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괴담

우중괴담 ㅣ 스토리콜렉터 104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2년 11월

비가 오는 날에는 읽지 말라고 해서 비 오는 날 읽고 싶었던 책이다.

아쉽게도 비오는 날 읽을 수 없었다.

가제본 책이어서 회색빛 표지에 글씨가 인쇄되어 있다.

실제 출판될 책의 표지도 멋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회색빛 표지가 이 책과 더 어우러지는 기분이다.

이 책에는 다섯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일곱 살 때 시골집에 보내져 일곱 밤을 집안에 갇힌 채 보내며 겪은 이야기를 담은 은거의 집

불행을 예고하는 그림을 그리는 아이와 그 아이의 담임의 이야기를 담은 예고화

종교시설의 겨비원으로 근무하다가 경험한 이야기를 담은 모 시설의 야간 경비

할머니의 부탁으로 시골의 어느 저택을 찾았다가 알 수 없는 것을 불러내고 만 이야기를 담은 부르러 오는 것

그리고 비오는 날마다 나타나 괴담을 들려주는 가족을 만난 이야기를 담은 우중괴담.

현실과 가상이 뒤섞인 이야기가 나를 으스스한 기분속에 가둔다.

괴담 이야기를 듣고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하지 말라는 거 안했으면 이럴 일도 없잖아.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그래서 왜 그랬던 건데.

이 책 또한 다른 괴담이야기처럼 그래서 왜 그랬는지, 어떻게 됐는지 명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더 으스스한 기분이다.

이 이야기가 지금도 끝나지 않고 이어지고 있을 것 같아서.

영화로 치자면 귀신 갑자기 튀어나와서 놀래키는 공포 영화가 아니라

귀신은 나오지 않지만 으스스하게 나를 옥죄는 느낌의 영화다.

오랜만에 전작을 전부 찾아서 읽고 싶은 작가를 만났다.

*서평단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모락모락

모락모락 - 우리들은 자라서
차홍 지음, 키미앤일이 그림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문학동네 블라인드 서평단으로 읽게 된 책이다.

작가님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로 읽었다.

처음엔 누군지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그래서 이 책이 머리카락 시점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던 걸까.

제목이 참 잘 어울리는 책이다.

모락모락.

한장 한장 넘어갈 때마다 나이를 먹는다.

어린아이였다가,

교복을 입고,

독립을 하고,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고,

할머니가 되고.

엄마가 만든 배냇머리 붓.

다시 그 옛날 붓 머리카락처럼 보드랍게 변할 때까지.

한장 한장 넘어갈 떄마다 따뜻함도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방구석 뮤지컬

방구석 뮤지컬 - 전율의 기억, 명작 뮤지컬 속 명언 ㅣ 방구석 시리즈 1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2년 10월

뮤지컬을 정말정말 좋아하는, 공연장을 자주 찾아가는 사람들보다는,

뮤지컬을 잘 모르거나, 한두 편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뮤지컬 입문서이다.

유명한 뮤지컬부터 조금은 생소할 수 있는 뮤지컬까지 총 30편의 뮤지컬들을 크게 5가지 주제로 나누어 해당 작품의 줄거리와 넘버 등을 소개하고 있다.

뮤지컬에 대한 저자의 감상이 최소한으로 담겨져 있어 그 뮤지컬에 나만의 감상을 느껴보게 하는 건 좋았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줄거리에 치우쳐 있어 해당 뮤지컬의 비하인드라거나 에피소드 같은 것들을 기대했던 나에게는 조금 아쉬운점이 없진 않다.

읽으면서 난 정말 뮤지컬에 관심이 없는 편이었구나. 라고 느꼈다.

30편의 뮤지컬 중 실제로 본 것은 지킬 앤 하이드뿐이고,

줄거리와 유명한 넘버들까지 알고 있는 작품들도 한손에 꼽히고,

대부분은 제목만 알고 있거나,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것같은 넘버이거나, 아니면 아에 처음 들어본 작품이다.

뮤지컬에 대해 거리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많다.

뮤지컬 보러가는 시간, 거리, 예매의 번거로움, 그리고 비싼 비용 등등...

이런 여러 진입장벽들 때문에, 뮤지컬에 대해 가지고 있던 거리감을 조금이나마 좁혀준다.

책을 읽고, 책에 있는 큐알코드를 이용해 넘버를 들어보고 하다보면 직접 가서 보고싶은 뮤지컬이 생기지 않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별빛 사윌 때

별빛 사윌 때
최시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9월

멸망한 백제의 무사 물참의 사흘간의 여정을 그린 책이다.

백제 멸망 660년

고구려 멸망 668년

주류성 복신, 도침

임존성 흑치상지, 지수신...

시험을 위해 마냥 외우기만 했던 6세기 말 7세기 초.

국사시간 삼국통일 과정으로 간추려지는 시기.

하지만 그때의 사람들에게도 간추려지는 시기겠는가.

물참과 백제 백성들에게는 '남의' 전쟁에 끌려다니며 겪어야 했던 혼란의 시기다.

서자인 물참, 적자인 형.

멸망한 백제 땅에서 살아갈 방도를 끈질기게 모색한 물참과

당이 설치한 도독부의 높은 벼슬아치가 된 형.

백제의 원수였던 신라와 연합하여 나당의 전쟁터로 떠나는 물참과

왜국으로 도망치는 형.

조국을 멸망시킨 적과 손잡기까지 물참의 고난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려진다.

p.255 우리 처지가 정말 묘하구나! 이번 싸움에 이긴다면 신라군에 섞여 사비성으로 들어갈 텐데, 그러면 우리는 나라가 망할 때하고 완전히 뒤바뀐 자리에 서게 될 것이다. 참으로 그때 옛날을 생각하면, 백제사람 그 누군들 마음이 아프지 않겠느냐?

p.149 나라는 허공에 지은 성이었다. 땅과 거기 기대어 목숨을 잇는 백성은 여전히 있지만, 백제는 허공에 있다가 허공으로 흩어졌다. 지금 과연 '백제국'은 어디 있으며, '백제 사람'은 누구인가?

'별빛 사윌 때'는 어둠이 잦아들고 먼동이 트는 때이다.

역사적으로는 결과를 알고 있다.

그렇지만 역사서에 없는 이들에게는, 물참에게는,

어둠이 찾아들고 먼동이 터 왔을까.

그리고 지금은...

*서평단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가의 방

작가의 방
알렉스 존슨 지음, 제임스 오시스 그림, 이현주 옮김 / 부키 / 2022년 10월

글로 보는 브이로그.

글로 보는 왓츠 온 마이 데스크.

작가들의 방을 크게

홀로 영감에 귀 기울이는 곳

추억과 개성이 가득한 곳

온 세상

자연이 말을 걸어오는 곳

자신만의 스타일로 고집한 곳

으로 구분해 두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타자기

제인 오스틴의 문구함

주디스 커의 다락방

아서 코난 도일의 파카 듀오폴드 만년필

비어트릭스 포터의 원목책상

50명의 작가들의 공간과 그들의 습관, 도구, 루틴을 엿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며 작가들의 공간을 머릿속으로 그려봄과 동시에

나만의 방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버지니아 울프는 <위인들의 집>에서, 집과 방은 사람의 성격에 큰 영향을 미치니 누군가를 자세히 알고 싶다면 전기를 여러 권 읽는 대신 그가 살던 집을 한 시간 둘러보라고 했다고 한다.

p.11 작가의 공간을 방문하는 것은 곧 작가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책장에 꽂힌 책들을 살펴보고, 마치 방금 전까지 앉아서 글을 썼던 듯 작가의 숨결이 느껴지는 책상에 앉아 봅니다. 친구의 집을 둘러보는 것도 흥미진진한데, 제임스 본드가 탄생한 방에 있는 의자에 앉는다면 얼마나 신날까요?

작가들의 공간에 직접 가보면 더욱 좋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갈 수 없으니 

이 책으로 나를 그 공간에 보내본다.

*서평단 활동으로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