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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시 전집
윤주은 / 학문사(학문출판주식회사) / 1994년 9월
평점 :
품절
김소월의 시들에서 드러나는 분위기는 쓸쓸함, 암울함, 슬픔이 대부분이다. 그의 시에선 '운다'라는 시어가 너무 자주 등장한다. 좀 짜증이 날 정도... 그러나 시 한편 한편은 치밀한 구조를 이루고 있어 역시 '거대 시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근대시가 갓 등장한 당시로서는 감성을, 그리고 분위기를 이 정도 무리 없이 잘 엮어 내려간다는 것은 천재적 재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했으리라.
그의 까닭 없는 슬픔은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그리고 무덤가의 쓸쓸한 정조를 그가 즐겨(?) 그린 것은 왜일까? 시인의 개성일까? 아니면 경험에서 나왔는가? 아니면 민족의 암울한 현실을 무덤에 비유한 것일까? 그렇지만 소월의 건강한 시를 근거로 소월의 슬픔이 민족 상황에서 유래한다고 일직선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
소월의 슬픔엔 형태가 없다. 그러나 당시 일반 민중의 정서를 향토적, 농민적 언어로 집어냈다고는 생각된다. 물론 민중의 정서를 '슬픔'으로 한정시켜서는 안될 것이지만.(분노, 생기 등을 민중적 정서로서 보지 않는다면 민중의 힘을 거세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러나 소월은 이 슬픔의 실체를 보여주지 못하고 슬픔만 보여준다.
하지만 이 슬픔을 고향 상실감으로 구체화시켜 보여준 시인은 후대의 백석이나 이용악 같은 시인들이다. 소월이 보여주지 못한 것을 이들 후배시인들은, 소월의 정조를 이어받으면서, 더 나아가 보여주었다. 특히 소월이 창출한, 어디로 갈지 모르는 방랑자로서의 시인 상은 백석이 이어받는다.
그리고 민중의 슬픔의 실체를 밝혀내고, 이를 분노라는 민중의 다른 정조와 연결하여 '혁명의 불길'로서의 생명력과 슬픔을 융합하여 보여준 시인은 신동엽이다. 비록 소월이 한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소월이 개척해 놓은 슬픔의 정서는 후배 시인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소월은 역시 국민시인으로서의 위치를 여전히 갖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