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에서의 일 년
이창래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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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에서의 일 년 /이창래




안녕하세요

캐리입니다.



오늘은

이창래작가님의

성인의 문턱에 선 청춘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

타국에서의 일년을 읽은 이야기를 써 볼게요


1995년 장편소설 '영원한 이방인'으로 데뷔한 후 

'척하는 삶' '가족' '생존자' '만조의 바다 위에서'를 출간하신 이창래작가님!

펜/헤밍웨이 문학상 등을 수상하고 퓰리처상과 전미 비평가협회 소설 부문 등에 최종 후보로 거론되면서 노벨문학상 수상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받는 분입니다.


책이 꽤나 두꺼워서 다 읽을 수 있을까?

걱정했었는데

한 자리에서 100페이지까지 궁금해서 쭈욱 읽게 되더라구요.


✅P.17

나는 삶이라는 웅장한 뷔페가 제공하는 수많은 식탁과 음식 및 음료 코너를 최대한 들러 보고자 지난 학기를 쉬었다. 나는 그 뷔페가 그토록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인 줄 몰랐다. 그토록 영광스러운 동시에 비참한 곳, 영웅적인 동시에 슬픈 곳인 줄도 몰랐다.

=>삶을 단 한 번도 웅장한 뷔페에 비교해 본 적이 없었던 저로서는

이 표현이 꽤나 놀랍고 신선했던 것 같아요. 






✅P.29

흔히 사람들은 순간을 살라고 조언한다. 끊임없이 미래나 과거를 보려 들지 말고, 그 모든 걸 더해 보지도 말고, 현재라는 풍성하게 무르익은 과일을 맛보라고들 한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하면 인간은 그 순간에 머물게 된다. 중독자처럼 자신을 속이고 포기해 버린다. 그 모든 달콤함이 썩는 것 외에는 아무 변화도 일으킬 수 없게 될 때까지.

=>순간을 살라는 카르페디엠 같은 단어를 떠올려 보며

순간을 살라는 조언뒤에 비참한 현실을 지적한 부분이 와 닿았습니다.

저는 이 두 군데가 좋아서 필사도 해 보았어요.




20대 청년 틸러 바드먼은 

백인과 구분되지 않는 한국계 혼혈인입니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 

대학교도  중퇴하고  어머니가 가출하고 대기업에 다니는 아버지로부터도 관심을 받지 못하면서 현실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제 기준에선 살짝 답답해 보이는 그런 삶을 사는 청년입니다.


이 청년이 어떤 계기로 퐁이라는 사람에게 인정 받고 그와 함께 타국으로 떠나서 1년을 살아갑니다. 저는 틸러의 눈과 마음으로 같이 타국으로 떠난 것 같아서 그가 잘 지내기를 너무나 원했으나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고 저로서는 너무 마음이 아픈 부분이 꽤 있었습니다. 스포가 될 것 같아 자세히 말하긴 그렇지만

저의 예상을 벗어난 삶을 살아갔습니다.

✅97

간단히 말해, 퐁이 관대한 이유는 무수히 많은 인간이라는 가족에 대해 끝 모를 경의감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영원히 음미하고 있었기에.

 어쩌면 가능할지 몰랐다. 그렇게 될지 몰랐다. 아마 이걸로 내가 , 어느 모로 보나 그냥저냥 괜찮은 인간인 필러바드만이 퐁의 초대에 응한 이유가 설명될지 모르겠다. 보통 나는 누군가가 내게 관심을 가지면 의심한다. 나의 평범함에, 나여서는 안 되는 모든 이유 에 집중한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러지 않았다.

➡️틸러도 퐁과의 인연이 운명처럼 느껴지는 순간 같아요. 



✅100

하지만 그건 속임수였다. 그 모든 일이 결국 나 자신에 관한 것이고 예전부터 늘 그대 왔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실 망원경을 뒤집어 나 자신을 바라봐야 했다. 나처럼 절반쯤 디아스포라적, 탈식민주의적 정체성을 가진 애매한 사람은 특히 그랬다.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벨에게 느끼는 감정을 제대로 이해한 대목이었어요. 아시아계의 혼혈임을 밝히고 벨에게 본인과 같은 흔적을 찾아보려했음을 통해 일종의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가지 면에서 퐁은 틸러에게 아버지와 같은 존재로 여겨졌던 것 같아요.

그리하여 미워하고 싶지만 미워하게 되지도 않는 애증의  존재..



✅551

나는 늘 내가 태어난 직후부터 어정정한 것들의 강에 담긴 것만 같았다. 그냥 괜찮음이라는 투명한 잉크가 내게 묻어 있는 것 같았다. 일부 사람들은 즉시 그 점을 알아챈다.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은 결국 나에 대해 알고 나서 ‘아, 그렇군.’ 하는 표정을 잠시 짓는다. 보통 그 표정은 출구로 안내되는 전주곡이었다.”

➡️저는 이 대목이 꽤 마음이 아팠어요. 결국 틸러는 태어난 직후 부터 명확한 부분은 없이 살아왔던 것은 아닐까? 그에게 괜찮음이라는 투명한 잉크가 묻어 있다는 표현이 정말 놀랍지 않나요? 어떻게 투명한 잉크라는 것을 생각해 내셨을까? 출구로 안내되는 전주곡의 표정은 어떠한 것일까? 이창래 작가님의 문체 매력이 이런 것 같아요. 확실한 것보다 이렇게 끊임없이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621

"사람은 사소한 딴생각으로 고개를 돌리게 돼 있어. 상황의 어마어마한 규모에도 작은 아픔에 집중하게 되지.

우리는 모두 그런식으로 갇혀 있는거야."

➡️사실 많은 대화체나 이야기 속에서 서평을 위한 구절을 뽑기도 만만치가 않았어요. 저의 경험과 기분에 따라 뽑히는 거겠지요.

우리 인간사를 빗댄 이 표현이 저는 와 닿았습니다.


또하나의 큰 줄거리를 이루는 벨과 빅터주니어가 나옵니다.

타국에서 돌아오는 공항에서 만난 벨은 30대 유부녀이고 오히려 빅터주니어와 10살정도 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틸러는 그녀와 사귀고 진심으로 빅터주니어를 위해줍니다. 처음부터 이 관계 설정이 이해가 안되었고, 왜 그랬을까? 하고 생각해 보니

틸러에게 벨은 소건된 엄마의 역할이었던 것 같고, 돌보아야할 빅터주니어가 아니라 오히려 빅터주니어와 함께일 때 편안함과 동시에 그의 위치가 잘 보이는 것 같아요.


​“나는 나 자신을 그냥 그녀에게 넘겨주고 싶었다. 퐁이 아버지의 인생에 대해 얘기할 때 한 말처럼, ‘신발 뒤축에 묻은 흙먼지’처럼 말이다. 나는 사라지고 싶었다. 삶으로부터 사라지는 게 아니라, 삶 속으로 사라지고 싶었다.”


​451쪽의 간절함이 담긴 이 문장을 보며

우리는 진짜 사라지고 싶다고 말 할 때

진공이 아닌 삶안으로 정말 들어가고 싶은 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약 700페이지에 가까운 장편소설을 읽어보며

밀도 높은 작가님의 문체가 부럽고 놀랍고 솔직함이 두려웠고 어떤 스토리가 이어질까 조마조마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우리는 절반쯤 되는 지점에서 우리의 길을 찾을 뿐 그곳에 도달하지는 못한다. 그런데도 계속 나아간다. 눈을 뜨고, 입을 크게 벌리고. 준비된 채로.”

아무런 의욕이 없는 존재의 비밀스러운 기쁨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틸러처럼 아이러니한 순간일지도 모르는 청춘의 시련과 어려움 앞에서 이렇게 나아가고 직면할 수 밖에 없는 삶을 또 살아내야하는 존재임을..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쓴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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