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식물상담소 - 식물들이 당신에게 건네는 이야기
신혜우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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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B(bi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 라고 했던가.

꿈과 생계 사이에서 한번 쯤은 망설이다 현실이 주는 무게에 침잠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행운아인 셈이다.


어려서 큰 수술을 하고 잔병치레를 하면서 다소 조숙했던 저자는 살구나무의 살구를 관찰하는 그런 평화로운 직업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는데, 생물학과에 진학해 식물분류할자가 되면서 그 꿈을 이룬다. 그러면서 취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식물 일러스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책은 제 자리에 있지 못해 성숙하지 못하는 열대식물과 인간에 의해 이식되어 외래종, 침입종 취급을 받는 식물들, '그 가치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식물들'인 잡초에 대한 이야기들 속에서 삶의 철학을 뽑아낸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와닿는 말은 

"꿈과 직업을 구분해서 생각해보면 어떨가요?" 이다.

100세 시대에 꿈이 곧 직업으로 이어지는 것도 따분한 일 아니겠는가.


부모님 등쌀에 못이겨 차선책을 선택해 가는 청소년들이라면 살짝 위안이 되는 말일 게다.



베란다에서 키우는 식물이 예전만큼 잘 자라지 않는다. 예전에도 잘 자라고 있었던 건 아니라고 말한다. 그저 성장이 지연되어 적당히 자라고 있었던 것이라고.

자신이 키우고 있는 식물에 대한 근본적인 지식이 없으면 슬픈 일이 자주 발생한다.
화분에 담겨 성장이 지연된 채 지내는 열대식물을 보며 우리가 살아가는 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자신에게 맞는 자리에서 크고 멋지게 자라는 열대식물처럼 우리도 각자에게 맞는 자리에서 비로소 멋진 열매를 맺고 피울 수 있는 것 아닐까? 24~25 - P25

- 죽음을 생각하면 무언가를 결정할 때 좀 더 선명했다. 집에 물건을 적게 두는 것, 부끄러운 걸 남겨두지 않는 것, 죽고 나서의 정리,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일의 양도 꼼꼼히 생각하게 되었다. 생물은 태어나면 모두 죽게 되어 있으니까.
병이 내게 준 또 다른 중요한 가르침은 평온한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것이다. 살구나무의 살구를 관찰하는 그런 평화로운 직업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했다. - P33

- 인간외의 동물과 인간이 분명하게 다른 것이 있다. 동물도 식물을 먹고 이용하지만 인간처럼 생존의 문제가 아닌 것을 위해 대량의 식물을 죽이거나 마음대로 DNA를 바꿔 종의 근본을 건드리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 P50

- 분무기로 잎에 물을 뿌려 식물의 갈증을 해소해주려는 건 헛된 사랑 표현이다. 물을 뿌리는 것보다 차라리 가끔 한 컵의 물을 흙에 부어주는 게 낫다. 자주 잎을 닦거나 어루만지는 것도 식물에겐 스트레스가 된다. 53
사랑을 조금 줄여보면 우리 인생에도 관계에도 기다리던 꽃이 필지 모를 일이다. 59 - P53

예순 살까지 이것도 저것도 마음껏 해보며 살아도 돼요. 아니, 평생 그렇게 살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꿈과 직업을 구분해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210
우리가 잘 아는 《파우스트》의 작가 괴테는 철학자이자 과학자이기도 했다. 《데미안》을 쓴 헤세는 시인이자 소설가이자 화가였다. 생태학에 이바지한 헤결은 생물학자이자 의사이며 화가였다. 교육서 《에밀》을 쓴 루소는 교육학자이자 소설가, 작곡가이면서도 식물학에 조예가 깊었다. 생물학에서 빠질 수 업슨 린네와 다윈도 여러 직업을 가졌다. 한 사람이 백 세를 누리는 요즘의 인간 수명을 생각하면 그리 오래전은 아니다.
... 좋아하는 일 앞에서 갈등하는 많은 이들이 주저하지 말고 용기를 더 냈으면 좋겠다. 어쩌면 우리는 좋아하는 꿈을 어릴 때 더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 같다. - P214

인간에 의해 웬만한 식물은 자랄 수 없는 파괴된 장소에 강인한 생존력을 가진 외래종이 처음 자리를 잡아 그 지역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추었다는 연구였다. 외래종이 갑자기 등장해 자생식물들의 생태계 흐름을 어지럽힌다는 건 부정적인 일이지만 외래종도 결국 식물이다. 식물은 어디서든 광합성이란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는다.
식물에는 국경이 없다. 어떤 나라의 소속이라고 식물을 편 가르는 건 무의미하다. 식물은 각각 자신만의 영역이 있을 뿐이다.
식물은 모두 자신만의 국경을 가지고 살아왔다. 인간이 마음대로 옮기고 외래종, 침입종, 귀화식물이란 딱지를 붙였을 뿐이다. 식물에겐 본디 죄가 없다.
- P224

"아무도 안 하니까 하지!" 다들 기피하는 일을 하는 건 위대한 일일지도 모른다. 259

" 나도 그림을 그리지 않아 이 분야를 잘 모르고, 너도 독학이라 잘 모르지만 그림이 쌓이면 무언가는 된다." 그리고 또 이런 말씀도 해 주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형식에 맞게 정확하게 그렸다면 바르게 가고 있어 좋은 것이고, 만약 전혀 형식이 다른 그림을 그렸다는 걸 깨달았다면 아마도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거겠지"라고 말씀해주셨다. (박수현선생님의 말씀)
그 말씀 때문에 나는 지금까지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은 걸 한다는 건 개척자가 된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260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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