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가 사라졌다
바나나와 한라봉도 이제는 내륙에서 자라고, 바닷속 생태계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명태는 세계에서 가장 어획량이 많은 어류였는데 그물만 던지면 잡히던 명태가 이제는 우리나라 바다에서는 잡히지 않은 지 오래되었고 2008년엔 명태 어획량 0마리로 명태가 아예 사라져 버렸다. 기후가 바뀌어 조류가 바뀌었고, 조류가 바뀌어 이제까지와는 다른 어종들이 나오게 된 것이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조류의 변화와 같은 메가 트렌드가 있다. 조류가 변하면 어종이 달라지듯 환경이 변하면 고객도 달라진다. 지금과 같은 격동기에는 고객들의 가치기준, 구매 패턴 등이 크게 변해 예전의 고객이 아니다. 고객이 변하는 것을 인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달라진 고객에 맞춰 경영 방식도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새로 등장한 오징어는 밤에 집광등을 달고 낚시로 잡아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디지털 혁신에 따른 조류의 변화를 직시하고, 달라진 고객에게 선택받기 위한 대응전략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강자는 살고 약자는 죽는 무한경쟁 시대였다면, 지금은 게임의 룰만 바뀌면 강자도 죽을 수 있는 초경쟁 시대가 됐다. 일례로 60년 동안 안정적으로 사업을 해왔던 카드회사들에 'OO페이'라는 속칭 듣보잡이 나나타 판을 흔들고 있다. 심지어 '서울페이'와 지자체가 운영하는 '제로페이'가 등장하면서 카드사들은 사업전략을 바꿔야 하는 처지에 직면하고 있다. 이와 같이 게임의 룰을 바꾸는 사람들을 '룰 메이커'라고 한다.
의료계 IBM의 왓슨, 금융업계 '로보 어드바이저', 법조계 AI변호사 '로스', 미국백화점 체인 시어스가 파산신청을 하게한 새로운 생태계 아마존 등을 책에서는 그 사례로 설명하고 있다.
글로벌 삼성을 있게 한 두 번의 모멘텀
1980년 대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일본을 가장 열심히 벤치마킹하는 기업이었다.
도요타의 협력사에 마련된 연수시설에 3개월씩 체류해 가며 실제 현장에서 같이 작업을 하면서 배웠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장기간 자리를 비우는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삼성전자의 현장관리자들에게는 3개월 TPS연수는 필수 과정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일본의 전자회사들은 삼성을 경쟁상대로 생각하지 않아서 생산현장을 쉽게 보여줬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빠른 전환
글로벌 삼성을 있게 한 첫 번째 캐치업은 바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빠른 전환에 있었다. 1983년 고 이병철 회장은 당시 홍진기 회장에게 전화해 "삼성이 반도체와 컴퓨터 사업에 진출한다." 사실을 대외적을 발표, 일명 '도쿄 선언'이후 삼성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으로 빠를게 사업영역을 재편해 나갔다. 처음에는 주위의 반대와 염려 속에서 막대한 투자를 지속한 후 5년 만인 1988년에야 첫 흑자를 낼 수 있었지만, 그 결과 반도체는 지금까지도 삼성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를 문제로 보는 눈과 또 한 번의 캐치업
제2의 창업 선포에도 불구하고 5년 동안 바뀐 게 별로 없다고 판단한 이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라는 그 유명한 '신경영'을 선포했다.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선포한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삼성의 CEO들을 데리고 선진국을 돌며 진정한 1등이 무엇인지 보여준 것이다. 비행기도 1등석에 태우고, 도착해서는 최고급 리무진을 타고 이동하고, 최고급 호텔에 묵으며, 세계 최고와 비교해 삼성이 지금 어느 위치에 와 있는지를 직접 체험토록 했다. 그 후 반도체 시장의 압도적인 1위라는 성과로 나타났고, 이건희 회장의 경영자로서의 능력은 '신경영'이 대표적인 업적으로 회자된다. 현재 삼성의 글로벌 마켓쉐어 1위 아이템은 반도체와 스마트폰인데, 이 두 제품이 전체 이익의 8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티브잡스가 2008년 6월에 아이폰을 출시하며 스마트폰 시대의 서막을 열었을 때,삼성은2008년 7월 안드로이드폰을 출시하며 일단 모바일 시장에 머리를 들이 밀며, '모바일'로 가는 급행 버스를 타고 2019년 1분기에는 삼성이 스마트폰 점유율 21.7%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