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양털 조끼의 세계 여행 - 우리 앞에 펼쳐진 세계화의 진실
볼프강 코른 지음, 이수영 옮김, 김은혜 그림 / 웅진주니어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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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하다. 책을 읽고나서 우리가 처한 현실을 돌아보면 더욱 암담해진다. 물론 방법은 있다. 책에서 제시한 공정무역, 올바른 세계화가 정답이겠지만 어마어마한 크기의 세계가 함께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당장의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근에 아이와 함께 공정무역에 대한 그림책을 읽어보았다. 막연하게 듣던 공정무역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당한 노동, 악조건의 노동환경, 저임금, 대책없는 환경오염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마음이 아팠다. 나 또한 지구 반대편, 혹은 우리의 이웃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공정한 무역에 동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되짚어보기도 했다. 모르는 채, 우리가 별 것 아니라고 넘기는 사이에 엄청난 사람들이 질병에 시달리고, 가난에 빠져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꼭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야기는 참 재미있게 시작된다. 우연히 TV 를 통해서 내가 입던 옷을 발견하게 되고 그것의 자취를 찾아보면서 많은 사실들을 밝혀낸다. 한 벌의 옷이었지만 그것이 의미하고 있는 것은 엄청난 것이었다. 왜 내가 버린 옷을 아프리카에 사는 사람이 입고 있을까? 무심코 넘길 수 있는 일이었지만 비밀은 하나씩 벗겨진다. 인조 양털 조끼가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놀랍다. 원료가 석유라는 점이 당황스럽다. 인조가죽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물건들, 가방, 옷, 가구...그것들이 석유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아이에게도 충격이었나 보다. 가장 저렴한 환경에서 만들어져야 하는 상황, 값싼 노동력, 더러운 환경, 인권침해가 그곳에서 행해지고 있었다.  

 

                   

 

                  
   


조끼가 만들어지는 공장의 환경은 정말 비참하다. 12시간 가까이 일해야 하는 환경은 닭장처럼 좁고 더러운 곳이었다. 그것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인간의 권리는 없어 보인다. 공장에서 버린 물로 몸을 씻다 병들어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후진국의 환경오염은 그곳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돌고 도는 세계의 흐름은 전혀 엉뚱한 곳에서의 오염으로 발전되고, 어느 나라에 사는 누구나 환경오염에 노출될 수 있다는 논리가 통한다. 석유는 언젠가 고갈될 자원이다. 그런데 물품이 세계를 돌고 도는 것이 석유의 소비를 부추긴다는 것은 분명 큰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산업이 창출된다는 것은 꼭 나쁜 의미는 아니겠지만, 그건 언제나 인간의 삶을 우선순위에 두고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다. 우리에게 불리한 산업은 도태되고 또 다른 녹색산업으로 이어져야 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내가 쓰고 있는 물건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연필과 공책, 매일 입고 벗는 옷과 집안에 있는 가구,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가전제품들..
요즘에는 어떤 물건을 사도 수명이 예전만큼 길지 않다. 얼마전에 컴퓨터가 고장나서 수리 기사 아저씨가 집에 오신 적이 있다. 아저씨는 최근에 만들어진 컴퓨터는 겉보기에 작아지고 날렵해진 듯해 보여도 속안은 튼튼하게 만들어지지 않아서 길어야 3-4년 수명밖에 안된다고 하셨다. 우리나라 대기업에 소속된 기사분의 말씀이라 신뢰가 갔는데, 정말 씁쓸하다. 중국산이 넘쳐나고 어떤 물건이든 단시간에 뚝딱 만들어내려는 조급증이 우리의 생활을 더욱 각박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짚어봐야 할 것이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위하는 마음이 필요한 세상이다. 내 앞에 있는 것들만 중요하다고 여기지 말고 눈을 크게 뜨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관심갖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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