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상계 - 근대 상업도시 경성의 모던 풍경
박상하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한달 전 엄마로부터 귀하다는 태극무늬 5푼과 10푼 우표를 받았다. 우표수집가에게 얻어 온 것이라 하셨는데 아이들 교육에 필요할까 싶어 들고 오셨다며 내게 주셨다. 우표에 표시된 금액의 단위가 "푼"이었는데 단위 산정에 감이 오질 않았었다. 책의 주요 배경이 되는 1930년대 식민지 조선에서 통용된 화폐 단위가 "푼"이었다니 책을 접하고 나서야 우표에 그려진 "푼"의 의미를 새길 수 있었다.
서울의 옛이름 경성을 무대로 펼쳐지는 백 여년 전의 풍경을 책 안에 담았다. 그 시대를 살았던 경성의 상인들부터 조선의 3대 재벌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 경제 앞에 근대화와 함께 상업도시로 변모한 경성상계 풍경을 그려냈다. 종로의 단성사가 백 여년 전에도 존재했던 극장이며 조선극장과 단성사가 경성 영화계에서 쌍벽을 이루는 관계였다니 놀라웠다. 신문의 원본을 살려 고무신 광고나 생활상 선호상품과 상점의 배경들은 이 책에서만 엿볼수 있는 최대 강점이라 여겨진다. 근대식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한 경성의 거리 모습 중에 경성부 청사가 눈에 띄었다. 지금은 전소되어 유실된 남대문 주변으로 예전에 전차가 다니고 건물들이 즐비한 사진을 보면서 감회가 새로웠다. 조상들이 남겨준 소중한 문화유산을 우리는 불과 몇 달전에 다 소실시키지 않았던가 훗날 내 아이들이 성장하여 남대문의 모습을 보길 원한다면 어렵사리 복원시킨 모형건물이거나 내가 지금 책을 통해 느끼듯 간접적으로만 느낄 수 있는 문화유산이 되어 버렸다.

<정조실록>32권을 보면 정조는 47세부터 시력이 나빠 중요 문서를 볼 때 안경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정조임금을 배경으로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하였는데 실제로 정조 임금이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옥안경이 발견되어 세간의 이목이 쏠린 적이 있다고 한다. 안경다리는 보라색 노끈에 안경테는 두꺼운 백색 옥으로 만들어진 동양적인 분위기의 안경이었다는데 왕족만이 사용했을 법한 옥안경이라니 사진으로나마 감상할 수 있음에 영광이라 여겼다. 한국형 자본의 탄생이었던 경성의 모습과 근대화와 함께 경성에 만들어진 기업과 상계의 생상한 기록은 피 땀흘려 이루어낸 옛 성인들의 생생하고도 치열한 기록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의 배경이 되었던 구한말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일제강점기가 배경이 되었는데 그 당시 실렸던 신문기사의 원문이나 당시의 생활상을 느낄 수 있는 경성 곳곳의 사진을 통해 타임머신을 타고 옛 서울을 여행하고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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