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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꿈 - 오정희 우화소설
오정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나의 어머니 세대에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권위적인 남성우월주의를 앞세워 여성은 집에서 가사 일을 하고 남성은 사회에 나가 직업을 갖는 것을 당연시 여겼다. 사회적 관습으로 인한 흐름때문이었는지 나의 어머니는 그런 삶을 살으셨다. 그리고 시대가 변화되었다. 여성도 사회에 진출하고 직업을 갖는 선택의 폭도 넓어졌으며 그런 시대에 나는 살고 있다. 그러나 변화될 수 없는 하나가 있었다. 그건 가족의식의 차이로 인한 부부간의 갈등과 자식간의 갈등이다. 또 그 안에서 소외되었다고 느껴지는 엄마로 아내로 지켜왔던 우리시대 어머니들의 지난 삶이 그러했다.
<돼지꿈> 책을 다 읽고 왜 제목이 돼지꿈이 되었는지 생각했다. 스물다섯 편의 단편들 속에서 가족 또는 부부간의 갈등으로 일어나는 여러가지 일들이 내 주변에 흔히 일어날 수 있고 실로 내가 겪었을 법한 소재들로 소박한 삶을 담아 내고 있다. 누구나 첫 사랑이란 애틋하고 간절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나 또한 <한낮의 산책>편에 인걸처럼 이유 모를 이끌림에 한 남자를 잠시 쫓아간 적이 있었다. 예전에 내가 알았던 잊혀져간 그 사람 아마도 단편 속에서 보여지는 인걸의 심정과 같았기 때문이다. 인걸은 첫사랑의 딸이었던 소녀를 쫓아간 것이었지만 그 소녀를 통해 첫사랑 정애를 본 것이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문장을 만들어 내는 작가의 언어표현과 필력이 돋보였다. 40년 문학 인생의 내공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책 띠지에 보면 " 단지 일상이라고 말하기엔 너무나 깊은 삶의 순간들을 포착한 언어의 앨범!" 이라 했는데 딱 맞는 표현이었다. ’ 행복하니? ..... 애 엄만 걸 어떤 뜻일까 행복하다는 뜻일까 아니면 이 마당에 와서 행,불행을 따져서 무엇하느냐는 뜻일까? ’ 가끔 생각한다. 세 아이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살아가고 있는 내 삶이 과연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던 적이 있었다. 은점이의 대답을 듣고는 한 때 내가 생각하고 고심해 보았던 문제를 ’ 애 엄만 걸..’ 이라는 말 속에 함축시켰다.
가까운 내 이웃들의 이야기 어쩌면 책 속 스물다섯 편의 이야기 중 상당수가 친한 이웃들에게 펼쳐질 삶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언제나 내 주변에 머물고 있음을 책 속 주인공들을 통해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 30대까지는 말처럼 열심히 뛰고 그 뒤로 쉰 살까지는 소처럼 참고 65세까지는 개처럼 천대받고 그 다음부터는 원숭이처럼 흉내 내면서 사는 거래." 부부로 만나 자식을 낳고 가족이라 맺어진 얽힌 실타래를 풀 때면 일확천금을 꿈꾸는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닌 간 밤에 내 꿈에 나타난 돼지꿈을 예언하며 복권으로 천년만년 부귀영화를 누려 보겠다는 삶도 아닌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만들어가는 작고 소박하지만 지금의 내 삶이 제일로 행복하고 기쁨인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내 옷에 지워지지 않는 얼룩처럼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오정희 작가의 따뜻한 생의 기쁨을 선보여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