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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중심 잡는 아이들의 비밀, 자기결정력
김효원.김현웅 지음 / 심심 / 2026년 1월
평점 :
북유럽과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으로 작성한 내용입니다.
주변을 보면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정작 스스로 결정하는 일에는 유난히 약한 어른들을 종종 보게 된다. 학벌도 좋고 직장도 괜찮은데 막상 자신의 삶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는 쉽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자기결정력’은 이런 현상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차분하게 짚어보는 책이다. 특히 한국 사회의 교육 환경과 부모의 양육 방식이 아이의 정신적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진료실에서 수많은 아이들과 부모를 만나며 반복적으로 목격한 문제를 이 책에 담았다. 겉으로는 공부도 잘하고 문제도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힘이 부족한 아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부모의 지나친 개입과 통제가 아이의 삶을 대신 결정해 왔기 때문이다.
책의 1부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자기결정력을 잃어가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특히 가족 안에서의 과잉보호와 과잉통제가 아이의 자율성을 어떻게 약화시키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를 돕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아이가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기회를 빼앗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공부 역시 마찬가지다. 정답이 이미 정해져 있는 공부 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왜 공부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질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한다. 결국 공부 자체보다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한 행동이 되어버리고, 아이의 내면에는 ‘거짓 자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 인상적이다.
2부에서는 진짜 지능과 사회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부모가 만들어 준 성적이나 스펙이 반드시 진짜 능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남의 평가에 의존해 만들어진 ‘가짜 똑똑함’은 환경이 바뀌는 순간 쉽게 무너질 수 있다. 반대로 진짜 똑똑함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또한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환경 속에서 공감 능력과 도덕성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도 현실적인 사례와 함께 설명한다.
3부는 요즘 청소년들이 겪는 무기력과 우울, 그리고 좌절에 대한 이야기다. 경쟁이 심한 사회에서 아이들이 실패와 고통을 경험할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하면 오히려 작은 어려움에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저자는 약이나 상담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어려움을 견디고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마지막 4부에서는 자기결정력을 가진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는지 보여준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 다른 사람의 입장과 상황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 그리고 실패와 좌절을 견디는 회복탄력성이 중요한 요소로 제시된다. 특히 부모가 아이에게 완벽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보다, 부족하더라도 공감과 지지를 기반으로 함께 있어주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된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 중 하나는 공저 형식으로 쓰였다는 점이다. 공동 저자로 참여한 저자의 아들이 곳곳에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덧붙인다. 청소년의 시선에서 솔직하게 던지는 짧은 코멘트들은 전문가의 설명과 또 다른 균형을 만들어 준다. 덕분에 책의 내용이 이론적인 주장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삶의 이야기로 느껴진다.
‘자기결정력’은 단순한 교육 지침서라기보다 지금 한국 사회의 양육 문화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아이를 위해서라고 믿었던 행동들이 실제로는 아이의 성장 기회를 빼앗고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조심스럽게 보여준다.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부모가 이 원칙을 그대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최소한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질문을 던져 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책이다. 아이가 결국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만드는 부모 필독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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