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vN 프리미엄 특강쇼 어쩌다 어른 OtvN 프리미엄 특강쇼 어쩌다 어른 1
<어쩌다 어른> 제작팀 노래 / 교보문고(단행본)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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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어른이 tvN 에서 시작한 건지 OtvN 에서 시작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어쨌든 CJ 의 자회사는 많으니 CJ 의 계열사들마다 돌아 가며 어쩌다 어른을 방송했었다

차분하게 앉아서 강의쇼를 보기엔 지구력이 부족해서 좀 듣다가 다른 채널들을 이리 저리 찾아 다녔지만 그럼에도 강의의 질과 수준이 괜찮았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가끔씩 빵빵 터뜨려주던 유머와 화술이 뛰어난 강사들은 사실 한국내에서는 모시기도 쉽지 않은 강사진들이었으니까
설민석이 논란이 있었지만 무한도전 출연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이미 설민석은 최고의 스타 역사강사이었으니까
그런 강사진을 매회 초빙하려면 출연료도 엄청 지불해야 했었을텐데 CJ의 tvN 이니까 가능했었을 것이다 
처음 듣는 지식도 많았었고 감동적인 강의와 인상적인 어록도 많았다

그렇다고 그런 강의 체험이 내 인생을 바꾸어 놓으리라는 기대 따위는 이젠 없다
어떠한 격언도 어떠한 지식도 어떠한 체험도 직접적으로 수용하고 실천하려는 개인으로서의 주체가 없다면 그저 소 귀에 경 읽기요 힙합퍼에게 오페라 아리아 불러주기라는 걸 경험한 혹은 체득한 (!)  나이인 탓이다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나조차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조차 바뀌지 않는데 세상이 바뀔 수 있을까

그러나 바뀌기는 한다
놀랍도록 모순적인 이 말을 나는 지금 하고 있다
이건 일종의 신성모독이고 이율배반적인 말이지만
박정희가 등장해서 세상이 천지개벽하듯 우민(愚民)의 국가가 되었고 뭐 덕분에 경제는 발전했지만 , 그렇다고 그것이 박정희의 찬란한 업적인가 하면 그것도 아닌 미국의 큰 그림 탓이었고 , 전두환이라는 또 다른 악당이 등장해 다시 세상은 일신우일신 암흑이 연장되었고 ...... 그리고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인간적이고 대다수 국민인 서민 편인 문재인 대통령이 등장해 사회의 적폐와 비리를 도려 내고 청산하는 변화가 일어 나고 있다
아마도 이는 바뀐(!) 개인들이 등장해서 그래서 세상이 변했을 것이다 
박정희라는 민족 반역자로 바뀐 정치적 개인으로서의 대통령 , 역시 부패하고 사악한 인간으로 바뀐 5공의 대통령이라는 자리의 개인 , 그리고 성실하고 진실한 사람이 다시 권좌를 차지한 지금의 청와대의 주인의 변화 
모두 개인이 바뀌어서 세상이 변했다면 변한 것이다
그 개인들은 사실 세상을 움직이는 힘과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니까 세상은 변한 것이고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개인이 먼저 바뀌어야 세상은 바뀐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세상이 바뀌어서 개인이 변하는 것은 어찌된 것이냐는 말을 반론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내가 그것을 몰라서 이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과 기술이 바뀌어서 그리고 사상과 제도가 바뀌어서 개인의 삶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은 역사책을 펼치지 않아도 주위만 둘러 보아도 금방 목도할 수 있다
스마트 폰이 등장한 탓에 학교의 풍경과 지하철의 풍경이 달라진 것은 20대후반 이상의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세상이 바뀐 것은 다 사람들이 바꾼 것이다
왕조의 전제정치를 무너뜨린 것도 사회계약론과 민주주의 사상을 연구하고 확립한 사람들 때문이며 스마트 폰을 만든 것도 컴퓨터를 만든 것도 다 사람들이 결심하고 필요와 목적에 따라 세상을 바꾼 것이다
좋은 동기와 원대한 목표든 단순히 돈을 벌어 부자가 되려는 이기적 욕망 때문이었든
그들이 개인적 차원에서 자신의 삶을 바꾸었기에 세상이 그 여파로 바뀐 것이다

즉 '나'라는 주체가 바뀌어야 세상이 변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사상과 환경이 있어도 나라는 주체가 바뀌지 않는다면 그 나의 세상은 그리고 나라는 존재가 살고 있는 공동체는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을 물가까지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먹이지는 못한다 물을 마시는 것은 결국 말이 하는 것이다

이 강의들을 그 강의들을 내가 시청은 했지만 당시 보고 난 후에도 내게 변화는 없었다
다만 지식은 늘어 났다

이런 강의들을 강연이든 이런 방송을 보고 난 후든 큰 감명을 받았고 그래서 삶이 그 후로 바뀌어 버렸다 등등의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부럽기도 하고 미심쩍기도 하다
그렇게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들일까 
또는 과연 저 감명이 과연 얼마나 갈까 석달은 갈까 1년은 갈까
순수한 눈으로 감명받았다는 사람들을 보기엔 세상은 너무 견고하고 개인은 너무 무력한 존재라는 걸 알아 버린 것일테지
또 인간이 얼마나 시시하고 자기 도취에 빠져 아무렇게나 큰 감명 큰 감동 운운 하는지 너무 많이 봐 온 것도 있고
베토벤의 교향곡을 듣고 엄청 감동을 받아 평생 클래식만 들으며 클래식 음반을 수집해 그 음반을 트는 카페를 열어 살아간다면 인정한다
어렸을 적 어떤 영화를 보고 영화를 너무 좋아하게 되어 영화에 관련된 일을 평생 업으로 하며 죽기전까지 영화 관련된 분야에 종사하다 죽으면 인정한다
어느 배우를 너무 좋아해 그 배우의 모든 작품을 다 구입해 봤고 팬카페까지 열어 주인지기가 되었다면 인정한다
그런 정도도 아니면서 늘 너무 감동 받았다 정말 인상 깊었다 너무 너무 재미있었다 그러면서 5개월 후에 누가 물어 보면 줄거리도 제대로 기억 못하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제발 자기 자신을 싸구려로 만들지 말라고
자신의 감상적인 성격과 감동을 혼동하지 말고 그런 말을 해서 자신을 한심하게 보이는 짓을 하지 말라고
그런 당신을 노리기에 천하고 저질스러운 상업적 문화와 기획이 판을 치고 당신은 즐거이 당신의 피같은 돈을 지불하고 있다고 말이다
그래도 지루한 시간을 때울 수 있어서 좋았고 나는 아무런 상관이 없이 즐겁기만 했다고 사람들이 말한다면 나는 기꺼이 입을 다물겠다만




안다는 것과 그것이 무엇을 줄 수 있는지 회의는 여전히 내게 있다
이런 개인적인 넋두리를 서평이랍시고 쓰고 있는 내가 나도 한심하다

이 강의들을 모은 책인 본서는 그러나 그 컨텐츠가 현저히 무게감이 떨어진다
예전에 안녕하세요의 사연을 모은 책을 우리 카페에서 나도 서평한 적이 있었는데 역시나 이 책도 그런 전철과 수순을 밟고 있었다
그토록 많은 회차의 무척이나 기발하고 재미있는 사연들이 많건만 그 중에서 뽑은 이야기들의 그 밋밋하고 재미없음
왜 그런 것일까
안녕하세요 출연자들과 사전에 책에 이야기들을 실어도 되냐고 협의를 한 후에 허락 받은 이야기들과 사연만 올리다 보니 마음대로 실을 수가 없어서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필진들이 정말 책을 만드는 능력이 없다고 볼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안녕하세요를 늘 한 주도 안 빠뜨리고 본 것도 아니지만 그 재미있는 사연들을 다 제쳐 두고 그저 그런 이야기만 몇 개 겨우 책으로 묶어 내다니

이 책 어쩌다 어른도 같은 우와 사례를 따라간다
강의 콘텐츠들이 그렇게도 많은데 겨우 어른의 생각 , 어른의 마음 , 어른의 지식 이라는 항목들을 선정하고 그 작은 영역 안에 갇혀 무수한 명강의들을 외면하고 싣지 않았다

어쩌다 어른이라는 강의의 제목과 그 내용을 기획했을 때는 다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책에서 어른의 생각과 마음과 지식이라는 대표적인 집필 의도를 설정했을 때 그 의도와 프로그램들의 즐비했던 보물들이 서로 사이 좋게 공존하지는 못한다 전혀
어쩌다 어른이라는 강의쇼 제목이 원래 있으니 어른이라는 콘텐츠들을 책으로 펴내자?

이쯤이 책의 목적인데 그렇다면 실패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강의의 원래의 질감들인 목소리의 생생한 현장감( 그 속의 말투와 유머와 해학과 위트와 감정들의 활기와 온도)은 당연히 사라질 수 밖에 없다고 해도 그 콘텐츠의 질들이 초라하기 때문이다

어른이라면 마땅히 구비하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생각과 마음과 지식
이 세 분야의 강사들의 말하는 바는 지식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딱히 공감가는 곳도 높은 수준이라고 감탄하게 되는 포인트도 없었다
강의의 방대한 내용들을 잘라 냈으니 그걸 감안한다고 해도 과연 이 콘텐츠들이 어른으로서 필요한 것들일까
어쩌다 어른의 여러 강의들 중의 하나일 수는 있어도 굳이 이 책을 사서 읽어야 할 필요가 있는 지식들일까
메타인지와 사랑은 착각이다 그런 것이 인간으로서 알아야 할 지식들이지만 굳이 어른이 알아야 할 내용인가?
사랑은 착각이다는 참신한 내용이긴 하다 
캐나다 캐필라노 협곡의 두 다리 중 흔들거리는 다리를 건넌 남자들이 다리의 끝에서 기다리던 여자들에게 더 많이 데이트를신청한다는 이야기는 두려움과 흥분과 긴장을 경험하면 사랑과는 무관하게 사랑을 시도하며 그것이 사랑이라고 착각한다는 심리학적 이론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이 서두의 주장은 맞을 것이다
그러나 전개를 쭉 지켜 보면 여러 가지 오류가 눈에 띈다
남녀가 데이트를 시도하면 남자는 빠른 시간에 같이 섹스를 하는 상상과 욕망을 품지만 여자는 매우 늦게까지도 섹스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는다...
과연 나이트 클럽을 가 보기는 하고 이 저자가 그런 강연을 했는지 그리고 이 책의 집필진들이 그 본문을 실었는지 묻고 싶다
여자들이 그런 천사인 줄 아는가
백인들과 클럽에서 만나 그날 밤 모텔로 가는 한국여자들을 본 적이 없는 걸까
그 후 그 여자들이 그 백인 남자들을 계속 만나기는 하는 줄 아는가 
한국 여자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일본도 중국도 서양도 남미도 아프리카도 그리고 서양과 남미는 더한 것을...
이런 사랑은 착각이다라는 주장이 몇 페이지들을 경과하면 타인에 대한 공감에 관하여 분석한 심리적 고찰과 증거들이 나오고 그런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사랑 뿐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사회성을 형성하며 타인들과 같이 어울려 살아가기에 매우 중요하며 좋은 것이라는 결론으로 끝난다
좋은 내용인데
그런데 그게 뭐가 어쨌다는 것인가
그건 다른 책들을 읽어도 알 수 있고 굳이 이 책을 읽지 않아도 더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또 처음 주장은 사랑은 착각에 불과한 것이라더니 타인의 고통과 타인의 감정에 공명하고 공감하는 것이 무슨 착각이라는 사랑의 감정적 본질과 관련이 있단 말인가
내가 이 내용 편의 강의를 TV 로 본 적이 없어서 그런데 거두절미하고 처음과 끝의 강연만 책에 수록해서 이렇게 이상한 삼천포행인 것일까
서민 박사의 기생충 정신도 내용은 참신했지만 그리 공감할 순 없었다
역시 내가 안 본 강연 편이었지만 기생충은 의외로 좋은 존재이며 절대 무리한 욕심을 내지 않는 공생하는 존재라는 그의 주장은 내게는 설득력이 없었다
어렸을 적 들었던 어떤 아파트 놀이터의 모래밭에서 놀던 어린애가 기생충이 몸에 들어가 발을 뚫고 나왔다더라는 카더라적인 이야기를 제외해도 회 먹다 디스토마에 걸려 죽은 사람들 이야기도 꽤 들었고 신문의 해외 토픽에 실렸던 믿거나 말거니 식의 선정적인 기사에서도 심심찮게 사람을 죽이고 엄청난 피해를 주었던 끔찍한 기생충들 이야기들을 많이 읽었기 때문이다
기생충 덕분에 사람 자신의 면역계가 자신의 몸을 공격하지 않고 기생충을 공격해 건강이 오히려 나아진다는 이야기는 참신했지만 그것 하나 때문에 기생충을 일부러 몸속에 키우고 (!) 기생충을 호의적인 존재로 보자는 서민 박사의 말을 동의할 수는 없었다
얼마나 많은 반려동물들이 동물 기생충으로 죽고 또 그것이 인간에게 감염되어 사람들이 죽거나 병드는 실제 사례들이 많은데 말이다 

많은 강연들이 있었고 명강의들도 적지 않았었는데 
어떤 좁은 틀을 설정하고 그 기획에 따라 책을 내려 하면 이런 결과물이 나온다
굳이 '어쩌다 어른' 이라는 강연쇼 프로그램의 명성을 실추하면서까지 이 책을 펴내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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