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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시에이션 러브
츠츠미 유키히코 감독, 마츠다 쇼타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6년 5월
평점 :
이니시에이션 러브˝ 이 책은 구성이 특이하게 레코드 판 처럼 SIDE A, SIDE B로 되어있다.
- SIDE A -
˝스즈키˝는 어느 날 대학 친구로부터 미팅을 나가자는 제안을 받고 4:4 미팅에 나가게 된다.
이 미팅에서 ˝스즈키˝는 ˝나루오카 마유코˝라는 치위생사 여자를 만나고는 마음에 들어하게되고, 다행히 ˝마유코˝도 ˝스즈키˝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어 서로 사귀게 된다.
평소 소심하기도 하고 숫기없는 스즈키는 남자친구는 없다는 마유코의 말에 조심스레 자신의 마음을 내보이며 그녀와 데이트를 하다, 어느 날은 고백을 하고, 둘은 그렇게 금요일마다 만나며 사랑을 키우고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내게 된다.
- SIDE B -
스즈키는 어느 대기업에 취직하고 마유코가 살고 있는 시즈오카에서 지내기 위해, 시즈오카에 있는 회사에 입사했지만, 이 회사에서 스즈키의 실력을 인정해 도쿄 본사로 발령낸다.
어쩔수 없이 도쿄로 이사를 하게 된 스즈키는 마유코와 떨어지게 된 것을 아쉬워하며 미안하다고 하고, 마유코는 괜찮다며 다독인다.
도쿄에 온 후 스즈키는 주말마다 시즈오카에 가면서 마유코와 애틋한 사랑을 키워간다.
그러다가 어떤 주는 아파서, 어떤 주는 일때문에 마유코를 만나러 가지 못하면서, 둘은 만나는 횟수도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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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즈음에 스즈키를 좋아하는 같은 직장 여성 동료 ˝이시마루˝가 나타난다.
˝이시마루˝는 소박한 분위기의 마유코와는 달리 세련되고 자기주장이 있는 여성으로 다른 남자동료들도 사귀고 싶어하는 스타일의 적극적인 여성.
스즈키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하는 이시마루를 부담스러워하면서도 그녀에게 매력을 느끼는 스즈키.
어느날, 이시마루가 스즈키에게 차를 빌려달라는 부탁을 하고 이시마루의 물건 하나를 차로 옮기게 되고, 그날 이시마루의 유혹에 스즈키는 넘어가게 된다.
한편, 시즈오카에 가서 오랜만에 마유코를 만난 스즈키는 마유코로 부터 임신했다는 말을 듣고 고민 끝에 낙태를 결심한다.
그런데, 스즈키가 무심코 이시마루라는 이름을 내뱉으면서 마유코는 다른 여자의 존재를 알아채고 스즈키와 마유코의 사이는 그렇게 끝이 나버린다.
< 스포일러 >
책의 가장 특이한 구성은 시간적 배경이 섞여있다.
책의 끝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이렇게 설명했다.
자신의 책 구성이 레코드 판처럼 SIDE A, B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SiDE A 가 플레이되는 동안 SIDE B도 돌아가고 있다고....
한마디로 ˝이니이세이션 러브˝는 ˝스즈키˝라는 이름이 속임수이다.
일본은 성(姓)으로 서로를 부르는 경우가 많고, 친해지면 ˝OO짱˝ 이라는 애칭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에서 스즈키는 성(姓)이다.
책의 초반에 마유코가 미팅에서 만난 스즈키는 풀네임이 ˝스즈키 유키˝이다.
이름 유키의 ˝유˝가 ˝夕, 저녁 석˝라는 스즈키의 말에 마유코는 가타카나 ˝タ, 다˝와 비슷하다며 ˝닷짱˝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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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에 등장하게 되는, 도쿄로 전근을 간 스즈키는 ˝스즈키 다쯔야˝이다.
그러니까 마유코가 만나는 스즈키는 성이 같은 것이다.
마유코는 ˝스즈키 다쯔야˝를 ˝닷짱˝이라고 부른다.
순박해 보이는 ˝마유코˝도 이 부분에서는 두 남자와 만나면서 서로 헷갈리지 않으려고 이름을 ˝닷짱˝으로 통일한 치밀함을 보인다.
시간상으로는 마유코는 ˝스즈키 다쯔야˝와 먼저 만났고(어떻게 만난지는 안나온다), 다쯔야가 전근을 가고 난 후 서로의 감정이 좀 약해진 어느 시점에 마유코는 미팅을 나가서 ˝스즈키 유키˝를 만난 것이다.
˝스즈키 다쯔야˝가 시즈오카에 있는 ˝마유코˝를 두고 도쿄에서 회사 동료인 ˝이시마루˝를 만난 것처럼, ˝마유코˝도 도쿄로 전근간 ˝스즈키 다쯔야˝를 두고 시즈오카에서 ˝스즈키 유키˝라는 남자를 만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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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후기에서 연도까지 이야기하면서 사람들간의 만남에 대해 시간 차이를 알려주고 이 속임수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만, 그 시간 차이라는 것이 일본에서 했던 드라마, 노래로 설명이 되는 것이지, 책에서는 연도가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그런 드라마를 모르는 한국 독자들은 절대 이 속임수를 알아챌 수 없다.
이 이야기가 이상하다고 알아채는 것도 어쩌면 어려울 수 있다.
마지막 페이지도 아니고 마지막 3줄에서 ˝어....˝ 하는 소리가 난다면 이 소설을 그나마 잘 읽어 왔다고 생각한다.
그냥 모르고 넘어가면 이 책의 내용은 고향에 있는 애인을 버리고 도시에서 새 여자를 만나는 남자의 흔한 연애이야기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름을 이용한 트릭을 발견한 순간 완전히 다른 소설로 보인다.
남녀 심리를 잘 풀어낸 연애소설로도 괜찮았지만, 서술트릭으로도 대단한 책이었다.
˝이니시에이션˝은 영어로 시작이라는 뜻도 있지만 ˝통과의례˝라는 말도 있다.
이시마루의 적극적 구애에 스즈키는 시즈오카에 애인이 있다고 하지만, 이시마루는 자기도 사랑한 남자와 헤어졌다며, 누구나 통과의례가 있다면서 스즈키의 애인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는 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