그러한 미치광이. 냄새로 사람을 알아낼 정도.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사생아. 어머니를 참수시켰고, 그와 같이 지냈던 사람들은 온통 비극적 최후만 맞이했다. 하늘의 뜻이었나? 문득 이 소설을 읽자 향기가 떠올랐다. 말로 표현 못 할 아득한 향기가... 온 머리를 쥐어 뜯으며 향기를 알아보려고도 하지만 그저 후각을 자극하는 하나의 분자덩어리 였을 뿐이다. 이러한 인간 본연의 활동이 자기 모든 행동의 철학이 되어버린 천재. 그가 바로...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파트리크 쥐스킨트. 내가 가장 최근에 읽은 그의 작품은 좀머씨 이야기였다. 동화처럼 가볍고 즐거웠다. 그냥 아련한 어릴때의 추억이 떠오르는 듯 하였다. 표지를 펴는 순간부터 알 수 없는 영원의 암흑으로 빨려드는 이 책과는 달리.... 좀머씨 이야기에 있던 그의 사진은 어린 마음으로 고민을 하는 표정이었다. 마치 왜 하늘은 파랄까? 이렇게 묻는듯이. 같은 사진이지만 향수에 있는 사진은 다르다. 마치 온 몸의 살인자적인, 광적인 무엇인가가 보인다. 그의 눈은 변함 없지만 이번엔 그의 생각을 읽을 수가 없다. 과연 무얼 생각하는 걸까?

향수... 영원히 사람과 함께하는 그런 것도 아니다. 그저 몇분 뒤에는 알콜과 함께 휙 날아가 버리는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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