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 정혜윤이 만난 매혹적인 독서가들
정혜윤 지음 / 푸른숲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1.책

책은 무엇일까? 사람들의 뇌를 채우는 어떤 기능적인 그러나 심오한 그 무엇

휴지로 쓰기에는 너무 딱딱한 재질의 무용한 종이 뭉치

이 종이로 된 물건에 온 인류의 정수가 집약되어 있고 지혜가 축적되어 인간이라는 동물의 지적이고 정신적인 가능성과 미래에 대한 예감과 비할 수 없이 심오한 깊이가 망라되어 있다

이 책을 불행히도 전혀 접하지도 않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

하여튼 이 책들로 인해 인간은 두 발로 서서 걷는 여타의 짐승 원숭이나 곰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어떤 경계를 가름하고 자존의 형태를 완성한다

그러기에 책은 지상의 가장 고귀하고 순결한 완전한 무엇이고 동시에 폭발적인 힘을 가진 의식의 도구이다

이 책을 읽고 혹자는 가슴이 쪼개지는 슬픔을 느끼기도 할 것이고 혹자는 환상에 잠기어 그윽한 기쁨을 느낄 것이고 혹자는 머리를 쥐어뜯는 의식의 분열과 강철과도 같은 담금질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 책은 인간이며 세계이고 미지의 탐구이며 유희의 기쁨이며 지성의 총람이며 경험의 한계치이고 마음의 소용돌이이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책을 읽는 독자는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고 자신의 거처하는 땅을 보다 더 새로운 눈으로 완전하게 그리고 우주와 소통하는 호환으로 자아를 조금씩 길러가게 된다

 

 

2.비밀

비밀이 없는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라고 시인 이상은 말했다

그리고 이 책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비롯되었다>를 쓴 정혜윤은 사람을 만드는 것은 그 사람의 비밀이라고 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각기 한 살림살이하는 부유함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비밀들을 가지고 잇기 때문이다

그 비밀들은 바로 책에서 촉발된 것으로 이 비밀이 그들을 성장시키고 형성하며 이끌고 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등장하는 사람들을 부유한 영혼의 소유자로 만든 것은 그들의 책에 대한 비밀이라고 고쳐 말하여야 한다

그들의 책에 대한 비밀이 바로 그들을 변화시키고 오늘의 그들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세상을 처음 인지할 무렵의 비밀같은 호기심에 찬 유년 시절에서 어른이 되어 세상을 바꿀 열망에 찬 신념으로 무장하고 있었을 때까지 그들에게는 책이라는 망원경과 현미경이 있어서 항상 좌표를 설정할 수 있었다

책이라는 동반자가 전해주는 삶이라는 불가해한 현상에 대한 직접적이고 은밀한 가르침

이런 의식에 부숴지는 파도와도 같은 책의 자극이 있었기에 그들은 자아의 촉진과 의식의 확장을 통한 세상과의 대결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책이 그들을 형성하여 길러주었고 만들어 준 것이다

삶의 비밀을 가르쳐 준 책 그래서 피와 살이 되어 몸 속에서 팔딱팔딱 맥박이 되어 뛰고 있는 책

그 책들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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