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궁전 리리 이야기 1
이형진 글.그림 / 시공주니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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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그림책인데, 무겁고 깊이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마냥 웃고 즐기면서 쑥쑥 자라는 아이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되네요. 리리는 밝고 이쁜 겉모습과 달리 약간의 슬픔이 있어요. 아무리 개구장이이고 말썽꾸러기라도 곁에 엄마가 있다면 늘 떳떳하고 자신만만하게 살아갈 텐데, 이쁘고 착한 리리는 단지 곁에 엄마가 없다는 이유로 기운이 쑥 빠져요. 어른들이 더 나뻐요. 엄마가 없어서 외롭고 쓸쓸한 아이 앞에서 골칫덩어리라고 쯧쯧 거리기나 하고, 용기를 주기는 커녕 리리의 처지를  대놓고 가엾어 하지요.

 

어른들의 지나가는 말을 듣고 풀이 죽은 리리!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네요. 다른 사람들이 못알아 보면 골칫덩어리라는 말도 안 들을 거고, 그러면 마음에 상처도 안 받을 것 같았나 봐요. 정말 안타까워요. 이웃집 선녀 할머니를 만나면서 리리는 새로운 걸 깨닫게 되지요. 무조건 도망다니고 감춘다고 해서 나 자신이 드러나지 않는 것을 아니라는 걸 말입니다. 밖에 나갈 때 쓰던 가면을 리리가 던져버렸을까요?

    

 

어른들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가면을 쓰고 나다니는 리리를 보면서 많은 걸 느꼈습니다. 어른들은 별 생각없이 말하고 행동하는데 그것으로 인해서 마음이 여리고 순수한 아이들은 마음속에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리리 덕분에 반성하게 되네요. 리리가 속깊은 이야기를 털어 놓아서 다행입니다. 속으로 끙끙 앓고 상처만 점점 더 깊어지면 나중에 리리가 어른이 되었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길지,상상만 해봐도 마음이 아프네요. 엄마는 리리를 외할머니 집에 두고 떠나셨어요. 엄마가 옆에 없다는 것은 아이에게 큰 기운을 빼앗아 가는 것과 똑같지요. 외할머니와 함께, 친구와 함께, 그리고 이웃과 함께 리리가 꿋꿋하게 지내는 모습을 꼭 지켜보고 싶습니다.

 

속깊은 이야기가 나와서 마음을 무겁게 하기도 하지만 곳곳에 나오는 우스꽝 스러운 그림이 자꾸 웃게 만드네요. 재미있는 가면을 쓰고 돌아다니는 아이들, 돼지궁전, 그리고 즐겁고 유쾌한 그림들이 마음속에 하나 하나 자리잡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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