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스
캐런 조이 파울러 지음, 서창렬 옮김 / 시공사 / 2023년 11월
평점 :

#시공사 의 야심찬 #벽돌책 부스! 드디어 완독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부스라는 단어를 봐도 저는 사실 아무것도 떠오르는 게 없었어요.
우리가 한국어로 부스라고 하면 어느 장소를 떠올리지 않나요?
그런 느낌이었는데
세상에..4장 넘게 읽은 후 제가 온 몸에 전율이 느껴지는 경험을 했었지요

캐런 조이 파울러 작가님은
링컨 대통령을 암살한 존 윌크스 부스의 가족 이야기를 그린 역사소설을 어떻게 쓸 생각을 했을까요?
저는 뒷 표지에서
"이 나라에서 가장 미움 받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라는 글귀를 보고
이 책이 링컨 대통련과 관계가 있다 할지라도
암살자 이야기를 쓸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그 한 명 뿐이 아니라
부스 집안/ 가문에 대해서 쭉 서술한 부분이 어찌나 소름이던지요..

제가 4장까지만 읽고 남긴 후기에도
존은 가족 중에서도 뭔가 야심차 보이고
에드윈이나 조와 다른 길을 가는 것 같아서
그의 미래가 기대되기도 하고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연기하는 연기자로서의 성공이나 실패에 초점을 맞췄지 이 인물이 이렇게 암살자로 변모하게 될거라곤 전혀 상상도 못했던 스토리였기에..
이 이야기를 어쩜 쓸 생각을 했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존 윌크스는 총격전 끝에 사망하지만
부스 가문 사람들은 죄책감을 안고 남은 생을 이어나가지요.
이 책은 사랑하는 사람이 괴물일 때
그 사랑은 어떻게 되는가에 대해
의문과 우리의 생각 등을 해 보게 만들고 있습니다.
저는 앞서 서술했다시피
로절리에게 이 집을 좀 떠나게 해주면 좋겠다고 하는데
그녀는 과연 그럴 수 있었을까요?
죽은 동생들과의 그 아픔이 그녀를 그 집안에 있도록 가둔건 아닐까?
어린시절은 이래서 이렇게나 중요한 것일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안타깝기도 했구요
또 한명의 여자 주인공 에이시아는
어찌보면 가장 평범한 인물일지도 모르겠어요.
부스 가문의 일대기와 더불어
당시의 링컨의 역사에 대해서도 기술하고 있는데요
아마 전체적 정리가 꽤나 힘들었을 것 같은데
작가의 뒤에 후기와 감사의 말에서 찾아보면
이 취재도 꽤나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578
그 소식을 들은 에드윈의 첫 번째 생각은
생각이라기보다는 머리를 한방 얻어 맞은 느낌, 추락하는 느낌 ,귓속에서 바다가 요동치는 느낌에 가깝다. 그의 두 번째 생각은 그것을 믿는다는 것이다. 그는 믿고 싶지 않다. 이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면서 이런 순간이 오죠?
정말 추락하는 느낌..이것이 다 꿈이었으면 하는 느낌
에드윈처럼 아버지의 뒤를 이어 연극하는 것에 성공을 이룬 일종의 연예인 같은 사람이 동생이 암살자가 되어 자기의 공연장에서 이 나라의 대통령을 죽였다는 사실을 어떻게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이 책의 전개가 또 괜찮은 점이
오히려 암살하는 당시에 대해서는 이 정도의 기술만 하고 넘어갔어서
뭔가 빠뜨렸나? 하는 생각이 들 즈음 뒤에 존의 시선으로 또 따라가서 당일의 일을 이야기 해 줍니다. 저는 이런 전개방식이 덤덤함에 이어 더 상상하게 만들고 더 충격적으로 다가오기도 했었어요.
✅남은 것은 침묵뿐이다
햄릿 5막 2장에 나오는 대사
=>이 짧은 문구가 와닿습니다.
남은 것은 침묵 뿐이다....

✅592
다른 어떤 일도 엄마를 침대 밖으로 나오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에이시아가 겪고 있는 고통을 들은 엄마는 조용히 일어나서 짐을 싼 뒤에 에드윈에게 기차역까지 데려다 주라고 부탁한다.엄마는 필라델피아로 가는 도중에 존이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른 승객들이 휘파람을 불고 환호하는 동안 엄마는 창밖을 바라보며 들판과 잡목림을, 마을과 교회들을, 그 모든 가증스러운 가식적인 풍경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는 척한다.
=>저는 이 부분이 굉장히 영화스러웠어요. 자기 자식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 다른 모두가 그것을 축하하고 기뻐하는 것을 보며 밖을 바라보는 엄마의 정제된 표정이 보이고, 풍경을 가식적이라고 표현하는 부분이 이해가 되면서 와닿더라고요.
약 600쪽의 부스 가족 이야기를 다 읽은 소감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인종차별의 상징인 남부연합 깃발을 들었을 때
부스를 떠올렸다는 작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오바마 대통령 다음이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의 모습에서
존 부스의 모습이 떠올랐을 것 같아요.
가족 중 한명이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
남은 가족들 역시 연좌제에서 멀어질 수 없었지요
사라진 유령들과 죄책감과 안타까움으로 살아남게 된 사람들에 대한 세심한 부스 가문사람들을 떠올리며..
작가의 새로운 시각에 감탄을 보내고
미국이 아니라 한국의 범죄자와 그의 집안에 대한 이야기가 적나라하다면 또 어떤 느낌일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부스 가문에 대하여 쭈욱 읽어보니
안타까움이 없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교육을 받았더라면
또 다른 시각을 가졌더라면 존 부스가 괴물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앞에서 잔잔하게 흘러갔다면 뒤에선 쉴 새 없이 휘몰아치는 감정이 들었습니다.
모두가 미워하더라도.. 또 그의 가족은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는..그 말도 동감했습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괴물일 때,
그 사랑은 어떻게 되는가?
부스입니다.

#부스
#시공사
#벽돌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