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슴은 내거야! 그림책 도서관
올리버 제퍼스 글.그림, 박선하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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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와작와작 꿀꺽 책 먹는 아이'를 재미있게 읽었다. 그 때 책 표지가 정말 책을 먹은 듯 표현되어 있어 아직도 인상깊게 남아 있다. 이 사슴은 내 거야!도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니 읽기 전부터 어떤 기발함이 있을까 은근 기대가 됐다.

 

 이책에 나오는 지오는 5살 정도 된 남자아이같다. 한창 뭐든 내꺼라고 구분짓는 시기인 아이랑 닮아 있다. 지오는 길을 가다 주인없는 사슴을 만나게 된다. 지오는 사슴의 주인이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멋진뿔이란 이름을 지어준다. 소유욕에 불타 오른 지오는 주인으로서 여러가지 규칙을 세운다. 정말 막무가내다. 사슴에 대한 배려는 없다. 지오가 세운 규칙을 몇 가지 소개하면 이렇다.

지오가 음악을 듣는 동안 시끄럽게 하지 않기!, 지오가 원하는 곳은 어디든 함께 가기!, 집에서 먼 곳은 가지 않기!, 비를 피하는 지붕이 되어주기! 등이다. 그렇지만 멋진뿔은 지오의 규칙을 지킬 때도 있고 안 지킬 때도 있다. 지오는 멋진뿔이 규칙을 지킬 때는 좋고 안 지켜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런데 어는 날 낯선 사람이 나타나서 멋진뿔을 자기꺼라며 이름도 브라우니라 부른다. 지오는 브라우니라 부르는 할머니에게 멋진뿔이 진짜 자기 사슴이라는 것을 보여 주려고 이렇게 외친다. "멋진뿔, 엎드려!" 하지만 멋진뿔은 그 말을 듣지 않고 낯선 사람인 할머니를 더 좋아하는 것 같고 더 잘 따르는 것 같다.

지오는 크나큰 상심에 빠진다. 엄청 당황스럽고 화가 나서 집으로 달려가던 지오는 멋진뿔과 외출을 할 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표시하기 위해 만든 줄에 친친 감기고 만다. 시간은 흘러 밤이 되었고 지오는 혼자인 게 무섭고 꼭 괴물이 나타날 것만 같아 겁이 난다. 이 상황을 어떻게 물리칠지 한창 상상하고 있을 때 지오 곁으로 멋진 뿔이 돌아온다.

지오는 깨닫게 된다. 지금까지 자신이 멋진뿔의 주인인 적이 한 순간도 없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멋진뿔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지오는 규칙을 조금 느슨하게 만든다. 이번에는 멋진뿔이 규칙을 지킬 수 있을 때에만 지키면 된다.

그런데 또 다시 멋진뿔의 주인이 나타난다. 이번에는 다롱이로 불려진다. 아마 이런 과정의 반복을 통해 지오는 조금씩 조금씩 깨닫게 될 것이다. 멋진뿔의 주인은 그 누구도 아닌 멋진뿔 자신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멋진뿔의 생각과 의지를 지오가 바꿀 수 없음을 말이다.

책을 쉽게 접근했던 나에겐 내용이 다소 어렵게 다가왔다. 그러나 반복해서 읽다보니 조금씩 지오가 되어갔고 멋진뿔이 되어보면서 서로의 생각의 차이를 알 수 있었다. 엄마와 아이의 관계처럼 엄마가 바라는 아이의 모습과 아이가 생각하는 아이의 모습이 다르고 행동이 달라지는 광경이 펼쳐지며 내가 세운 규칙을 아이에게 강요하고 있고 그 규칙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 스트레스받는 내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책표지의 그림은 사슴이 자유롭게 뛰어 놀 것만 같은 대자연의 모습 그 자체다. 책을 넘기면 지오의 상상장면이 나온다. 상상장면에 나오는 지오의 표정은 행복 그 자체다. 지오의 상상대로 멋진뿔이 움직여주면 더 없이 행복하겠지만 자연에서 살아가는 사슴과 지오의 생활방식과 규칙의 차이는 크다. 다름을 깨닫고 구속에서 자율성으로 옮길 수 있게 도와주는 매개체가 하늘색 줄인 것 같다. 하늘색 줄이 책의 첫페이지와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하는데 올리버 제퍼스의 재치 돋보인다. 올리버 제퍼스는 하늘색 줄을 지오에게 칭칭 감아버린다. 지오가 만든 규칙에 지오가 걸려들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지오는 멋지게 빠져나온다. 멋진뿔은 사슴일 뿐이란 사실을 알고 나서 지오는 멋진뿔이란 이름도 하늘색 줄도 내려놓게 된다. 지오는 자신의 생각을 사슴에게 강요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과 타인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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