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종점이란 말이 좋아요. 몇 년 전에 버스 종점 동네에서산 적도 있었는데, 누가 물어보면 ‘157번 종점에 살아요‘ 그렇게 대답했죠."
"종점? 막다른 곳까지 가보자, 이런거?"
"아니, 그런 거보다는 그냥 맘 편한 느낌. 막차 버스에서졸아도 안심이 되고, 맘 놓고 있어도 정류장 놓칠 걱정 없이무사히 집에 갈 수 있다는... 그런 느낌요."
"자! 길 모르면 직진하라우!"
뒷좌석에서 느닷없이 큰 소리로 외친 이 노인 때문에 진솔은 움찔 놀랐다. 헤드폰 음악 탓에 당신 목소리가 훨씬 크게나온다는 걸 노인은 모르는 듯했다.
"집에 가는 길을 제가 왜 모릅니까? 그리고 마포에서 이화동까지는 어차피 직진이에요."
"누가 네 녀석한테 길 모른다 하던? 방금 그 말은 내 인생관을, 공작가님한테 피력한 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