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세다 1.5평 청춘기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오유리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사람이 공간을 선택하는 것은 무수한 의미가 있다

선택한 그 공간 속에서 사람은 꿈을꾸고 기거하며 사새과 체험을 하고 접촉한다 그 공간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사람이 삶을 구축하고 운용하는 하나의 축이자 구성 요소로 인간의 기억의 일부를 어떨 때는 전부를 구성한다 사람은 특정공간에 대한 심상을 향유함으로써 자신의 기억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통로를 확보해둔다 사건이 있었던 공간은 사건과 일체가 되어 기억의 가장 밑바탕을 차지함으로써 사건이 생명을 얻었던 시간을 지속하게 한다 공간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고 인간의 피요 뼈이며 장기인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다카노 히데유키는 노노무라라는 이층 목조건물에서 11년 동안 하숙을 했다 참으로 엉뚱하다 싶을 정도로 노노무라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유별나고 독특하며 친근하고 아날로그적이다 11년 전부터 무척이나 싼 요금의 하숙비가 전혀 오를 기색이 없는 것처럼 노노무라는 당시의 일본 사회와 초연하게 또는 시류를 무시하듯이 자기만의 걸음걸이로 독자적 자존을 유지하며 존재한다

나는 이 노노무라 체험기를 읽으며 작가를 내심 부러워 했다 이렇듯 인간 냄새가 나는 기발하고 반가운 곳에서 자신만의 파라다이스를 구가하며 오롯한 작은 왕국을 형성하며 사는 것이 어찌나 부럽던지.노노무라는 다카노 히데유키에겐 자신만의 숨어 있기 좋은 방이었고 동시에 전망 좋은 방이었으며 우울한 날의 다락방이었고 동쪽으로 난 잠자기 좋은 방이었다 이 1.5평 혹은 2평의 작은 그러나 완전한 소우주 속에서 다카노 히데유키는 완전히 마음을 놓고 자신의 세상에 대한 태업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즐겁게 실행할 수 있었다 그야 당연할 것이다 몸의 일부같고 둥지같은 피신처가 있는데 무어 그리 급하다고 세상의 흐름에 휩싸여야 한단 말인가

노노무라의 지붕 아래 기거하면 노상 즐거운 일들이 생긴다 이해못할 사건도 배를 잡고 웃을 사건도 끊임없는,가장 인간적인 얼굴을 한 커뮤니티 노노무라 와세다 대학의 골목 속에 이런 재미난 사연을 첩첩이 저장한 은밀한 낙원이 숨어 있다니..

만약 노노무라의 사람들이 훗날 모여 기념하는 기념회를 갖는다면 어떤 일들이 또 벌어질까? 역시 노노무라 사람들답게 온갖 시끄러운 자잘하고 유치하며 장난스러운 사건 사고로 왁자지껄 하겠지? 시간이 흘러 사회는 변해도 옛 추억을 소장한 채 사람들을 맞이할 것 같은 노노무라 세상에 건물은 많다 그러나 인간적인 그리고 너무도 추억이 담긴 건물은 그렇게 많지 않다 노노무라는 지금도 그 거리 그곳에서 십 년 전 모습 그대로 당신을 향해 미소짓는다 세상은 이렇게 즐겁고 자그마하고 툭닥거리는 곳이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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