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본스
애나 번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창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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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일랜드 분쟁은 신교도(영국)과 구교도(아일랜드)의 분쟁. 

U2의 Bloody Sunday를 통해 어린 아이까지 죽음으로 내몬 영국군의 잔인하고 탐욕스런 행태로 기억되었다가 <노 본스> 1부를 통해 그칠 줄 모르는 분쟁속에서 살아가야 했던 북아일랜드인들의 삶이 온전하게 지켜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소설은 1969년 영국군이 북아일랜드에 처음 왔을 때부터 1994년 정전선언 때까지, 북아앨랜드 벨파스트 지역 아도인이란 작은 마을 배경으로 씌여졌다.

"트러블은 목요일에 시작되었다"라는 서두에서 '트러블'은 북아일랜드 독립 투쟁을 둘러싼 혼란과 폭력이 이어진 시기를 지칭한다.


20년이 넘는 기간동안 반복되는 전시 상황속에서 인간성을 온전하게 보존 할 수 있을까?

시도 때도 없이 들이닥쳐 조성되는 공포 속에서 폭력은 일상이 된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걸거리에서. 미처 성인이 되기도 전에 폭력과 섹스에 노출되어 아이는 성장의 과정 없이 메마른 삶에 내던져진다.


7살의 어린 아밀리아가 오빠에게 소중한 보물을 빼앗기는 상황에서 사태를 모르고 무심하게 대응하는 엄마의 모습에서 어른들의 표본을 본다. p73


불안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아이들의 세계도 거칠다. 고조된 감정은 급우들 사이에서 폭력을 낳는다. 희생양은 아밀리아. 


또래들 사이에서의 따돌림이나 폭력은 전시 상황이 아니어도 발생할 수 있는 법이니. 

아밀리아의 엄마는 실용적인 싸움의 기술을 자녀들에게 숙지시킨다.

싸움을 걸지 말되, 싸움을 걸어오면 가장 센 한놈만 패라. 절대로 도망가지 마라.


소설의 맥락과 상관없이 이 부분이 인상적이어서 밑줄을 좍좍 그었다.

청소년이 또래 집단이 모인 곳에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따돌림, 폭력의 상황에 놓였을 때 유효한 지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소설의 끝까지 보진 못했지만, 

아밀리아의 삶이 점차 망가져 가는데에는 '모든 일이 과격한 죽음에 묻'힌 현실 때문이다.


뻔뻔함과 폭력은 커다란 계기가 작동하지 않는 한 그 강도가 점점 세지는 법.


작가가 자신이 살던 마을 배경으로 그 시절 있을 법한 이야기를 풀어 놓은 이유는 전쟁은 어떤 이유로든 용납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지금도 지구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 어떤 전쟁에서든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이는 어리고 연약한 생명들일테니.

장기화된 전쟁은 전쟁의 무기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밑바닥에 자리잡은 추악한 본능과 폭력에 의해 사람들의 인격을 말살해갈테니,

제발 그만 전쟁을 멈추시라!

이런 마을 하고 싶지 않았을까.




어른들은 도무지 아무것도 이해를 못한다. 어리석고 늘 딴 데에 정신이 팔려 있고 생각이 없는 족속들이다. 아무것도 모른다. 항상 뭐든 엉뚱하게만 받아들인다. - P73

말했듯이 감정이 고조된 상태였고 이럴 때면 언제나 희생양이 반가운 법이다. - P114

엄마의 싸움 규칙이 머릿속에 써올랐다. 두 가지가 있다. 이런 식이다.
규칙1 :(ㄱ) 싸움을 걸지 마라 (ㄴ) 누가 먼저 싸움을 걸면 맹렬히 달려들어라. 그래야 이기든 지든 위신을 지킬 수 있으니. (ㄷ) 안전하지 않은 구역에 있다면, 그냥 안전하지 않은 구역에서 싸워라. 어쨌거나 위신을 지켜야 하니까. (ㄹ)싸움을 걸어온 사람이 한 명이면 맨손과 발을 써라. 상대가 무기를 쓰지 않는 한은. 만약 무기를 쓴다면 (ㅁ)무기를 원하는 만큼 써도 된다. (ㅂ)상대가 한 명 이상이면 그쪽에 무기가 없다고 하더라도 수적 열세를 보충하기 위해 무기를 필요한 만큼 써라. (ㅅ1) 만약 상대가 한 명이상이고 승사이 적을 때는 한놈만 패라. 빨리 결정을 내리고 끝까지 물고 늘어져라. (ㅅ2) 가장 위험한 놈을 골라라. 두 번째로 위험한 놈은 소용없다. (ㅇ)‘이놈은 내가 죽인다’라고 생각하고 남은 평생 더 불쾌한 일은 딱 이거 하나뿐이라는 듯 죽어라 매달린다. - P116

(ㅈ)무기가 없고, 상대가 떼로 덤비고, 시간이 없는 등 불리한 상황이라면 가장 위험한 놈을 골라서 딱 하나 눈만 노린다.
규칙2 : 절대 도망가지 마라. - P117

영영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렇지 않았다. 모든 일이, 언제나 그럿듯, 그 다음의, 새로운, 과격한 죽음에 묻혔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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