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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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하는 방법에 있어 

글쓴이가 주장하는대로 비판없이 수용하는 독해는 없다.

사유의 깊은 내면을 자극하든 단순하게 감성을 건드리든 간에

글의 외형은 물론이거니와

텍스트의 숨어있는 한계를 살피면서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독해법이다.

문장을 터무니없도록 해체해버린다는 어느 철학자의 신통한 능력까지는 없지만,

최소한 비판없이 받아들이는 태도는 가능한 한 배제하려고 노력한다.

 

유시민 작가의 책 또한 그렇게 읽었다.

하지만 책의 특성상 이 글은 주장하고 가르치는대로 받아들여야만 했다.

작가의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글쓰기라는 기능적 방법론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해 주는 것이어서

특별히 비판의 여지가 없었다.

나만의 독창적인 글쓰기 방법이 있다거나 저자보다 뛰어난 글쓰기를 할 능력이 부재한 것도 한 원인이라 하겠다.

저술의 주제가 달랐다면 약간의 틈입 여지는 있었을 것이다.

정치를 포함한 사회적 활동을 통해서 본 유시민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는 솔직히 호의적이다.

하지만 그것또한 이 책을 비판없이 독해하도록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는 없다.

 

아무튼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책을 단숨에 읽어내렸다.

제목이 글쓰기 특강이어서 교과서적이거나 다소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나의 예상은 정확히 빗나가고 말았다.

중간중간 웃음이 빵빵 터질만큼 재미나게 읽었으니 이만한 강의면 별다섯개가 아깝지 않다.

 

개인적으로 1장인 '논증의 미학'을 읽으면서 지난 일화를 떠올리게 되었다

오래 전 트위터리언 진중권에게 무차별적인 딴지를 걸었던 적이 있다.

결과는 블락이었다.

논증의 미학에서 그럴만한 이유가 발견되었다.

돌아보면 당시의 주장은 

논증할 수 없는 주장, 혹은 개인적인 감정배출이나 취향고백 수준의 글이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논리적 글쟁이인 진중권이 보기에 글쓰기 정답을 비켜간 터무니없는 주장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블락은 필연의 과정이었는지 모른다.

지난 에피소드를 생각하며 자조적 웃음을 터뜨린 장이다.

 

저자는 챕터마다 못난 글에 대한 예시를 들고 수정 후 매끈해진 글을 다시 첨부하길 거듭한다.

(5장에 일본말, 중국말, 서양말의 남용을 지적하는 부분이 있다. 챕터라는 말도 장으로 바꾸는 게 맞을 듯 하다.)

그것으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노출된다.

수정된 글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말하고 읽고 듣기가 편해지면 좋은 글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예시를 통한 글쓰기의 묘법외에도 준수해야 할 많은 철칙을 내놓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이 읽고 많이 쓰는 이라고 주장한다.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명답이 아닐까 싶다.

 

비법외에 글쓰는 데 있어서 바람직한 자세에 대한 저자의 일갈 또한 뜨끔하다.

 

"기술만으로 쓴 글은 누구의 마음에도 안착하지 못한 채 허공을 떠돌다 사라질 뿐이다....(생략)

 생존을 위한 글쓰기는 종종 편법과 반칙을 부른다."

 

글쓰기를 주저하거나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격려의 말도 잊지 않는다.

그리고 글쓰기는 하나의 축복이라 말하기도 한다.

 

"털어놓고 싶은 감정, 드러내고 싶은 생각이 있으면 털어놓고 드러내야 사람답게 사는 것이다."

"글쓰는 축복을 누려라"

 

 

글쟁이답게 저자의 강의는 쉬우면서도 유쾌하게 진행된다.

또한 지루하지 않으며 명료한 답을 제시해준다.

글쓰기를 하는 모든 이들이

이 강의를 통해 자신의 잘못된 습관 하나쯤은 발견하리라 생각한다.

 

 

발췌요약법, 모국어의 중요성, 글쓰기 도움되는 책, 번역서의 올바른 선택, 글쓰기 백신,

조사/부사/형용사의 적용례와 바른 사용법, 압축의 미학, 군더더기 없애기 등등,

더 이상의 의미있는 정보를 알아낼 방법은 필독뿐이다.

 

글이 조심스러워진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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