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은 같은 모양이 없어 보는 재미가 있다. 억지로 요란을 떨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변한다. 우리 집 강아지가 달여오는 듯한 모양의 구름이 산신령같이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모습으로 변한다. 새의 깃털처럼 뭉게뭉게 퍼졌다가 다시 모이기도 하고, 엄마가 아이를 안고 있는 듯하다가 곧 헤어지는 모습도 보인다. 구름을 보며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즐거움이 쏠쏠했다. 하늘에 떠 있는 물방울이나 작은 얼음 입자에 불과한 것이 이토록 다양한 모습을 보이다니 경이롭다. 중략..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잠시 얼굴이 아니라 뇌를 씻은 거처럼 청량해졌다. 하늘에 느릿느릿 흘러가는 구름을 본 것만으로 말이다. p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