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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미녀들 1
스티븐 킹.오언 킹 지음, 이은선 외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도입부 줄거리
미국 애팔래치아 산맥 둘링카운티 지역에 있는 둘링여자교도소 제소자 휴게실 TV에서 아침 뉴스가 들려온다. 그때 오스트레일리아의 의사들이 전하는 여자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듯한 수면병 소식이 전해졌지만,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는 이는 없었다. 그저 뉴스였다.
비슷한 시각 인적이 드문 숲속의 웅장한 나무 아래에서 나방을 쓰다듬던 ‘이비’라는 의문의 여성은 그곳에서 얼마 떨어진 곳에서 풍겨오는 화학물질 냄새를 쫓아간다. 얼마 후 마약제조공장은 폭파되어 불이 났고, 조금 떨어진 곳의 트레일러에 있던 세 명의 남성 중 두 명은 살해되고 한 명은 도망쳤다. 같이 있던 마약에 찌든 여성의 신고 전화로 지역 보안관 사무실로 사건이 접수되면서 긴 하루가 시작된다.
둘링카운티 보안관 ‘라일라’는 더 긴 하루가 될 것 같다. 어제의 야근으로 막 잠에 빠질 즈음 휴대폰이 울렸다. 그녀는 눈을 뜨며 얼굴을 간질이는 실 같은 것을 손으로 밀쳐내며 전화를 받았다. 작고 조용한 마을에 일어난 살인사건이다. 무전기로 지시하며 급하게 차를 달리던 중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의문의 젊은 여성을 발견하고 체포한다. 알 수 없는 말과 자해하는 행동으로 인해 둘링여자교도소에서 정신과 검사를 진행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다. 정신과 의사는 라일라의 남편이기도 하다.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오스트레일리아 수면병’으로 불리다가 ‘여성 수면 독감’으로 명칭이 바뀌었고, 이제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라는 동화에 나오는 오로라 공주의 이름을 딴 ‘오로라 병’으로 불리는 이상 현상이 방송되고 있다. 둘링카운티 지역 병원에도 하나둘 여자아이들이나 부인이 깨어나지 않는다며 응급실을 찾아오는 이들도 생기고 있다. 얼굴에 무슨 막 같기도 하고 코팅 같기도 한 하얀 고치로 싸여 잠을 자는 여성들을 데려오는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둘링여자교도소에서 제소자들의 상태를 살피고 심리를 상담하던 중 아내이자 보안관인 ‘라일라’의 전화를 받은 ‘클린트’는 긴급체포한 여성을 규정에는 안 맞지만, 교도소에 몇 일간 구금하여 상태를 살펴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한편 교도소장은 뉴욕에서 방송 기자로 일하는 그녀의 딸에게서 ‘절대 자면 안 된다.’ 는 전화를 받는다. 그리고 누군가 얼굴에 그런 게 생기면 떼어내려고 하지 말라고도 했다. 없애려 할 때 어떤 반응이 있다는 것이다. 잠시 뒤 의문의 여성 ‘이비’가 교도소에 수감 되고 여성 수감자들도 수군대기 시작한다, 클린트는 이비와 잠시 대화를 나누며 약에 취한 듯하면서도 심상치 않음을 느끼는데... 그러면서 혼돈의 중심으로 빠져들어 간다.

개인적인 후기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아침 7시경 인구 3만의 둘링카운티는 ‘이비’ 신비스러운 인물의 등장과 얼굴에 거미줄로 코팅된 것 같은 막이 생기고 잠드는 전염병 ‘오로라 병’으로 인해 여성은 물론 남성들까지도 차츰 충격과 혼란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 도입부의 이야기입니다. 사건 중심에서 정신과의사와 보안관 부부 외에도 둘링 지역의 여러 사람이 혼란을 겪게 되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전 세계 여성들이 얼굴에 고치 같은 것이 감기면서 잠드는 병이 걸린다는 독특하면서도 미스터리 한 소재입니다. 그런데 충격적인 소재와 전개로 눈과 머리를 번쩍이게 하면서도, 다양한 캐릭터의 시각을 통해 천천히 아주 조금씩 몰입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각각의 캐릭터들은 떨어져 있으면서도 연결되어 있어서 책을 놓을 타이밍을 잡지 못하기도 하네요.
미스테리 한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 캐릭터의 표현 하나하나가 생동감 있게 다가오는 것도 좋았습니다. 사건에 점점 다가가는 인물들을 그리면서도 특징적인 그들의 인생을 그려냈는데, 나의 내면이나 우리 주변에 있는 그런 사람들을 표현해 내었습니다.
여성들이 독특한 병에 걸린다는 이야기는 페미니즘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여성들이 사라져 가는 이유가 뭔가 시사하는 바가 있기도 할 것입니다. 혼란 상태를 어떻게 풀어나가고 어떻게 해결되는 지도 말입니다. 극 중 인물 간의 대화를 통해 사회의 다양한 시각과 견해를 엿볼 수 있기도 합니다.
잠자는 미녀들은 미스터리한 사건을 보는 재미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특징적인 캐릭터의 모습을 보는 흥미도, 여성이라는 존재의 중요성과 남녀의 공생과 조화의 문제도 다루고 있어, 즐기는 포인트가 다양한 소설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지금의 코로나19 상황과 오버랩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황금가지 서평단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