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맛 - 2017년 18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강영숙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17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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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을 안 읽은 지가 꽤 되었다
문학 전반을 걸쳐 안 읽고 주로 인문 쪽을 공부(?) 라도 하는 기분으로 붙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끔은 집에 있던 안 읽은 외국 소설들 , 주로 서양 소설들을 이따금 읽기는 했다

왜 나는 한국 소설들을 안 읽은 것일까

구입도 잘 안 하고 말이지

왜일까?




언젠가는 그것에 대해 메모라도 하면서 분석하고 싶다만
내 주제에 뾰족한 결론이 나올 것 같지도 않긴 하다


그 동안의 한국 문학의 경향과 트렌드를 알기 위해 그래서 이 책을 서평을 신청했다
이상 문학상이 가장 유명한 문학상이긴 하지만 이상 문학상 수상작품집이든 뭐든 지금의 수상작품집이라면 그래도 약간은 문단의 작가들 이름도 알 수 있고 작품들의 트렌드나 그런 걸 대강은 라기 보다는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을까 했다

내가 사실 한국 문학과 그 문단에 대해 갖는 인상은 언젠가 하루키의 수필인지 인터뷰인지 거기서 읽은 일본 문단의 풍경과 놀랄 만큼 흡사했다 안타깝게도
일본 문단은 주로 몇 명의 심사위원들이 돌아가며 심사를 하고 또 그들이 작품을 쓰며 그들끼리 찬사의 비평을 서로 주고 받으며 상을 서로 돌아가며 수여한다는 것이었다

일단 한국은 심사위원들이 작품까지 쓰는 경우는 일부이다 몇 몇 작가들만이 작품도 쓰며 심사위원도 한다
그러나 그 나머지는 거의 일본과 같다고 보면 된다
문단 내에서의 서열과 줄서기를 잘 따라야 상이건 문학과나 소설창작과의 교수 자리라도 맡을 수 있고 또 졸렬한 작품도 서로 서로 주례사 비평으로 끝없이 상찬만 해주며 매번 비슷 비슷한 작가들이 심사의 결선에 올라 언젠가는 순서대로 문학상을 받고...
문학 본래에 열중하기 보다는 문단 정치나 하고 자기들끼리의 폐쇄적 조직을 결성하고 가입하지 않는 자들을 배제하는 

저 말을 하루키가 했을 때가 90년대 초반이거나 80년대 후반이거나 그럴 것이다 나도 확인하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러나 하루키의 인터뷰나 에세이를 뒤져 보면 분명히 나온다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러나 그럼에도 일본의 문단내의 모습이 변했는가 하면 아직도 그렇지 않다고 봐야 한다
하루키는 작품성의 논란이야 어쨌든 이제는 명실상부 국제적인 스타임에도 여전히 일본 문학계에서는 찬밥이고 아웃사이더이다
하루키가 작품이 팔리지 않는 슬럼프였다면 상도 일본 국내에서는 일찌감치 수여되지 않았을테고 오래 전 매장되었을 것이다
판매 부수가 어떻든 작품성이 좋았다 하더라도 하루키 작품이 상을 받을 수 있었을까? 

다시 시선을 한국으로 돌리면 일본이 하는 짓을 한국이 하고 있다 똑같이
그렇다고 일본 문학만큼 작가층이 두터운 것도 문학시장이 큰 것도 스타작가가 많은 것도 아니면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문학인가
아니면 한국 소설 혹은 한국 문학이 세계로 나아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필요한가
이것은 해묵은 한국 문단의 숙제이다

이것은 단지 한국 문단의 위상과 한국 문학의 해외 진출 혹은 한국 문학의 세계화에 따른 문제에 불과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문제만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느 나라라고 해서 문학계가 제대로 정상적이고 건전하며 원활하게 제기능을 다하는 곳은 없다고 봐야 한다
프랑스에서 자국내의 문단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오며 독일은 문학을 숭배하다시피 TV 방송프로그램조차 방영하지만 독일도 알고 보면 문단에 골칫거리가 많다
멀리 다른 나라에 사는 우리로서야 띄엄띄엄 그들이 사태가 터지고 공론으로 활성화가 되어야 주워 들을 수 있지만
가까운 중국이나 러시아는 문학계와 문단이 어떨까
결코 좋은 기대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은 과연 소설가들의 천국일까 그럼?

하지만 한국 문단이 공보다는 과가 많으며 잘하는 것보다는 못하는 것이 많다는 것은 분명하다
세대 교체가 되어 가고 있음에도 과거 문학상 소설집들이 보여주던 지리멸렬함을 감출 수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리얼리즘에 의한 내면의 기술에 의존한 사건의 보여주기라는 아직도 옛 기법 그대로인 소설들이 대거 심사 대상의 최후작들이었다
리얼리즘이 아닌 것일까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일까?




불안한 삶은 어쩌지도 깨뜨릴 수도 없으며 출구를 찾으려는 노력보다는 그냥 주저 앉아 울고 마는 패배감이 작품집 곳곳에 공통적으로 보인다
이미 한국 사회는 노화하고 있으며 안에서 내파(內破)하고 있다는 징후들이 여기 저기서 포착된다고 할 것이다
작년 부터 한국 국내 뉴스는 엄청 시끄러웠었다
대통령의 비리 문제를 떠나서 경제계 , 사회 , 문화계 어느 곳 하나 멀쩡한 곳이 없었다
삶은 살수록 지치고 미래에 대한 전망과 희망은 보이지 않으며 서로에 대한 결속력과 친밀감은 자꾸만 희박해진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지만 서로가 서로를 외면하면서 그들은 더욱 바쁘다
어쩌면 서로 떠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현상과 문제들이 오늘에만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또 한국에만 이런 감정들의 잔해가 널린 것도 결코 아니다
소설가들은 예술가들은 주로 이런 칙칙하고 우울한 상처들과 고통을 즐겨 다루니까
드라마는 아마 이런 것들을 살짝만 보여 주며 때로는 정말 진지하게 다룰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명랑하고 유쾌하게 이야기들을 직조한다
그래야 팔리니까
그러나 문학 따위 이제는 문학은 죽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시대이고 - 즉 순수문학 또는 본격문학이라고 불리는 쟝르말이다 - 누가 굳이 돈 주고 사 읽지도 않고 늘 읽는 사람만 읽는 소설 같은 건 작가들이 작정하고 자기 쓰고 싶은 대로 - 과연 그렇기만 할까만은 - 쓰니까 이런 다크하고 해롭고 암담한 제재 같은 건 문제되지도 않는다 소재로써 말이다
어느 나라 소설을 읽어 봐도 유쾌하고 즐거운 소설은 가벼운 쟝르의 소설이 아니고서야(?) 없으며 세계 고전문학부터 지금의 당대의 소설들까지 유머라고는 싹 씻고 울고 눈물 흘리는 소설들 밖에 없다 거의 대부분
시간이 남아 돌 때 만약 장난이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어느 나라 문학이건 한 번 쭈욱 뽑아 놓고 검사를 해보시길
우울하고 부정적인 분위기의 고통을 다루는 소설이 많은지 할리퀸 로맨스처럼 따스하고 행복한 소설들이 많은지

그러나 2000년대를 넘어 와 이런 전망 부재의 소설들이 더 많아지고 더 늘어났다는 것은 지울 수 없는 인상이다
그 동안 나라의 경제 규모도 커지고 개인 GDP 도 많아졌으며 뻑하면 해외여행 가고 블로그에 맛집 후기 올리느라 바쁜 세상인데...

감정은 더욱 건조한 소설들과 고통은 더욱 팽배한 소설들

무언가 이 나라가 잘못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 해법의 실마리라도 끄트머리라도 볼 수는 없을까
보여 줄 수는 없을까

이것은 정말 큰 소망일까

어른의 맛은 결국 무화(無化)한 궁극적으로는 패배한 맛으로 그 맛을 알게 되면 인생은 체념도 포기도 아닌 생존이 미덕의 최고인 - 생활이 결코 아니다 - 그런 삶인 것이라는 표제작의 결론의 울림은 얼마나 공허한가
우리는 이럴려고 어른이 된 것이 아니다
라고 소설 속의 주인공은 말하고 싶어하지 않을까

어른이 될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피터 팬 신드롬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냥 등 떠밀려 어른으로 그리고 어른들의 세상으로 나오는 것이다
그 끝에서 깨닫는 자각 그 어른의 맛
그것은 허무이고 공허이며 그것들 이전에 삶에 대한 포기 선언이며 체념이고 패배이며 놓아 버림이다
해탈이나 달관이 아니라 그냥 붙잡고 있을 수 없음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런 삶에 대한 열패감이 다른 작가들에게서도 많게 진하게 혹은 옅고 엷게 나타난다는 것은 그들의 모습이 지금의 한국의 모습일 것이다
그 열패감은 주먹을 쥐고 싸울 수도 없고 항거도 할 수 없다
출구를 향해 나아가지도 못하고 그저 주저 앉아 울음만 삼키거나 아니면 쓸쓸하게 등을 돌리기만 할 뿐이다 
이미 한국은 고착화된 지 오래이고 그 속의 개인들은 무력감에 주저 앉은 것 또한 오래 되었으며 서서히 식물들처럼 - 채식주의자 ? - 말라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 모든 것이 한국의 현재 상황은 아니다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유혈 충돌과 물리적 대결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나 한국인들은 이미 절망을 학습하고 있으며 이제는 그걸 체화하기 시작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어둡고 우울한 소설집들이 말하는 바는 단순하게 봐도 알 수 있지만 그러나 그런 식의 단순한 독법으로 뭉뚱그려 생각하기로는 이 소설집과 지금의 한국에 대한 고찰은 당연히 될 수 없을 것이다
하나 마나 한 소리를 하는 나를 이해해 줬으면 한다 다 나의 재능의 부족이니까

그렇지만 이 작품집을 통해 본 한국 문단의 여전한 병폐와 심사 기준은 불만일 수 밖에 없었다
비슷 비슷한 쟝르와 경향 그리고 돌아가며 심사 결선 최후에 남는 작가들
그리고 그 작가들의 비문에 가깝고 비문법적이라고 가끔 느껴지는 문장력과 문체 , 그 기법의 진부하고 대단하지 않은 수준 , 스타일에 대한 고심조차 보이지 않는 작가들의 열정...
그럼에도 또 상찬을 쿠폰 나눠주듯 열심히 쓰는 심사위원
대상작 어른의 맛이 그렇게 좋은 작품일까 라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
나는 그리 추천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유명 문학상 수상작품집의 작품들과 그저 고만 고만한 수준의 작품이었으니까

한국 문단이 이렇게 노화한 것은 무슨 원인일까?
이상 문학상 작품집이 한 해에도 몇 십 만 부씩 팔릴 정도로 순수문학상 작품집이 그렇게 많이 팔리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고 이상 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새롭게 매해 판매할 때마다 광고를 하는데
그럼에도 이상문학상 작품집들을 읽어 보면 십 몇 년 전 작품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것은 없고 작가의 이름만 다르며 약간씩 소재만 다를 뿐이다 눈에 띄는 새로운 작품들은 그야말로 가뭄에 콩 나는 격이다 

한국 문학은 왜 아직도 제자리에서 계속 같은 작품들만 만들고 있는 것일까 
 
순수문학 , 본격 문학이라서 그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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