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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세트] [GL] 그대가 있음에 (총2권/완결)
투구 지음 / 나이츠문 / 2018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소설의 여러 장르중에서 나는 시대물을 좋아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역사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나의 얄팍한 상식과 비교해 오류가 나온다면 소설 흐름이 끊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성의 위치가 너무 극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피할 수 있으면 피한다. 하지만 GL 장르는 적고 내가 읽을 수 있는 소설이 적기 때문에 나는 이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재밌다. 더 스토리를 풀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시대물과 GL 장르의 재미를 잘 추구했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호기심이 많은 소녀 경이는 기집아이라는 성별으로 배우고 싶은 글도 배우지 못하고 듣고 싶었던 대학자의 강연도 놓지게 된다. 그러는 와중에 대학자의 딸인 아란과의 첫만남을 가진다. 그 후에 글을 계속 배우고 싶었기에 남장을 하고 향교에 들어가 공부를 하고 훗날 도성에 가면서 다시 아란을 만나고 경이는 계속 아란에게 호감을 표시한다. 그런데 이 호감이 성적인 호감은 아니지만 계속 흔들리는 아란을 보면서 빨리 넘어가라 넘어가라는 심정으로 경이를 응원했다.
기방에 가면 기생들에게 손 한번 대지 않고 시 한편 써주면 기생들이 상상병이 걸릴 정도라고 하니 경이의 인기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그 소식을 들은 아란은 자수를 짜다가 바늘에 찔리고 자신도 모르게 '미친건가, 기방엔 왜 가는데?' 라고 질투를 하는 장면에는 어서 빨리 자신의 감정을 깨닫길 바랐다.
그렇게 서로에 대해 감정의 서사를 쌓는 중에 왕세자빈의 간택에 아란이 후보로 가게 되며 그렇게 둘의 인연은 끝나는 줄 알았는데, 다행히 아란은 궁에서 쫓겨나고 아란이 경이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아는 아란의 어머니는 아란의 마음을 한 발자국 나아가게 도와주셨다. 그렇게 경이와 아란은 혼인을 하게 되는데 이게 1권 분량이라 뒷 부분엔 어떠한 내용이 나올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보통 나는 소설을 읽을 때 주인공들이 사랑을 하고 고백해 연인관계가 되면 흥미가 팍 식는데 이 소설은 그러한 마음보단 기대감이 앞섰다.
둘은 결혼을 했지만 대쪽같은 아란은 그 마음을 경이에게 잘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슬퍼하는경이의 말은 내가 이 책에서 좋아하는 구절 중 하나이다.
"이 마음만으로는 안되나요."
"......"
"그래서 저에게 마음 한 칸 내어주시는 것도 그리 주저하십니까."
경이의 애절함이 어찌 이리 한자 한자 내게 울려퍼졌는지 모르겠다. 둘은 분명 혼인을 했는데 애달파 하는건 경이뿐이니. 하지만, 아란도 경이를 좋아하고 있었고 이 후로 둘은 서로 처음 연애하는 커플처럼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인다. 얼마나 흐믓하게 그 둘을 바라본지 모르겠다.
이제 사랑을 하는 이 커플은 커다란 시련으로 인해 서로가 죽은 줄 알고 둘다 죽지 못해 사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러다 아란의 시로 인해 둘은 만나게 되는데 이 시가 정말 아란과 경이에게 시련을 준 작가님을 원망하게 된다.
눈을 감아도 대나무 숲 보이거든
꿈이려나 하는데
눈 뜨면 캄캄히 드리울 마음에
오늘도 꿈속을 서성이네
그댕게 다시 들려주고픈 목소리는
그 옛날 대나무 숲에 가두어 놓았는데
드러줄 이 없이 홀로 찾아온 이곳에
그대 옷자락 스치던 바람이라도 남아 있을까
오늘도 꿈속에선 대나무 숲길 사이로 걸음을 늦추네
이 시를 얼마나 곱씹었는지 모르겠다. 그들의 사랑이 너무 안타깝고 고난의 길이여서, 얼마나 애절하게 서로를 그리워 하는지 아는데 아란과 경이는 너무 아파서 나도 많이 울었던 것 같다.
결국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2권의 부분을 더 잘 풀어주셨다면 더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한다. 경이의 어머니 이야기와 아버지 이야기 그리고 홍월까지도 이 작품의 캐릭터들의 해피엔딩을 바랬는건 모든 캐릭터들이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훗날 외전이 나온다면 홍월의 이야기도 따로 적어주시면 좋지 않을까. 강한듯 보이지만 여리디 여린 경이와 정말 차가운 것 같으면서도 경이에게 모든 애정을 쏟는 아란의 사랑이야기가 살아 숨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