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님 싸부님 1 - 이외수 우화상자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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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쌤의 글은 언제나 즐겁다 촌철살인의 기지와 폭소가 숨쉬고 있고 빛나는 유머 감각이 들어 있어 고성능 폭탄처럼 도처에서 언제 터질지 모르고 매복하고 있다 그 유머감각이란...유머 감각..그래 나는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이 좋다 그래서 하루키의 책을 좋아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재미있고 개그콘써트 만큼이나 넘치는 개그 아이템으로 무장한 이외수 선생님의 그 창조적인 글쓰기에 언제나 감탄하면서 양념치킨 뜯듯이 행복한 기분으로 그 분의 글을 읽은지가 이미 꽤 되었다

이번에 나온 사부님 싸부님의 사랑스러운 에세이는 어느 웅덩이에 사는 사뭇 철학적이고 심오한 자아를 가진 흰 올챙이가 주인공이다 벌서 주인공의 등장부터가 심상치 않다 성장을 멈추고 자신의 운명을 거부한 형이상학적인 사고 방식을 견지하는 구도적 올챙이라니

주인공인 흰 올챙이의 여정읅 따라가다 보면 물 속에 사는 갖가지 생물들의 다종다기한 일상들을 볼 수가 있다

그런데 이 물 속 생물들의 모습은 마치 거울에 비친 상처럼 우리 인간 세상 속의 군상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즉 이 이야기는 물 속에 비친 동물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인간들의 내면 깊은 곳까지 풍자하고 성찰하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우화를 통하여 우리들의 본연의 모습을 들여다 보면서 풍자하고 비판하며 동시에 어떤 것이 우리들 영혼을 고양시키고 우리들 영혼이 당면한 문제인지에 대해 고찰하는 이외수 선생님의 철학우화인 셈이다

이 외수 선생님이 보기에 인간은 먹이를 구하고 그 먹이를 구하려는 욕망에서 치열하고 비열한 전투력을 발휘하는 물 속의 육식 고기와 조금도 다르지 않는 저열하고 동물적인 곳이다

그래서 먹이와 이성에 대한 욕마으로 온몸을 무장한 채 눈이 튀어 나올 정도로 어기찬 전투의지를 불태우면서 가장 중요한 자신의 영혼은 관심에도 없이 내팽겨치고 사는 평면적이고 일차원적인 동물의 세계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반성을 아니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아아 이렇게도 참을 수 없는 동물의 존재적인 욕망에 사로 잡혀 있었구나

나는 이 우화에 나오는 어떤 동물에 해당할까 가슴에 두 앞발을 얹고 진지하게 성찰...이라기보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나는 과연 이 지상의 땅거죽위에서 먹이를 구하고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하루 하루를 그냥 그렇게 되는대로 살아가는 단세포동물이 아닐까

이런 자각 아닌 자각이 내가 느낀 자괴감에 가까운 참담한 인식이었다 나는 그저 먹이를 구하고 세속의 욕망에 몸이 달은 한 마리의 동물이라는 허무한 성찰의 기회를 이 작품을 통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성과였다

작가인 이외수 쌤이 보기에는 아마도 그랬으리라 인간이라는 존재는 가장 우월한 존재인 마냥 동물들을 하찮게 보는 인식의 빈 곳을 통하여 뭔가 가장 큰 물건을 그냥 좌시하는 크나큰 인식의 오류를 하고 있는 중대한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인간은 동물들 중에서 진화된 형태의 최정상을 점하고 있는 영장류이지만 사실은 물 속 생물들과는 별다른 차이점이 없는 일차원적이고 단순한 욕망에 급급한 생활을 하는 자연계의 이단적인 존재이자 쓰레기같은 하등한 종이었다

그리고 그 욕망의 아귀다툼 속에서 윤리도 도덕도 양심도 도외시한채 그저 하루 하루의 향락에만 몸을 맡긴 어쩔 수 없는 동물이었다 심히 반성한다

나는 그랬으니까 돈과 명예와 권력과 출세에 눈이 멀어 입신양명한 친구들을 부러워하고 그렇지 못한 내 처지를 한탄하며 시기와 질투에 내 영혼을 가학하며 좀 더 많이 가지기 위하여 호시탐탐 기회만을 노리고 있는 걸어 다니는 욕망이었으니까

그러나 이외수 쌤은 따뜻하고 자애롭게 그리고 지극히 익살맞게 고개를 들어 다른 곳을 보라고 다정하게 옆에서 조언하신다

인생은 그런 것만으로는 이루어진 것이 아닐꺼라는 아주 단순하고도 거대한 가르침을 이 책에서 나는 희미한 예감으로 조우했다

존재는 단지 마음을 바꿔서 생에 대한 시각을 달리 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정감 넘치는 그림과 짤막한 글 속에 이외수 선생님은 아니 이외수 싸부님은 설파하고 계셨다

단지 이 땅위에 먹고 배설하고 높은 곳을 차지하기 위하여 피흘리는 분투만이 인생이 아니라 자신의 근원을 돌아보고 자신의 영혼 속의 아름다운 것을 인식하고 자신의 운명을 자각함으로써 마침내 '바다'에 도달하는 거대한 우주적인 체험이 가능하다는 것을 나의 또 다른 분신인 흰 올챙이의 끝없는 구도의 여행 속에 아름답게 형상화하고 있었다

이 이단적 존재인 흰 올챙이의 구도행 속에 나는 많은 위로를 받았음을 고백하고 싶다

일상이 팍팍하고 내 자신이 비루하고 초라해 견딜 수 없을 때 이 작은 우화의 다정한 메시지가 인간은 단지 육신으로만 이루어진 생물적인 존재가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과 존재론적 의미를 가진 형이상학적이고 정신적인 존재라는 것을 새삼 일깨워주었다

나는 비록 이 지구라는 바다에서 한 마리의 이름없는 물고기일지 모르지만 도의 차원에서 보면 각각의 아름다움을 가진 독립된 우주이고 정신적으로 풍요한 의미와 가치를 가진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것을

이외수쌤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우화를 읽으면서 제 마음은 따뜻해졌고 종이에 물이 스며들 듯 저도 모르게 고양된 인식으로 아름다운 철학의 세계에 진입하여 형이상학적이고 정신적인 존재로 도모하는 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외수 쌤의 그 아름답고 독창적이며 유머러스한 문장과 그림으로 저의 빵꾸난 가슴에 커다란 빛이 스며들어와 저의 영혼은 얼마쯤 풍요로워지고 따뜻하며 여유로워졌습니다

선생님의 그 올곧고 드높은 가르침에 저의 메마른 인식과 가열찬 욕망이 한시름 무거운 짐을 벗고 한동안 자유롭게 하늘을 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저도 언젠가는 바다에 도달할 수 있겠지요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바다에 도달하여 그 거대한 평화와 하나가 될 그 순간을 기다리겠습니다

이외수 선생님이야말로 저의 싸부님이십니다

선생님 선생님을 싸부님으로 모셔도 되겠지요??

 

경인년 흰 호랑이해 싸부님도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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