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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반양장) ㅣ 펭귄클래식 31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박찬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인간에겐 이중적인 두 부분이 잠재하고 있다
선하고 착하며 예의있고 도덕적이며 밝고 긍정적인 부분
그리고 그 반대의 또다른 부분이 있다
더럽고 비열하며 사악하고 악마적이며 어둡고 타락하고 힘에 이끌려 행동하는 광기와 동물적인 부분
이 둘은 보통 인간에겐 서로 충돌하며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언제나 갈등을 이루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고 훼손한다
그리고 보통의 인간이라면 밝고 선한 부분을 겉으로 드러내놓고 어두운 악한 부분은 숨기게 마련이다
이것은 어찌할 수 없는 인간 사회의 불문율이자 상식이기에 통념적으로 따르고 있다
그래서 모두가 밝은 얼굴과 선량한 말과 따스한 도덕으로 그렇게 변장 아닌 변장을 하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살고 있는가 보다
이런 자신의 모습에 [아니야 나의 본모습은 그런게 아니야 나에겐 어둡고 탁한 그래서 맹렬한 악의 본성 같은 것이 있어] 하고
자신의 또 다른 면에 주목하여 커밍아웃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은 일종의 신호탄이자 문을 열어주는 열쇠가 될 것이다
태고적부터 잠재되어 온 인간의 어두운 악의 본성은 모든 종교와 신화 전설 등에서 감추어진 채로 혹은 드러낸 채로 전승되고 말하여지고 표출되어지고 있다
그 악은 바로 인간의 반쪽 얼굴이고 또 다른 자아이자 어쩌면 진정한 인간의 본성에 선보다 더욱 가까운 것이 될지도 모른다
이 악의 존재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어찌 말해야 될까
그리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영화나 문학의 예만 보기만 해도 그런 인간의 다크 사이드를 묘사한 작품이 부지기수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으니까
인간은 그리 선하지 않다 선하다고 생각되는 건 그저 인간이 자신이 선하기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에 그리 믿고 있을 뿐이다
지킬 박사는 자신의 이중적 갈등에 대한 해결책으로 자신의 악을 분리해내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그 또 다른 자아인 하이드는 인간 지킬을 잠식했고 그 위협적인 악으로 지킬의 모든 존재를 파괴했다
하이드는 악의 화신이자 인간의 또 다른 어둠이었다
작품의 결론은 암울하다 인간의 어둠인 악은 선인 밝음과는 양립할 수 없는 것이고 악은 언제나 갈등을 일으키고 선에게 충돌하며
결국 그 악의 유혹과 공격을 견디지 못하는 인간은 종내에는 파멸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어째서 악과 선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는가
풀 수 없는 이 비밀 앞에서 영원한 인간의 갈등인 선과 악의 대립과 불화가 나오고 그래서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가 탄생했다
자신의 악마적 본성과 악한 부분을 인정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겐 이 작품은 안타깝게도 미완의 결론을 제시한다
파멸과 불화와 존재할 수 없는 단일한 상태등이 악에 대하여 고찰로 읽는 독자에게 악이란 결국 실패한다는 해답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너무 실망하지는 말자
인간의 어두운 악에 대하여 조망하고 있는 이 작품으로 인해 적어도 인간의 참다운 본성은 악이라는 깨달음과 문제 제기는 일정하게 성공하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