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더니즘 - 무엇이 세계를 움직이는가
리차드 아피냐네시 지음 / 이두 / 1996년 4월
평점 :
절판


워낙 '포스트 모더니즘'이란 주제가 광범위하고 그 내용도 어려운지라, 낯선 내용도 많고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많다. 하지만 200면 안쪽의 책으로서, 그리고 적은 분량의 활자에도 불구하고 이만큼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해 간단 명료하게 정리된 책도 보기 힘들 것이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포스트모더니즘의 계보학에서는 예술운동을 중심으로 모더니티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 역시 모더니티의 연장선상에서 보아야 한다는 것이 그 주요 내용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포스트모더니즘의 개념 자체가 역설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모더니티가 전대와는 다른 새로운 것을 말한다면 모던을 넘은, 혹은 지난 포스트모던 역시 모던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더니즘은 19세기 말, 과학 기술의 발달에 의한 문화혁명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특히 예술, 미술을 통해 그 문화혁명을 이 책은 소개해주고 있다. 그것은 사진의 발달로 인한 미술에서 재현의 위기로 촉발된다. 미술은 이제 더 이상 현실을 재현하는데 그 목표를 두지 않는다. 세잔느, 피카소, 입체파를 거쳐 말레비치의 절대주의, 추상화에서는 '현실의 모든 자취를 제거'(25면)하려고 한다. 다다와 폴록의 추상 표현주의에 대해서도 설명이 가해진다. 이로써 예술 작품의 아우라가 소멸한다고 볼 수 있지만, 아우라는 작품이 아니라 예술가와 전시장에 전이된다. 뒤샹의 복제 예술을 보면 그것이 예술이 될 수 있는 것은 워홀이란 작가와 전시장이 결합됨으로써 이루어진다 할 수 있다.

보이즈의 설치 예술... 뒤샹의 비판(41-42면)-네오 아방가르드는 다시 미학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 즉 변기를 미학적 아름다움으로 찬양하고 있다... 기성품은 복제가능성이 없는 것이다... 현대 예술의 현장은 미니멀리즘과 개념예술로 나아가고 있다.(43-44) 예술의 자기 폐지를 향해 전진하는 예술이라 할까. 아우라는 이제 소비주의적 아우라로 전이된다. 오래 전에 제조된 기념품들(전축같은 것)이 아우라를 띤다. 심상 소비주의. 예술을 전시하고 상품으로 전환시키는 미술상들. 이들은 반예술도 예술화시키고 예술가들을 포스트모더니스트로 재편하여 판매에 이용한다. 보드리아르는 예술의 과정을 4단계로 보여준다.(54-55) - 1. 현실의 총체적 침투, 2, 현실을 은폐 왜곡, 3. 현실의 부재, 4. 현실과 전혀 관계없는 자신의 순수한 모조품.

2부와 3부에 대한 정리는 지면의 부족으로 생략하겠으나, 어쨌든, 포스트 모더니즘에 대한 간명한 해설서를 찾는다면 이 책을 추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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