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현관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빛의 현관] 개인피셜 2020년 최고의 추리소설


추리소설을 읽는 것이 쉬운 것일까.

흰 스케치북과 모나리자 그림.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깨끗한 스케치북은 추리소설을 읽기 전이다. 완성된 모나리자 그림은 추리소설을 읽은 후이다. 추리소설을 읽는 것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뒤에서 그가 흰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보는 것이다. 교감은 없이 다빈치의 손끝만을 따라갈 뿐이므로 그가 어떤 주제로 어떠한 그림을 그릴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완전한 밑그림이 그려지기 전에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선들만이 스케치 될 뿐이고 윤곽이 보일 듯 말 듯 하며 어떤 그림을 그릴 것인지 무수한 상상력을 동원해야만 한다.

한 여인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구나 라고 판단을 내렸다면 그림의 화법이나 화풍을 분석하고 그녀가 누구인지 다빈치는 어떠한 의미로 그리고 있는 것인지도 깊이 있게 생각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그림에 눈썹이 없다는 것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핵심이다. 백지상태의 스케치북과 모나리자의 갭만큼이나 추리소설을 따라가는 쉽운 작업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흥미를 즐기기 위해 찾는다고 하지만 그 흥미를 찾는 것이 여느 어떤 책처럼 가벼운 책은 아니라고 더하고 싶다.


나는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흥미가 나를 추리로 인도했지만, 추리가 나에게 보여준 것은 흥미가 전부는 아니다. 추리는 언어와 문학을 넘어 역사, 법률, 철학, 고고학, 미술 등 인간의 사상과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모든 장르의 학문영역을 보여주었다. 그렇다 추리는 인문학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사람과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동체 속의 사건 사고를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지 삶이란 무엇인지를 묻기도 했고, 역사적 사건을 통해서는 그것의 의미를 곱씹어 보기도 했으며, 예술가들의 삶을 들여다볼 때는 그들에게 예술이란 무언인가에 관해서도 조금은 생각해보기도 했다.

추리는 이론서가 아닌 실체로서의 인문학을 선사했다. 인문학 서적들이 이미 정형화되어 있는 것들을 주입식으로 가르쳐주었다면, 추리는 유연한 사고로 생각을 해보라고 권하는 식이었다. 그렇다고 추리가 좋은 인문학 서적이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추리에는 흥미만 있는 게 아니라 인문학이 녹아있다는 생각을 전하고 싶은 것뿐이고, 흥미를 넘어서는 것들을 얻어갈 수 있고 다양한 주제로 깊은 사색에 빠질 수 있다는 의견일 뿐이다.


모든 소설이 추리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추리를 조금 즐기다 보면 본격이나 사회파니 하는 단어와 만난다. 이러한 것들은 쉽게 이해가 간다. 그런데 미스터리와 추리는 좀 혼란스럽다. 일본이나 영어권에서는 두 장르를 다르지 않게 보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추리는 본격을 의미하고 미스터리는 신비 또는 공포의 요소가 큰 역할을 하는 소설로 구분하기도 한다(나무위키 참조). 장르가 뭔지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는 관심 없다. 그러나 추리라는 장르를 좀 넓게 보았으면 한다. 밀실트릭을 파헤치는 것만이 추리는 아니다. 일상의 가벼움 속에서도 추리는 가능하다.

주제넘게 예를 들자면 공지영의 [먼바다]에서도 어린 시절 애뜻한 사랑을 키우다 헤어져 중년의 나이로 미국에서 만나게 되는 과정을 보면서 과거의 이유를 찾고 미래의 결말을 예측하는 추리적 요소가 스며 있었다. 먼바다가 추리소설이라는 것이 아니라 추리라는 것은 그 어떤 소설에서도 차용할 수 있는 기법으로 볼 수 있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본격만을 추리라고 하는 편협한 사고가 우리나라 추리소설이 몰락하고 있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좀 넓고 멀리 보았으면 좋겠다.


상 속에 스며든 추리소설에 목말랐다.

본격의 다양한 트릭과 작가의 필력을 맛보았고 사회파의 날카로운 시선도 따라가며 충분히 추리를 즐기고 있고 그 속에서 인문학이라는 것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언제부턴가는 트릭에 구애받지 않고 장르를 불문하고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 속에 스며든 추리를 맛보고 싶은 갈망이 있었다. 요코야마 히데오 작가의 [빛의 현관]이 그것을 보여주었다.

빛의 현관 내용에는 살인도 없고 탐정도 없다. 설계사무소에 근무하는 평범한 건축가이자 이혼남이다. 트릭도 없어 긴장감 없이 밋밋할 것 같은 이야기는 주인공의 심리를 깊이 있게 따라가며 살펴보는 것으로 대신한다. 직장 동료와의 대화에서 말의 의미와 행동의 의미를 생각하는 주인공의 내면이 추리이고, 이혼한 뒤 8년째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딸과의 대화에서 부쩍 성장한 딸의 내면을 생각하는 것이 추리이고, 자신이 설계한 멋진 주택에 고객이 입주하지 않고 연락이 두절 된 이유를 수없이 찾고 원인을 생각하는 주인공의 내면이 추리이다.


빛의 현관 도입부 줄거리

건축사무소에서 일하는 사십대 중반의 주인공은 전 직장에서 실패하고 이혼까지 한 낙오한 인생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다. 지금은 고객의 돈과 각종 현실에 타협하며 그저 그런 천편일률적인 건축물을 설계할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스스로 살고 싶은 집을 지어달라는 고객의 의뢰를 받고 건축일을 처음 했을 때의 설레임을 느낀다. 최선을 다해서 자신이 짓고 싶은 집을 완성했고 잡지 책에도 실릴 만큼 멋진 주택을 완성한다. 무엇보다 건축가로서의 꿈틀거리는 꿈을 다시 일깨워주었다.

몇 달이 지난 뒤 잡지를 보고 사무실로 고객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그중 한 고객이 잡지에 나오는 집을 구경 갔더니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혹시나 해서 건축주에게 전화를 걸어 보지만 연락이 닿지 않는다. 순간 주인공은 의뢰받았을 때의 특별한 마음과 건축가로서 다시 희망과 긍지를 새워준 주택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을 느낀다. 마음에 들지 않은 집이었던가.

직접 집을 찾아가 보았지만 현관문은 잠겨있지 않았고 거실에는 신발 자국이 찍혀있었다. 실내는 완공 당시의 그대로의 모습이었고 이사한 흔적도 없었다. 다른 점이라면 2층 방에 북쪽에서 들어오는 빛을 받으며 홀로 남겨진 낡은 의자가 있었다. 같이 간 동료에 따르면 독일의 유명한 건축가로 히틀러를 피해 일본으로 망명하여 지내던 중 설계한 의자 같아 보인다는 말에 더욱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주택을 완공하며 열쇠를 넘겨줄 때 기뻐하는 부부와 주인공을 쳐다보며 서로 속삭이는 두 딸 그리고 엄마 옆에 달라붙어서 시선을 피하는 막내아들의 얼굴을 떠올려본다. 주택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 일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의자의 정체는.


개인적 후기

두 번 울었다. 크라이막스에서 이야기에 빠져들며 그리고 책장을 덮으며 그 완성도에서... 2020년 읽은 90여 권의 소설 중 개인피셜 최고의 추리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사는 백년 식사 - 의사가 알려주는 최강의 식사법
마키타 젠지 지음, 이선이 옮김 / 이너북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마트폰 하나로 손안으로 수많은 정보가 넘쳐 흘러들어오고 있다.

 

 앞으로는 그 정보들이 올바른지 판단하고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할 것 같다. 어쩌면 인터넷 정보 진실 감별사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건강 관련 정보는 더욱 조심스럽다. 광고를 가장한 의료정보 속에서 진의를 파악하고, 나에게 받아들일지를 판단하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건강에 좋은 음식도 그렇다. 어떤 음식이 좋고,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등 관심은 많지만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고민스럽다.

 

일본의 저명한 당뇨병 전문의가 38년간 20만 명의 환자를 진료하며 밝혀낸 식사법이라면 괜찮을까?

 

백년식사 저자인 미키타 젠지 박사는 노화 메커니즘에 대해 30년간 연구하고 있다

최신 연구에서 몸의 노화는 어떤 공통된 메커니즘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노화는 당화가 일으키는 AGE(최종당화산물)에 의한 것이라 한다. 당화는 단백질이나 지질이 포도당과 결합함으로써 품질과 성능이 떨어지는 반응을 말하는데, 그 결과로 AGE라는 나쁜 물질이 몸속에 점점 쌓이면서 온갖 질병을 촉진하고 노화를 일으킨다고 한다. 피부의 기미, 주름에서부터 동맥경화, 골다공증, 백내장, 알츠하이며, 암 등..

 

AGE는 음식에 함유되어 음식을 통해 몸에 들어가는 것과 몸 안에서 화학반응으로 생성되는 것 두 가지가 있다. 군침 돌게 하는 노르스름한 색의 음식에 많다고 보면 되겠다. 밥이 그나마 적고, 밥과 비교해 보면 토스트 3, 콘플레이크 8배 파스타 12, 빵과 케이크 75, 와플 96

..

 

 

 

 

 

 

백년식사는 음식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AGE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에서 시작한다.

 

전체적으로 간략하게 요약해 보자면, 1장에서는 잘못된 음식으로 인해 AGE가 축적되며 노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2장에서 덧붙여서 살이 찌는 매커니즘과 당뇨병에 관해 간략히 언급한다. 이 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3장에서는 젊게 살고 싶다면 섭취해야 할 30여 가지 음식의 효능과 제대로 먹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4장에서 건강과 젊음을 원한다면 지켜야 할 10가지 규칙을 제시하고 있다. 끝부분에는 식품 종류별 AGE(최종당화산물) 함유량을 표시해 두었다.

 

3장에서 섭취해야 할 음식을 먹는 방법과 함께 소개하는 이유는, 어떤 재료라도 가열하면 온도가 높고 조리 시간이 길어질수록 최종당화산물의 양이 증가한다고 한다. 예를 들면 닭가슴살을 삶으면 날 것의 1.5, 구우면 약 7.5, 튀기면 10배 증가한다. 그래서 식재료의 최종당화산물의 양을 증가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되도록 날것에 가깝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날것으로 먹기 어렵다면 물을 이용할 것을 추천하고 있는데, 물은 아무리 올라가도 섭씨 100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름으로 조리한 것을 먹고 싶다면 최대한 짧게 조리하라고 권한다. 30여 가지의 재료를 보고 조리 방법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기도 하다.

 

 

 

 

 

 

책에서의 어투는 강한 주장이나 훈계처럼 말하지 않는다.

 

의학적 데이터와 통계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근거를 바탕으로 컴팩트하게 설명한다. 비만이면 급격한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하지 않고, 지금부터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개선해나가자고 말한다. 위기의식을 심어주기보다는 희망적인 말로 천천히 시작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현대인 대부분이 과다한 체중과 당뇨의 위험에 노출된 것은 장시간의 잘못된 식습관에 오랫동안 축적된 것이다. 쉽게 고쳐지지 않기에, 급하게 서두르기보다는 천천히 조금씩 해보자고 설명하는 말이 더 설득력 있게 들려왔다.

 

좋은 소식은 AGE를 억제하는 1~2주 만의 식생활로도 지금보다 건강한 몸과 아름다운 피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AGE는 단백질이 신진대사로 교체될 때 함께 사라지는데, 부위에 따라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몇 개월 사이에 교체된다.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스티튜트 1~2 세트 - 전2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스티튜트는 2부작으로 되어있고, 1부만 읽은 상태입니다. 즐겨보는 드라마의 다음 전개가 기다려지는 것처럼 2부의 전개가 너무나 궁금합니다.

예측 불가. 종잡을 수 없는 전개라기보다는 한 야경꾼과 특별한 능력이 있는 아이의 접점이 전혀 없기에 어떻게 이어질지가 자못 궁금하게 만듭니다. 1부의 1/10이 야경꾼이고 대부분은 12살의 소년이 어느 시설에 3주간 감금되어 이상한 실험과 테스트를 받는 상황입니다.

도입부에서 사연을 가진 전직 경찰관이 남부의 소도시에서 야경꾼으로 일하는 모습을 그려 놓았기에, 북부의 시설에 갇혀 있는 소년과의 접점이 무얼까 계속 생각하게 하며 몰입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스티븐 킹은 궁금해하는 독자의 마음을 느긋한 마음으로 즐기며, 1부의 마지막 장에야 희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엄청난 사건들도 경첩의 사소한 움직임 하나로 방향이 바뀔 때가 있다.”를 언급하며..

 

정부 기관인지 또는 사설 기관인지 알 수 없는, 메인주의 삼림 속에서 있는 시설에 아이들이 갇혀 있습니다.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고 이를 이용하여 뭔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특별하다는 것을 짐작하며 읽고는 있지만, 스티븐 킹은 쉽게 활자로 그것을 표현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현상을 보여주는 장면도 적고 최대한 자제하며 그저 사소한 재능처럼 보이기도 하고 평범한 아이들처럼 느껴지게 합니다.

아주 천천히 길고 긴 호흡으로 이야기 속에 녹아들다 보면, 접시를 움직인다거나 텔레파시를 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문득 그것을 믿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킹은 아이들의 특별함을 강조하지 않았고 나를 그저 그의 세계관에 빠져들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미스터리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는 능력은 정말 킹입니다.

 

주인공 루크가 시설에서 탈출을 시도하려는 장면이 가장 압권이었습니다.

3주간 시설 내에서의 생활을 전개하면서 천천히 몰입하게 만들더니 누구나 예측하는 탈출을 시도하게 됩니다. 그런데 진부하지 않습니다. 자극적인 장면이나 특별한 상황묘사 없이도 긴장감이 전달됩니다. 철조망 아래에서의 상황은 손에 땀을 쥐게하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평범할 수 있는 스토리이고 상황인데, 스티븐 킹의 이야기이기에 뭔가 달랐습니다. 스테판 커리의 3점 슛이 특별하듯이, 프로 이야기꾼은 아름다운 슈팅 궤적을 넋 놓고 바라보며 즐겼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웨스트코스트 블루스
장파트리크 망셰트 지음, 박나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후기

소설은 음악을 듣는 장면을 자주 묘사합니다. 제르포가 즐겨듣는 웨스트코스트 블루스가 주를 이루는데, 궁금하여 유투브로 검색하며 음악을 틀어놓고 읽었더니 음악의 분위기와 책의 분위기가 묘하게 맞아 들어가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듣는 음악이 분위기를 주도했을 수도 있겠네요). 제목을 웨스트코스트 블루스로 지은 이유가 주인공이 즐겨 듣는 음악이라서라기보다는 전반적인 분위기를 음악적 느낌으로 풀어 보려고 한 게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이 범죄 소설은 평범한 중년이 어느 날 우연히 누군가를 구해주었고 그게 빌미가 되어 추적자 둘로부터 쫓기게 되면서 겪는 상황과 역경을 다루고 있습니다. 도입부에서 제르포가 알론소를 죽이고 그의 개도 죽였다며 가볍게 툭 던지듯 시작하지만, 전혀 가볍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둘 사이에 연결점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제르포가 추적자들을 피해 다니며 그들을 물리치는 과정과 알론소 마저 응징하기까지 그 이유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왜 알론소가 제르포를 죽이려고 암살자를 보냈는가를 생각해보며 제르포가 마주한 상황과 그의 내면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1977년에 출판된 이 소설은 1970년대의 프랑스의 시대적 상황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급진적 노동운동과 파업, 자동차, 영화, TV, 상품 브랜드 등 그때의 다양한 모습들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옮긴이도 신경 썼던 부분이라고 합니다) 당시 작가가 묘사한 최근의 모습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은 과거로 불리지만 그 묘사의 전달 만큼은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때로는 과거의 일이 현재진행형으로 일어나기도 한다.’라는 소설의 첫 문장을 다시 찾아보게 됩니다.

 

웨스트코스트 블루스는 가볍게 읽고 덮어두기에는 아까운 소설입니다. 옮긴이가 B급 범죄소설을 문학적으로 승화시킨 인물이라고 말하듯 문장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문장을 가지고 노는 듯한 구성과 스피디한 전개가 특징입니다. 느릿느릿 전개되는 듯하다가도 훅 치고 들어오는 다음 강력한 문장이 읽은 이의 마음을 금세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200페이지의 짧은 구성임에도 간결한 문체로 스피디하게 전개하고 있어 마지막 장을 덮을 때에는 500페이지는 읽은 듯한 배부름이 느껴집니다.

 

소설의 첫 두 페이지와 마지막의 두 페이지는 메르세데스를 운전하는 주인공의 상황을 묘사하고 있는데 다소 철학적인 문장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 두 부분만 보아도 범죄 문학의 예술적 대가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아 보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cm 다이빙 - 현실에서 딱 1cm 벗어나는 행복을 찾아, 일센치 다이빙
태수.문정 지음 / FIKA(피카)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후기

문정과 태수의 프로젝트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소소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 소소한 걸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누군가 생각했을 수 있다고 해도 작은 행복을 찾는 것에 의미를 둔 사람은 없었습니다.

 

두 사람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참 아픈 부분이 많은 이들이라고 느낍니다. 아픈 가족사, 어려운 취업전선과 더 힘든 직장생활을 겪으며 더 고통받았던 마음들. 두 사람은 제도권에 의해 만들어진 길, 대부분이 걷는 일괄된 길을 그래도 묵묵히 가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았고 몸과 마음이 다쳤습니다.

 

놀랍게도 두 사람은 스스로 치유하였습니다. 그 프로젝트가 1cm 다이빙입니다. 두 사람의 치유로 그치지 않고 모든 이들에게 이 놀라운 발상의 전환을 알려주는 게 바로 이 책입니다. 그래서 일센티 다이빙은 위대한 프로젝트입니다.

 

p.s 이건 뭐지? 에서 시작해, 이거 뭐다! 라고 끝나는 책.

p.s 두 밀레니얼 세대에게서 희망을 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