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 쮜리히.뉴욕 20세기미술운동총서 12
미쉘 사누이에 / 열화당 / 1992년 8월
평점 :
품절


<다다-쮜리히 뉴욕>은 짜라와 발을 중심으로 하는 쮜리히 다다와 피카비아와 마르셀 뒤상을 중심으로 하는 뉴욕 다다의 역사를 간결하게 정리한 책이다. 대부분 한스 리히터의 <다다>라는 책을 통해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후고 발의 탈당에 대해 짜라가 제안한 반예술을 위한 반예술론을 거절한데서 찾고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발의 탈당은 브르통이 파리 다다에서 탈당한 이유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브르통이 초현실주의를 개척하면서 다다를 괴멸시켜 버렸다면, 발은 새로운 예술운동을 개척하지 못했다.

그리고 {다다 연감}의 한 대목을 저자는 인용하고 있는데, 그것은 1919년에 열린 거창한 발표회에 대한 보고문의 일절이었다. 그 중 '절대적인 무의식의 회로를 세우는데 성공했다.'라는 구절이 인상깊었다. 무의미하게 보이는 다다의 모든 해프닝은 사실, 무의식의 공간을 연다는 큰 목표를 두고 있었던 것 아닌가. 무의식 속에서 어떤 도발적인, 생산적인 무엇이 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은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

뒤샹의 작업에 대한 평가, 특히 [샘]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변기를 전람회에 보낸 일화를 화상들이 좌지우지하는 상업적 유통의 횡포로부터 벗어나려는 의지로 평가하는 대목에 수긍이 갔다. 그리고 인용된 피카비아의 다음과 같은 말도 다다이스트의 생각을 이해하는데 중요한것 같았다. '축제를 위해 완전한 준비를 하고서 삶을 건너야 한다.', '너의 즐거움을 위해 살아라, 이해해야 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단지 네 자신이 모든 것에 거는 가치만 있을 뿐이다.' 피카비아의 이 말에서 다다이스트들이 얼마나 삶 그 자체로 돌아가려고 했는지 알수 있었다.

물론 삶 그 자체란 말이 어불성설인지도 모른다. 삶 그 자체가 아닌 삶이 있는가? 하지만 이들이 원하는 것은 삶의 생기를 잃어버리게 하는 모든 치장들, 이론들, 형식들을 혐오했다는 것을 삶 그 자체란 말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삶은? 축제를 위한 준비가 있는가? 삶을 건너가고 있는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삶은 어딘가에 결박당해 버리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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