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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황석영은 한국 문단의 중추적 존재로 그의 체험과 삶은 우리 문학을 기름지게 하는 자양분으로 그 기능을 충실히 하고 있다
그의 소설들 <객지> <몰개월의 새><한씨연대기><섬섬옥수><돼지꿈>과 같은 단편들을 읽었다 아직 그의 장편들은 나는 접해보지 못했다
단편들을 읽고 느낀 소감들은 이 작가는 정말 몸으로 소설을 쓰는구나 그 치열한 현장대결의 정신이 작품에 온기를 불어넣고 약동하는 생명력을 부여한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약간 부족한 문장력임에도 작품 전체가 팔딱팔딱 뛰는 맥박을 갖추고 있다는 흐뭇하고 따뜻한 느낌을 가졌었다
이제 황혼에 접어든 그 노작가가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청춘이 읽을 성장소설을 그려내었다
작가의 젊은시절을 대변하듯 혹은 그의 젊은 시절의 열정을 투영한 듯 역시나 이번 소설에도 그의 땀과 눈물이 가득 담긴 체험들은 그대로 활자가 되어 작품 곳 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주인공은 바로 작가 자신의 분신인 것처럼 전국을 방황하며 청춘의 통과제례인 열병을 앓고 있었다 나는 그 열병의 근원이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예나 지금이나 동서 고금 할 것 없이 젊은 꿈꾸고 행동하기에 아프고 그 아픈 만큼 세상을 알아나가는 방식이 깊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럼 그 주인공의 아픔은 어디에서 기원하는걸까 그 시대의 암울한 어둠의 깊이였을까 아니면 주인공의 개인적이고 사적인 이유였을까
아니었다 그것은 한 마디로 단언해서 젊음의 특권인 아픔이었다 오직 젊음만이 아파할 수있었고 젊음만이 고뇌할 수 있었던 그 탓에서 아름다운 방황이 나오고 있었다 잡히지 않는 무지개같은 젊은 날의 열정과 그 혼돈 그리고 아름다운 포기와 방황들이 그 시대나 지금이나 시간을 떠나서 동일한 공간을 점유하고 읽는 이의 의식을 물들여갔다
책을 닫으며 아름답고 소중한 체험이 아로새겨진 잘 쓰여진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젊은 시절의 아픔이란 무엇인가를 재삼 다시 숙고해 보게 되었다
젊음은 언제나 거기 있기에 젊음이고 그 젊음으로 인해 인간은 상처 받지만 그 젊음의 푸른 날이 기억에 존재하는 한 인간은 영원히 부유할 수 있다고 믿음 아닌 믿음을 가져 보게 되었다
아마도 그 기억들은 사람의 마음속에서 가장 깊은 곳에 자리잡고 원체험을 구성하고 있겠지
그러니 노작가도 어린 시절의 그 무엇이 이야기하고 싶어서 그 아름다운 방황을 붙잡기 위해 이런 소설을 쓰신 것이라고 나름 짐작해 볼 뿐이다
노작가는 이 소설을 어린 시절 언제나 자신을 기다리던 어머니께 바친다고 했다
좋다 어머니는 어린 시절의 직접적인 통로이다 어머니가 있고 밝은 햇빛이 비치고 눈부신 날들이 있었던 바로 그 시절의 그 시점에 이 소설은 헌정되어야 한다
시간은 흘러 이제는 세상이 작가가 소년 시절을 보내던 때와는 많이 다르게 되었다 가히 상전벽해의 엄청난 변화가 있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이 낡은 듯한 옛 시절에 대한 이야기가 여전한 유효기간을 가지고 통용되는 건 바로 우리가 인간이라는 단순하지만 분명한 사실이기에 그럴 것이다 인간은 어느 시절에라도 분명 고뇌하고 울고 웃으며 앞날을 알수 없는 방황으로 그 푸르른 시절을 통과하기에 그래서 이 소설은 작금의 사이버월드의 만연에도 우리들의 가슴에 깃들게 되는 것일 터다
노작가는 앞을로 어떤 소설을 쓸 것인가에 대하여 아직은 소식이 없다 그렇지만 작가에게 거는 독자들의 두터운 기대는 그의 작품들이 하나같이 성실한 세공을 거쳐 우리에게 도착한 그의 일부이기 때문일 것이다 노작가의 회고어린 청춘의 이야기는 그 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우리에게도 가슴 시리고 고끝이 시큰한 가장 인간적인 울림을 주었다
바로 이야기의 힘 인간의 힘이 작품을 말없이 관통하기 때문이었다
젊음의 한 페이지를 불러내 소상하고 또 솔직하게 고백하듯 써내려간 이 작품으로 나는 청춘라는 무규범하고 혼란한 한 시대에 대한 어떤 보고서를 쓸 수 있었다
젊음은 원래 아프게 되어 있는 거야 그 젊음속에서만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나타난다는 걸
그러니 열심히 살아 뒤돌아 보지 말고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젊은 시절을 소중히 펼쳐내 아름다운 도면의 건축을 구성해 준 작가에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