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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전날
호즈미 지음 / 애니북스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감정은 '허무'다. 물론 인생에서 느낀다면 너무나 허망하여 헛헛하겠지만, 작품에서 느껴지는 허무는 최상급이다. 그 어떤 작품도 허무가 주는 여운을 따라가지 못한다. 때문에 이런 류의 작품에 마음이 간다.
신작으로 서점에서 제목을 본 순간 잊을 수 없었다. 무심한 표지 그림이나, 의미심장한 제목이 유난히 신경 쓰였다. 그래도 만화책을 사 모으는 편이 아니라 고민을 꽤 했던 듯하다. 며칠 지나지 않아 결국 미리 보기 한 번 없이 사버렸지만.
관계가, 특히 애정으로 맺어진, 그것이 나아가 법으로 맺어져 사회적인 틀이 되어버리는 결혼이란 것은 참으로 인생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것은 단순히 결혼 당사자만의 일이 아니고 여럿의 문제로 뻗어나간다. 그래서 이 만화가 꽤 희안하고 기똥찼다.
단편집이라 생각한 만큼의 짜임은 나오지 않았다. 물론 나름의 유기성이 있지만 너무 기대를 했던 탓인지. 그래도 꽤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음에는 확신한다. 내 주변의 남자들도 아무 소리 없이 읽어내려 가는 것을 보면 꽤 대중적이고 꽤 모호한 이야기인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