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 채집 - 놀이공원에 막 도착한 아이처럼, 여름방학을 맞은 학생처럼
유인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하루의 일과 중 쾌활하게 웃거나 기쁜 일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리면 과연 몇 개나 찾을 수 있을까?? 어제 나의 일상 24시간을 더듬어 올라가 보나 손에 꼽기가 힘들다. 불과 하루 전의 일과이지만 특별한 기쁨이나 희열은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아침에 출근해서 퇴근까지 시계 추처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된다. 흐르는 물처럼 물이 위에서 아래로 매일 내려가듯 무덤덤한 하루라고나 할까??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내게 과연 기쁜 일들은 없는 것일까? 아님 내 주변에 기쁨 거리들이 널려 있는데 내가 못 찾는 것일까?? "기쁨 채집" 의 저자 유인경 님은 책 머리 프롤로그에 이렇게 시작한다

이제 나는 기쁨을 채집하고 있다. 공기처럼, 혹은 별처럼 구름처럼 내 주변에 가득하지만 내가 눈길을 안 주었거나 잘 느끼지 못했던 작은 기쁨을 수시로 채집해서 내 가슴에 담아두고 또 남들에게도 나눠주려 한다. 내 삶이 초라하고 누추하게 느껴지는 순간에도 동화의 요정이 뿌려주던 별 가루처럼 반짝이게 해주는 기쁨이 있음을 알려주고 싶다. 징징거리고 투덜대는 대신 '기쁨 채집과'가로 새로 거듭날 결심을 한 나의 이야기를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 p11

기쁨을 채집한다고 한다. 작가가 채집한다는 기쁨이 궁금했다. 작가는 유명 기자로 은퇴하였고 티브에 자주 비치는 분이셨기에 크고 작은 특별한 일들이 많아 이야깃거리가 넘쳐나고 기쁨도 많았을 것 같다. 그러나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내가 아는 큰 기쁨은 하나도 없다. 인생 성공의 자릿대로 역할하는 큰 승진이나, 대박을 터트리는 투자, 인생 역전 같은 드라마틱 한 소재도 없다. 그녀가 아니더라도 그녀가 은퇴전 만났던 분들 중 큰 기쁨을 경험하신 분들의 이야기라도 있을까 했는데 전혀 언급이 없다. 그저 그녀의 평범한 일상을 이야기한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큰 기쁨을 얻어 가는 이야기다. 이것까지도 기쁨이 되는구나 할 정도로 미세하고 세심하게 기쁨을 찾아낸다.

구름은 같은 모양이 없어 보는 재미가 있다. 억지로 요란을 떨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변한다. 우리 집 강아지가 달여오는 듯한 모양의 구름이 산신령같이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모습으로 변한다. 새의 깃털처럼 뭉게뭉게 퍼졌다가 다시 모이기도 하고, 엄마가 아이를 안고 있는 듯하다가 곧 헤어지는 모습도 보인다. 구름을 보며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즐거움이 쏠쏠했다. 하늘에 떠 있는 물방울이나 작은 얼음 입자에 불과한 것이 이토록 다양한 모습을 보이다니 경이롭다. 중략..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잠시 얼굴이 아니라 뇌를 씻은 거처럼 청량해졌다. 하늘에 느릿느릿 흘러가는 구름을 본 것만으로 말이다. p189

하늘에 늘 있는 구름을 보는 것에서 기쁨을 찾아낸다. 이게 기쁨 일 수 있을까?? 구름은 구름일 뿐인데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 꿈의 나래를 펼쳐간다. 작가의 기쁨 채집 원동력은 이런 것이다. 다르게 보는 것이다. 구름에 또 다른 색깔을 입혀보는 것이다. 삼차원적인 시각이다. 구름을 구름으로 밖에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터무니없이 들리지만 나도 가끔 구름을 다르게 보고 싶게 만든다. 책의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행동들이 작은 기쁨이고 기적이라고 거듭 이야기한다.

'남편보다 일찍 일어나 매일 남편의 손이 가는 곳에 작은 메모를 써서 숨겨둬요. 세면대 옆의 사람이라거나 아침을 먹는 식탁의 접시라거나 신발장 문 앞에요. '당신이 제일 잘생긴 것 알죠?' '오늘은 열 번만 웃으세요' ' 어제 어깨에 파스 붙여줘서 고마워요' 같은 겨우 한 줄짜리 글을 남기는데, 매일 다른 문장을 찾는 게 어렵긴 해도 신기하게 계속 쓸 말이 나오데요. 남편도 처음엔 '이게 뭐야' 하더니 이젠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에요' P133

삭막하고 힘든 직장 생활 30여 년 동안 무사히 정년퇴임할 수 있었던 것도, 나이 60을 훌쩍 넘어서도 활기차게 살아가는 비결이 바로 이런 '소소한 기쁨'을 찾아가는 덕분이라고 한다. 절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아주 작고 소박한 것들이다. 누구나 곁에서 찾을 수 있는 것들이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축하합니다.. 내뱉는 말 한마디에서.. 구름을 다르게 볼 줄 아는 시야에서 우리의 행복은 시작된다고 말한다. 기쁨은 멀리서 찾지 말자. 가까운 데서 찾아보라는 작가의 주장에 나 또한 내 주변을 돌아보고 주위에 널려있는 기쁨을 채집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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