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 없는 마을 - 제1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작 창비아동문고 267
최양선 지음, 오정택 그림 / 창비 / 201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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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화입니다. 결과를 알 수 없는 두근거림과 설렘으로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인지, 도대체 세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펼치고 있는 것인지, 그것을 알고나서 부터는 더욱 긴장하게 됩니다.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내가 사는 세상을 짚어보면서 과연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겠습니다.

 

"나는 인간이 되었지만 마녀의 기운이 남아 있단다. 그래서 사물 속에 숨겨진 영혼을 느낄 수 있어. 그런데 그 힘은 곧 사라지게 될 거야. 그리고 물건과 하나가 되어 물건으로 변한 것 ..... 그건 인간들이 자초한 일이다. 물건에 대한 집착 ..... 끊임없이 사고 버리면서 그들의 마음과 감정은 사물처럼 딱딱하게 굳어지고 있어. 겉모습만 인간일 뿐이지. 마음과 감정이 사라진 이들은 사물일 뿐이야." (p115.116) 

 

자작나무섬, 비밀을 머금은 듯한 새로온 교장, 거대한 고물상, 낯설지만 한번 들으면 신비감이 감도는 이름들...

동화는 온통 밝혀지지 않은 신비함에 둘러싸여 있어요. 꼬투리를 찾아서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어디 하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아요. 끊임없이 제기되는 궁금함과 호기심이 책읽기에 빠져들게 하네요. 저희 아이는 보담이 아빠가 열쇠를 쥐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중얼거리면서 읽더군요. 저는 다르게 생각했구요. 누구를 의심할까 누가 비밀스러운 현상들을 해결해줄까 상상하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사진같은 그림들이 신비감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네요. 사람 얼굴이 너무 생생해서 누구인지 알아보려고 한참 들여다보기도 했어요. 시원스러운 바다의 모습, 액자처럼 여겨지는 사람의 세상들이 정말 생생하게 표혀되어 있습니다. 남자인 줄 알았던 인물이 나중에 보니 할머니였고, 여자 아이인 줄 알았던 인물이 알고 보니 잘 생긴 소년이었어요. 열심히 꼼꼼하게 읽었는데...그만큼 책의 즐거움에 빠져 책이 저를 갖고 노는 것도 몰랐나 봅니다. 나중에 알게 된 후 찾아오는 충격과 놀라움은 가슴을 서늘하게 하지요. 또 책에 대한 애정이 쑥쑥 커지기도 하구요.

 

 

 

물건이 우리를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어요. 새로운 물건이 나오면 당장 써보고 싶어지고 꼭 갖고 싶어집니다. 그걸 갖지 못했을 때 오는 부끄러움과 허탈함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든 그것을 가지려고 노력하지요. 어제까지 소중했던 물건들이 오늘은 새로 나온 더 좋은 제품 때문에 구닥다리 취급을 받기도 하구요. '나는 전화만 걸 수 있는 아무 핸드폰이면 되는데.... ' 친구들이 동료들이 옆집 엄마가 스마트폰을 꺼내 이리저리 검색하는 모습을 보면서 괜히 내가 촌스러운 사람이 된 듯해서 허겁지겁 스마트폰으로 바꾸는 나의 모습...너무 낯설어요. 솔직히 조금 싫기도 해요. 평소보다 요금을 세 배정도 더 내야하고, 그다지 인터넷 검색할 일도 없는데 자꾸 꺼내서 쓸데없이 눌러보게 되고, 카카오톡을 하면서 괜히 내가 돋보이는 사람이 되고 싶어지고...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이 많은데도 두 번 생각 안하고 바꿔버린 제 자신이 나약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동화속에서 저의 모습을 찾았어요. 저희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친구가 가진 옷이나 볼펜을 꼭 갖고 싶어하고, 신발도 자신의 취향보다는 남에게 좋게 보이기 위해서 고르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되지요. 보담이 엄마나 교장의 딸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에요. 그래서 더 두렵구요. 물건이 사람의 영혼을 담고 있다는 것도 섬뜩해요. 사람을 위한 물건인지, 아니면 물건을 위한 사람인지, 누가 주인공인지 분명하게 생각하면서 살아야할 것 같아요.

 

 

 

 

 

 

갑자기 마구 사라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 세상이 불행해지고 있다는 의미지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세상은 아무리 풍족해도 절대 행복을 느낄 수 없는 것이니까요. 보담이는 참 용감해요. 궁금한 것, 알쏭달쏭한 것을 참지 못해요. 그냥 넘어가 버려도 그만인 문제들에 대해서 끊임없이 의문을 갖고 그것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발로 뛰지요. 보담이의 용기가 대단해 보여요.

 

이 세상에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보다 느끼면서 알게 되는 일들도 많은 것 같아요. 바다마녀의 바람은 아마 인간들이 스스로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면서 진실을 찾아가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태양과 달이 하나가 되는 시간에 이루어진 일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나에게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 새로운 물건을 찾기 보다는 스스로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면서 깨달아야 할 듯해요. 나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내가 갖고 싶었던 물건인지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나'인지,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인지, 꿈을 잃지 않은 나의 마음인지..우리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준 마음을 꽉 채워준 동화였습니다.   

 

 

 

저희 아이가 쓴 리뷰입니다.

 

 

<지도에 없는 마을>을 읽고 ...

 

엄마가 없는 보담이가 불쌍하다. 쇼핑을 좋아하는 엄마라서 그런것 같다.사람들이 사라지는 마을은 무섭다. 어느날 갑자기 우리 가족이 사라진다면 너무 속상할 것이다. 다시 가족을 꼭 찾게 되기를 빌었다. 엄마가 없어지고 딸이 없어지면 얼마나 화가 나고 기다려질지 모르겠다. 지도에 없는 마을은 자작나무섬인것 같다.공장이나 백화점이나 아파트가 없는 대신 거대한 고물상이 있다. 그것에서는 초록옷이나 파란옷을 입은 사람들이 일한다. 물건을 주워오고 고쳐서 다시 도시에 팔고온다. 재활용같은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없어져서 고물상에 가는것 같다.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사람들이 잘못을 알고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 가족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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