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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사윌 때
최시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9월
평점 :

멸망한 백제의 무사 물참의 사흘간의 여정을 그린 책이다.
백제 멸망 660년
고구려 멸망 668년
주류성 복신, 도침
임존성 흑치상지, 지수신...
시험을 위해 마냥 외우기만 했던 6세기 말 7세기 초.
국사시간 삼국통일 과정으로 간추려지는 시기.
하지만 그때의 사람들에게도 간추려지는 시기겠는가.
물참과 백제 백성들에게는 '남의' 전쟁에 끌려다니며 겪어야 했던 혼란의 시기다.
서자인 물참, 적자인 형.
멸망한 백제 땅에서 살아갈 방도를 끈질기게 모색한 물참과
당이 설치한 도독부의 높은 벼슬아치가 된 형.
백제의 원수였던 신라와 연합하여 나당의 전쟁터로 떠나는 물참과
왜국으로 도망치는 형.
조국을 멸망시킨 적과 손잡기까지 물참의 고난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려진다.
p.255 우리 처지가 정말 묘하구나! 이번 싸움에 이긴다면 신라군에 섞여 사비성으로 들어갈 텐데, 그러면 우리는 나라가 망할 때하고 완전히 뒤바뀐 자리에 서게 될 것이다. 참으로 그때 옛날을 생각하면, 백제사람 그 누군들 마음이 아프지 않겠느냐?
p.149 나라는 허공에 지은 성이었다. 땅과 거기 기대어 목숨을 잇는 백성은 여전히 있지만, 백제는 허공에 있다가 허공으로 흩어졌다. 지금 과연 '백제국'은 어디 있으며, '백제 사람'은 누구인가?
'별빛 사윌 때'는 어둠이 잦아들고 먼동이 트는 때이다.
역사적으로는 결과를 알고 있다.
그렇지만 역사서에 없는 이들에게는, 물참에게는,
어둠이 찾아들고 먼동이 터 왔을까.
그리고 지금은...
*서평단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