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 장정일 단상
장정일 지음 / 행복한책읽기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장정일 이 파격의 위악자 나는 장정일을 머리 카락 하나도 모른다 다만 그의 악명 높은 소설의 분위기와 그에 따른 이 땅의 필화사건과 그 판단하기 힘든 문화사적 의미가 될지모르는 재판의 유효성에 따른 논란을 알 뿐이다 그런데도 빙산의 일각이 아니라 빙산의 0.5%같은 이를테면 장정일의 독서일기나 이인화의 대담같은 그런 지면을 통해 본 그의 의식의 건축적 견고함은 매우 정치하고 탄탄하여 그 두터운 내공의 사유를 짐작하게 하였다 그런 탓에 이번의 장정일의 단상-생각을 보며 그의 생각의 편린들을 들여다 보았다 위악을 통해 발작적인 드러내기의 진실을 추구하던 이 시대의 불협화음 장정일을.이책의 구성은  인간 장정일이 아무런 의도 없이 자기가 쓰고 싶은대로 자신의 사상과 주관 그리고 사고의 결정체들을 단상의 생각의 형태로 자유롭게 쓴 [아무 뜻도 없어요] 라는 글과 신작시6편 그리고 영화평과 삼국지 관련 글들이 있었다

이들을 차례로 일별하며 느낀 이 책과 작가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장정일에 대한 느낀 점들은 다음과 같았다

1.밑줄을 무지 많이 치며 읽은 책

그의 사색의 그물은 촘촘하고 포착하는 힘이 대담ㅂ하면서 또 혼돈의 중심으로 패기있게 전진하는 직관적인 박력이 있다 아울러 분석력도 예리하고 정교하다 참으로 그 분석의 날카로운 재치와 기지가 명논객이 지니는 진정성의 논리적 완결성을 정확히 갖추고 있었다

2.나름의 합리를 지향하는 열린 정신

군대의 폭행사를 다룬 부분에서 인권이 신장된 지금도 일년에 수백건씩 터지는 군대의 폭행사를 비판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작가의 인간 중심을 원하는 사고를 볼 수 있었다

이는 또한 서정주의 시 신부를 비판하는 비평에서도 나타난다 서정주의 시 신부는 어떤 내용인가 신부와 신랑이 결혼 초야를 치르게 되었는데 신랑이 화장실에 가려다 옷깃이 방문에 걸린다 그러자 신랑은 신부가 음탕하다고 생각하여 그날로 신부를 버리고 떠난다 세월리 흘러 노인이 된 신랑이 그 집을 생각이 나 찾아보니 신부가 몇 십 년 전의 신혼 초야의 모습으로 그대로 있더라는 것이다 신랑이 잠깐 만져 보았더니 그대로 매운 재가 되어 폭삭 내려 앉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의 내용은 조선시대에나 열녀의 상으로 환영받을 시이지 지금의 현대 사회의 진취적이고 남자와 동등한 인격으로 대접받는 여성들은 이 시의 여성과는 너무 거리가 먼 것이다 장정일은 이 신부란 시에 나타난 욕망의 주체자로 나서지도 못하는 여서의 수동적 입장을 비판하며 여성에 대한 긍정과 가치인식을 바탕으로 하여 여성의 제 권리와 제 목소리 찾기를 천명하고 있다

이런 장정일의 열린정신은 남근없는 자의 설움이라는 베이비복스와 디제이 디오씨의 이하늘의 대립에 대해 쓴 글에서도 잘 일맥상통하게 흐른다 베이비복스가 2pac 의 음악을 샘플링하는 것에 대한 이하늘이 독설을 가했다 이 사건은 작가가 보기에는 남성우월주의적 사고 방식을 가진 이 하늘이 여자의 몸으로 남성들의 월한 쟝르인 랩에 도전하는 베이비복스를 남자의 정신적인 폭력으로 대응하고 조롱한 것으로 처음부터 베이비복스가 남자였더라면 다른 방식으로 분쟁이 났을 거라는 거다.이하늘은 남자라는 월한 의식으로 여자인 베입복스를 정신적인 측면에서 폭력으로 대하며 여자라는 이유로 무조건적인 깔보고 짓밟는 태도로 나왔다는 것이다 .새삼 한국의 남성우월주의적인 편견을 이하늘은 드러냈다는 것이다.상당히 공감가는 분석이었다

장정일은 이런 여자에 대한 광범위한 편견 ,멸시,억압의 남성우월주의를 비판하며 런닝구 입은 사내가 막걸리 마시며 늘어놓는 말에서 페미니즘이 운위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페미니즘이라며 여자에게 열린 합리적인 자기의 정신을 피력한다

 3.인습과 관습의 막중한 굴레에 항거

장정일은 자신의 방식이었던 세상의 인습과 안일한 위선 그리고 막중한 굴레에 항거하던 그 사상의 일각을 여기 첵에서도 피력하여 인간 정신의 해방된 진실을 갈구하는 용기있는 지성인의 아우라의 섬광 같은 것도 보여주었다 이런 구절에서 말이다 -시민이 책을 읽지 않으면 우중이 된다 책과 멀리 하면 할 수록 그 사람은 사회 관습의 맹목적인 신봉자가 되기 십상이고 수구적 이념의 하수인이 되기 일쑤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내밀한 정신의 쾌락을 놓치는 사람일 뿐 아니라,나쁜 시민이다

4.염결하고 결벽적이기까지 한 양심

수시로 등장하는 2005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선정작가를 거절한다는 편지나 꼭 읽어야 할 시 선정에 자신의 시는 꼭 읽혀야 할 시가 아니라며 빼달라는 편지글의 원본은 작가로서는 그저 자기의 고집스럽고 괴벽적인 자기 신념의 표출이겠지만 나에게는 위악으로 줄달음치고 포르노의 선정성을 도구적 무기로 세상과 대결하고 싸우지만 사실은 깨끗한 의식과 양식을 가지고 그것을 추구하는 작가의 염결하고 결벽적이기까지 한 그의 야누스적인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것으로 비쳐졌다

5.자신의 글에 대한 책임감

이런 순결하고 빛나는 가치에 대한 도덕적 투철함을 다시 발견하게 되는 대목은 언론사에 대한 탈세 조사에 의한 권력의 언론 손보기의 부당함을 아전인수로 두둔하는 문단의 노대가에 대해 권력의 언론 통제는 거기에 맞는 방식의 대응이 필요하지 납세의 의무를 부정하게 자행하는 것이 아니라는 준엄한 지적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삼국지시사파일이라는 칼럼을 쓰면서 현대의 시사인물들을 평가하고 비평하던 자신의 글들을 수구기득권인사가 공자의 어구들을 기득권 우호의 이현령 비현령으로 오용하고 있음을 보고 자책해 자신의 글도 그런 소지가 있다고 판단 신문칼럼에 그만 쓴 것에서도 같은 맥락으로작가의 정신이 보였다

6.세상을 보는 민첩한 시선과 혜안

일본소설과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로 일본 대중문화에는 지체란 것이 없다며 한 사회의 지체란 기술과 사회현상은 앞서가는데 법이나 제도가 그것을 따르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칭한다.법이나 제도는 사회 현상이나 기술을 한 발 짝 뒤늦게 따라와야지 그것을 앞서갈 수는 없다면서 제대로 된 문화라면 그 사회가 어물쩍거리고 있는 지체를 메워줘야 한다는 작가의 창작론 내지는 문화론을 피력한다

7.세상을 보는 확대된 눈

그의 인간의 본성과 사회 그리고 역사를 보는 독창적이고 독특하며 합리화된 비범한 세상 읽기는 삼국지에 대한 신랄한 혹평과 자신이 쓰는 2천년대의 한국의 삼국지론에서 그 절정을 이룬다 장정일이 보기에 삼국지는 남자들이 천하를 차지하기 위하여 위선과 자기기만과 모략에 더하여 굴종으로 가득한 생애들이 유교의 지배이데올로기에 힘입어 충의와 의리로 덧칠된 추악한 전쟁판의 이야기다 그곳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경국지색을 갗춘 요부이거나 당대의 유교적 충군이념과 남존여비의 사상을 선전 선동화하는 도구에 불과한 여성잔혹극의 해당자들뿐으로 이 두가지 중에 하나만이 삼국지의 여인들이다 더욱이 이 책은 삼국지연의를 쓴 지은이들이 유교의 화이론에다 춘추필법적인 태도로 자국의 중화주의를 찬양하고 노골적으로 주장하는 가운데 21세기의 중국의 패권주의와 맞물려 타민족을 열등히 여기는 심각한 사고관의 결함까지 있는 오독의 요소가 한 두 가지가 아닌 고전인 것이다.바로 그런 문제들을 개선하고 긍정적으로 바로잡기 위하여 오늘의 새시대 속에 살아 숨쉬는 삼국지로 새롭게 개작하여 고전과 현시대의 창조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하겠다고 작가는 말한다. 대단하다!...이문열 삼국지나 황석영 삼국지 박종화 삼국지 등등 기존의 메이져 삼국지가 조금도 관심을 기울이거나 역량을 쏟아 붓지 않은 삼국지의 사각 지대의 그 원초적 결함을 장정일이라는 신진이 돋보기를 들이대듯 밝은 혜안으로 그 환부를 도려낸다는 느낌이 들었다.작가의 이런 주장들이 독선적이고 아집에 차 있다거나 허황되고 과장된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안들고 오히려 오로지 작가의 주장에 무릎을 치며 마치 눈에서 바늘이 떨어져 나가듯 지금까지 무지해서 몰랐거나 무심히 그냥 지나치던 맹점들을 솟 속 절난내고 격파하여 극명하게 정리된 명쾌한 입장으로 정리하는  것에 참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8.전체적인 소감

정말 장정일이라는 작가의 세상을 보는 눈이 그토록 자세하고 밝은 것에 놀랐고 논리정연하면서도 선명한 자기 주장과 덧붙여 합리성에 투철한 인간중심주의의 휴머니즘적인 사상관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장정일은 세상의 음란무도하고 일탈적인 퇴폐라는 그 알려진 겉모습과는 달리 민중이 인간이 스스로의 모습으로 인간답게 사는 참다운 자기실현의 공간을 누구보다 소중히 하는 진전한 합리주의자라는 느낌에 많는 생각이 오고 갔다

이런 사람이 대체 왜 포르노 소설만 쓰는 변태적인 아웃사이더로 낙인찍혀야 하나

장정일 그는 시대를 너무 앞서갔던 사람이다 그러므로 시대가 그를 뒤쫓지 못했던 것이다

시대는 그의 방법적 도구에 집착해 그가 꿈꾸는 인간의 얼굴을 못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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