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책과 영화를 보면 그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책 집사로 살고 싶은 건 나 자신인지도 모르겠어요. 피로한 얼굴로 찾아온 누군가에게 높은 사다리를 딛고 올라가 먼지 쌓인 책 한 권을 꺼내 주며 ' 자, 여기 267페이지. 말씀하신 호숫가 벤치에서 한나절 쉬었다 가시기 바랍니다.' 같은 말을 할 수 있는.
책을 읽지 않고 살아도 아무런 무리가 없고 어떤 이들은 소설을 읽는 건 시간 낭비 같다고도 말하지만, 저는 소설을 읽지 않으면 한 겹의 인생을, 읽으면 여러 겹의 인생을 살게 될 것만 같습니다. 여러 겹의 생을 살아보는 일. 그건 세상에 나그네처럼 머물렀다 갈 사람들이 저마다 가질 수 있는 '나의 부피' 일 겁니다 p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