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어가면서 책을 쓴 이가 늦깍이로 출발했다는 서설이 있으면 일단 호감이 간다. 자~ 너도 할 수 있어! 하는 토탁거림 같은 느낌이랄까.


저자는 34살에 미술 복원을 배우기 위해 이탈리아 피렌체로 유학길에 오른다. 이 책은 피렌치와 베네치아(+만토바)를 중심으로 활약했던 르네상스 시기 화가와 작품들을 사랑, 영혼, 행복, 인문학 등 13개의 주제로 나눠 소개학 책이다.


책의 포문을 연 도나텔로의 다비드상은 흔히 떠올리는 조각같은 몸매가 아니다. 158cm의 미성숙한 소년의 모습으로 도나텔로는 그가 쓴 모자와 밟고 있는 골리앗의 투구를 통해 본능을 이긴 인간의 승리를 묘사하고 있다. 현대 회화 이전의 서양 회화는 어쨌든 그림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으니 그림이 전하는 상징들은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산드로 보티첼리의 <봄>이 이토록 다양한 논쟁거리를 품고 있는 줄은 몰랐다. 이 역시 고전의 지식이 있어야 해석 논쟁에 숟가락을 얹을 수 있다.


무엇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 대한 해설은 다빈치의 천재성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12제자의 자리 배치가 별자리 순서이며 제자들의 행동 묘사를 통해 그들의 성격을 드러내는 치밀함, 그림이 그려진 식당벽에 일정하게 못을 박아 정교한 원근법을 사용한 흔적, 원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장기간 보존 방법을 버리고 느리게 그리기 위해 건식 기법을 사용한 것들이 그렇다.


이 책을 가장 먼저 읽은 수린샘은 안토넬로 다 메시나의 <수태고지의 마리아>를 극찬했다. 이탈리아 초상화의 전통을 세운 메시나의 이 그림은 기존의 <수태고지>의 방식을 뒤엎고 오로지 마리아의 표정과 시선, 바람결에 넘겨지는 책장을 통해 천사의 강림을 묘사했다. 


마지막으로 13장에는 뛰어난 재능을 시기한 스승 티치아노에게 버림받고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틴토레토의 삶이 화풍에 옮겨진 듯 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이 책에 소개된 대부분의 화가들은 10세 전후로 조실부모를 하였다. 어릴 적의 외로움과 헛헛함, 불안이 이탈리아 특유의 활발한 상업적 유산과 맞물려 자연의 질서와 인간의 심리 묘사에 더 치중하지 않았을까. 그 시대 고아가 된 이들이 공방이나 수도원으로 흘러들어가 화가와 같은 예술분야에서 성공하는 것이 비교적 흔한 걸 보면 오늘날 이탈리아가 명품의 본고장이 될 수밖에 없겠다란 생각이 절로 든다. 


이탈리아엔 마을마도 공방이 있었고, 조선엔 서당이 있었다! (나의 깨달음)

그래서 이 나라는 장인 정신 대신 (사)교육 열품이 잦아들지 않는 것인가!

...

이탈리아를 가게 된다면 베네치아에서 틴토레토를, 만토바에서 만테냐를, 그리고 피렌체에 들러 당대 이탈리아 화단을 이끌었던 화가들의 작품속에 오래 오래 침잠하고 싶다.




도나텔로는 다비르를 ‘골리앗이 상징하는 야수적 인간의 본능을 제압한 승리자‘라고 본 것입니다. - P33

이 무렵 종교의 주제가 ‘신‘이 아닌 ‘신과 교감하는 인간‘에게로 옮겨집니다. 마리아는 천사를 직접 만난 인간, 현대 과학으로 설명이 안되는 성령에 의한 임신, 그리고 십자가에 매달려 죽으면서 신의 구원자라 불리는 아들의 어머니 역할을 끝까지 수행하며 신과 교감하는 인간입니다. - P73

원근법이란 단순히 입체 공간을 그리는 화법일 뿐 아니라 인간 세상의 중심이 누구인가를 기하학으로 보여주는 방법이었습니다. - P82

마리아는 신과 인간사이를 이어주는 문으로, 예수가 이땅에 오도록 그의 통로가 되어준다고 해석합니다. - P85

이전까지는 신의 은총이나 죽음을 표현한 보편적인 가치만이 그림의 주제로 그려졌습니다. 리피가 그린 것은 자신이 느낀 행복입니다. 이제 개인의 행복이 르네상스 미술의 중심으로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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